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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 내란 준비 증거 없어" 대법, 헌재와 왜 달리봤나

김청환 입력 2015. 01. 23. 04:49 수정 2015. 01. 2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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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진술 객관성 부족하고 내란음모 합의에 이르지 못해"

형사·민사소송 절차상 차이점도

대법, 헌재 결정 충돌 해석엔 경계

내란음모·내란선동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선고 공판에 참석, 방청객을 바라보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22일 대법원의 판결은 지하혁명조직(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내란음모 혐의에 무죄를 확정했다는 점에서 통진당 해산을 결정한 헌법재판소와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이 전 의원 등 2명만 내란선동 혐의가 인정됐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국가보안법 위반만 인정돼 "이 정도로 정당을 해산해야 했나"라는 의문이 뒤따르고 있다.

● RO 실체, 내란 위험성 판단 갈려

헌재는 명시적으로 내란음모 혐의와 RO의 실체를 판단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를 인정하고 통진당 해산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통진당이 민주주의 원리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한 경향은 (RO) 회합 참석자들이 북한을 위해 국가기간시설까지 파괴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정보전ㆍ선전전을 펼치는 방안을 논의한 이석기 등 내란 관련 사건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사실상 RO 회합에서의 내란음모를 인정했다. 또 "이석기를 정점으로 한 통진당 주도세력이 대한민국의 존립에 위해를 가할 방안들을 논의한 것은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것이 통진당의 조직적 활동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RO의 실체 입증이 전문증거(체험자의 증언이 아닌 전해들은 이야기 등을 토대로 한 증거) 등에 의한 것이어서 인정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RO 존재에 대한) 제보자 이○○의 진술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자료가 부족하다"고 했다.

내란 실행의 실질적 위험성에 대해서도 시각차를 보였다. 헌재는 "통진당 주도세력은 폭력에 의해 (북한의 대남혁명 전략과 유사한) 진보적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북한과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한반도 상황에서 이런 위험성은 추상적 위험에 그친다고 볼 수만은 없는 점 등에서 통진당의 진정한 목적이나 활동은 민주적 기본질서에 실질적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대법원은 "RO 회합 참석자들이 회합 이전에 내란을 모의하거나 준비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토론결과를 발표한 참석자들의 발언도 참석자 자신의 생각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내란음모가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 판단의 대상, 룰 달라

대법원은 이날 판결이 헌재의 결정과 충돌한다는 해석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헌재 결정과 충돌되는 부분 없다"며 "내란음모와 RO실체에 대해 헌재도 명시적으로 인정한 것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내란선동, 내란음모 등 구체적 혐의에 대해 판단하는 반면 헌재는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주의 기본질서에 위배되느냐는 보다 폭넓은 판단을 하기 때문에 대법원 판결과 헌재 결정의 차이가 전면적으로 상충된다고 하기는 어렵다.

판단의 룰도 달랐다.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은 민사소송 절차를 따랐지만 대법원은 형사소송 절차에 입각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은 양측이 제출한 자료가 증거능력이 있는지를 따져 증거로 채택하지만, 민사소송은 제출되는 자료 대부분을 일단 증거로 채택하고 후에 판단한다.

그러나 헌재 결정이 내려졌을 때 헌법학자들을 중심으로 증거에 의한 엄밀한 판단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었다.'진보적 민주주의'라는 노선에 대한 해석 등 지나치게 위헌성을 일반화했다는 해석이다. 헌재는 "이석기 등을 통진당이 제명하는 등 적극적인 차별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오히려 전당적 차원에서 이들을 옹호하고 정부를 비난한 것은 이들 주도세력이 통진당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라며 사건 이후 통진당의 자세까지 위헌성 판단의 근거로 삼았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차장은 "정당해산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 써야 하는 수단이므로 헌재가 사실관계를 보다 엄격하게 따지는 형사절차의 판단이 확정된 후 이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렸어야 한다"며 "헌재가 민사절차를 따라 확정 판결이 나오기 전에 서둘러 결정을 내리다 보니 앞뒤 안 맞는 결정이 나오게 됐다"고 비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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