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urday] 4년간 40번 3400만원 .. 등록금보다 더 받은 '장학금 헌터'

김기환 2015. 1. 24.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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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속으로] '아는 만큼 보이는' 장학금

이병헌(23·한국외대 경영학과)씨는 지난해 9월부터 서울 중곡동 고촌학사에서 살고 있다. 종근당고촌재단이 주는 '기숙사장학금' 덕분이다. 이 재단에선 학점 'B+' 이상인 지방 출신 대학생 중 성적·가정 형편을 고려해 선발한 84명에게 최대 3년 동안 기숙사를 무료로 쓸 수 있게 한다. 그는 "지난해 신축한 기숙사인데 2인 1실에 시설이 좋아 인기가 높다. 이곳에 들어오기 전 자취할 때 매달 들어간 40만~50만원을 아낄 수 있어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그도 1학년 1학기 때는 장학금을 받지 못했다. 이후로 교내 성적 장학금만 받아오다 학생복지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혜택 많은 외부 장학금이 널렸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찢어지게 가난하거나 성적이 아주 높아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학생이 많다"며 "'장학금은 내게서 멀리 있지 않다'는 적극적인 생각을 가진 '장학금 헌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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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소연(27·여·건국대 교육공학과)씨는 이씨가 말한 장학금 헌터에 가깝다. 그는 4년 재학 동안 장학금을 8번(종류 중복 포함하면 40번) 받았다. 수혜액만 3432만원으로 낸 등록금보다 많다. 장학금 목록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다니던 교회에서 받은 '분당오리교회 드림장학금'. 교회에서 주말 봉사활동을 하면서 매 학기 190만원을 받았다. 교회 소식지를 보고 지원한 경우다. 오씨는 "세상에 공짜는 없는 것처럼 장학금도 배고픈 사람이 찾아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새 학기 등록금 납부를 앞둔 대학생들은 누구나 장학금에 관심을 쏟는다. 국가장학금은 물론 대학별로 수십~수백 개의 내부 장학금 외에도 이보다 훨씬 많은 각종 외부 장학금이 널려 있다. 이런 장학금 정보를 몰라 '못 찾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외부 장학금은 성적·가정 형편만 따지는 게 아니라 이색 조건·혜택을 내건 경우도 많아 주목된다.

 대표적인 외부 장학금이 향토 장학금이다. 경북 안동시, 충남 부여군, 서울 강서구부터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까지 대부분 지역에서 장학금을 준다. 전주이씨 효령대군파, 해남윤씨 귤정공파 장학금 등 종친회나 각종 지자체에서 주는 효행·충효 장학금도 뿌리를 바탕으로 주는 장학금이다. 다자녀가정·탈북자·여대생·불자(佛者)·목회자·택시기사 자녀 같은 특수 조건을 내건 경우도 있다.

 김종국 전남인재육성재단 주임은 "장학금을 인터넷 홈페이지는 물론 지역 일간지·유료 방송에 광고하고 시·군·구는 물론 반상회까지 공지하는데도 특수 분야의 경우 지원자가 미달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고 말했다.

 최근에는 말 그대로 '이색 장학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목포장학재단은 퀴즈대회 1등 수상자에게 500만원을, 충남인재육성재단에선 해외 탐방 기회를 준다. 기업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적극 나서고 있다. 앨트웰민초장학재단은 공직·언론인 등을 꿈꾸는 학생에게 4년 등록금 전액 외에 월 35만원 면학비 등 을 준다. BK장학재단은 '네티즌추천장학금', 구찌코리아는 '패션장학금'을 내걸었다. 금연·다이어트 등을 조건으로 내걸고 장학금을 주는 대학도 있다.

 이들 외부 장학금의 특징은 홍보가 덜 돼 실질 경쟁률이 낮다는 점이다. 외부 장학금 1200만원을 받은 이석원(25·성균관대 프랑스어문학과)씨는 "외부 장학금은 선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경쟁률이 낮고 학생마다 맞춤형 혜택을 챙길 수 있다"며 " 포기하지 않고 장학금 원서를 밀어 넣었는데도 끝까지 장학금을 못 받은 경우는 주변에서 못 봤다"고 말했다. 대한전기협회에서 200만원의 장학금을 받은 장보옥(22·여·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씨는 "예비 새내기라면 입학을 앞두고 4년 등록금 혜택을 주면서 성적은 빡빡하게 보지 않는 소위 '대박 장학금'이 쏟아지는 요즘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귀띔했다.

  장학금 헌터들은 "아는 만큼 보인다" "부지런한 새가 먹이를 먹는다"고 입을 모은다. 그럼 내게 가장 맞는 장학금 정보는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 한국장학재단·대학 장학처 등에선 일단은 국가장학금부터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홍성준 장학재단 국가장학지원팀장은 "국가장학금은 종류도 많고 규모도 가장 커 특히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은 대부분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장학금을 받고 싶다면 장학재단 홈페이지부터 '즐겨찾기'에 넣어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학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장학 관련 부처도 챙겨야 한다. 여기선 외부 장학금 상당수는 물론 대학을 지정해 들어온 장학금 정보까지 제공한다. 조혜영 서울대 장학복지과장은 "장학과의 문턱이 높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이곳은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있는 부서다. 언제든 문을 두드려 달라"고 당부했다. 연세대의 한 교수는 "교수 재량으로 줄 수 있는 장학금도 있기 때문에 지도 교수와 자주 상담하면 좋다"고 귀띔했다.

 장학금 헌터들은 아르바이트나 과외 활동보다 장학금이 훨씬 득이라고 말한다. 시간을 벌 수 있어 학업이나 인턴 활동 등 취업 준비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장학금 경력 자체가 '스펙'도 될 수 있다. 손준호 애경그룹 인사담당 차장은 "장학금 자체가 긍정적인 평가 요소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노력한 내용 등을 자기소개서를 통해 적극 드러내고 지원 직무로까지 연결한다면 다른 지원자와 차별화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S BOX] 장학금 정보 찾아주는 포털 '장학도사·드림스폰'

장학금 포털을 운영하는 청년 창업가들이 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외부 장학금 정보를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포털에 접속해 출신지·대학·전공·학점·소득수준 등을 입력하면 외부 장학금을 무료로 추천해 준다.

 성균관대 기술경영학과 대학원생 임종민(30)씨는 지난해 6월 3000여 개의 장학금 정보를 담은 '장학도사'(www.janghakm.com)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교 총학생회장 시절 장학금을 받지 못해 휴학을 고민하던 후배에게 외부 장학금을 추천해 준 뒤 창업을 결심했다. 그는 "친구 4명과 인터넷을 뒤지고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에 일일이 전화해 모은 외부 장학금 정보"라며 "외부 장학금은 번듯한 사무국은 물론이고 홈페이지·전화번호도 없는 경우가 많은데 장학도사 사이트에선 이런 장학금까지 검색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경희대 경영학과 4학년 안성규(28)씨는 지난달 '드림스폰'(www.dreamspon.com) 서비스를 제공했다. 2600여 개 외부 장학금 정보가 담겨 있다. 한 달 새 5400명이 회원으로 가입했다. 그는 게임사·패션업체 등과 연계해 테마 장학금을 만들고 홈페이지에 광고를 유치하는 등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그는 "성적과 가정형편을 지급 기준으로 하는 경우가 많은 장학금 대신 꿈과 끼, 재능을 기준으로 한 장학금을 많이 만들고 싶다"며 "궁극적으론 돕고 싶어 하는 사람과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장학금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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