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일보

학대·폭력은 먼 얘기..부모 품앗이 '공동 육아'

황현도 입력 2015. 01. 24. 17:40 수정 2015. 01. 27. 19:44

기사 도구 모음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엄마·아빠 돌아가며 교사 역활.."CCTV 없어도 아무 걱정 없죠"

지난 19일 오전 11시쯤 서울 강북구 인수동의 한 주택. 작은 마당이 딸린 집 안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잠시 후 두꺼운 외투와 장갑, 목도리 등으로 '중무장'을 한 아이들이 아장아장 마당으로 걸어나왔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여성들은 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세라 옷매무새를 꼼꼼하게 만져줬다. 여성들은 아이들이 눈을 뭉치며 즐겁게 눈 놀이를 하는 동안 옆을 지키며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주민들이 만든 '공동육아 도토리어린이집'이다. 주택은 주민들이 돈을 모아 구매한 것으로, 인테리어부터 페인트칠까지 주민들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이곳에서는 동네 주민인 교사 4명이 3∼5세 아이들 10여명을 돌본다. 마을이 '함께' 아이들을 기르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매일 오전 10시에 등원해 노래를 배우거나 그림을 그리며 시간을 보낸다. 매일 30분∼1시간씩 산책도 빼놓지 않는다. 교사 한 명당 2명 정도의 아이를 돌보다 보니 가능한 일이다. 4살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인 이소연(36)씨는 "일반 어린이집은 교사 수가 적어 아이들을 통제하기 어렵지만 이곳에서는 손 잡고 산책도 할 수 있고, 아이들의 행동 하나하나에 많은 관심을 쏟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동네 아이들과 함께 키우다 보니 아이들 인성에도 도움되고, 주민 간 관계도 돈독해진다"며 "모두 다 우리 아이들이란 생각으로 돌보고, 아이들의 밝은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

최근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주민들이 함께 아이들을 키우는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들이 직접 나서 품앗이 방식으로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폐쇄회로(CC)TV가 없어도 믿고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공동육아 시설은 총 31곳이다. 서울시는 이곳에 총 5억2800만원을 지원했으며, 올해에도 30여곳을 선정해 4억82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동육아의 가장 큰 장점은 '믿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곳에서는 아동학대나 폭력은 먼 얘기다. 동대문구 장안2동 '알토란 공동육아'의 권기정(37·여) 대표는 "수업이나 먹는 것 모두 엄마 손을 거치니 믿을 수 있다"며 "아이를 맡기는 개념이라기보다는 친구네 집에 보내는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곳에서는 엄마들의 '숨은 재능'이 발휘되기도 한다. 도서관 사서인 권씨는 아이들과 동화책 읽기 수업을 진행한다. 미술을 전공한 엄마는 미술 교사가 된다. 권씨는 "엄마들에게 자기계발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게 된다"며 "혼자 아이를 키울 때는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들도 의논해서 해결할 수 있어 부모도 함께 성장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학부모 권정연(34·여)씨는 "일반 어린이집은 교사 처우가 열악하고 많은 아이를 통제하다 보니 (아이들이) 학대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여기서는 아이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볼 수 있어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원한 육아공동체 31곳을 조사한 결과 역량과 공간문제, 운영 민주성 등 모든 영역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공동육아에 관심 있는 주민들을 위해 다음달 2일 시청에서 공동육아 활성화 지원사업 설명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공동육아는 보육문제 해결은 물론 지역사회 활성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공동육아 문화가 지역사회에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을 다양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유나·권구성 기자 yo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