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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싱글맘의 비극 "아들은 보육원 보내지 않겠다고.."

채지선 입력 2015. 01. 26. 04:45 수정 2015. 01. 2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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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 아파트 화재 참사 때

4살 아들 안은 채 구조됐던

'20대 싱글맘' 끝내 숨 거둬

고아로 어릴 적 보육원 생활

힘든 형편에도 아이 홀로 키워

의정부 아파트 화재 피해자 나미경씨의 발인식이 열린 25일 경기 의정부 신천병원에 차려진 빈소는 홀로 남겨진 네살배기 아들과 그의 친구들만이 지켰다.

지난 10일 의정부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네 살배기 아들과 함께 구조된 '싱글맘' 나미경(23)씨가 어린 아들만 남겨둔 채 결국 숨을 거뒀다. 나씨는 어릴 적 입양 보내졌다 다시 파양돼 보육원 생활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 안타깝게 하고 있다. 25일 경기 의정부 신천병원에서 발인한 그의 시신이 벽제화장장에서 화장돼 의정부 '하늘의 문' 납골당에 안치되자 잔뜩 찌푸렸던 하늘에서 빗줄기가 떨어졌다.

화재 당시 나씨는 몸의 3분의 2가 불길에 그을리면서도 구조가 될 때까지 아들을 챙겼다. 다행히 아들은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했던 그는 사경을 헤매다 사고 2주만인 23일 오후 11시25분쯤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을 보이는 패혈증으로 사망했다.

경기 포천의 한 보육원 출신인 나씨는 "아들만큼은 나처럼 보육원에 살게 하지 않겠다"며 아이를 각별하게 아꼈다. 같은 보육원 출신인 이모(21)씨는 "아이 아빠가 떠나고 경제 사정도 좋지 않았지만 혼자 꿋꿋이 아이를 길렀다"고 전했다. 초중고교 동창인 서모(23)씨는 "전기요금을 못 내도 길 가다 아이가 장난감을 사달라고 하면 돈을 구해 사줄 만큼 애착이 컸다. 날이 따뜻해지면 아이와 동물원에 가자고 말하던 친구의 밝은 표정이 떠오른다"며 말을 잊지 못했다.

한부모 가정 지원금 등으로 생활해온 나씨는 경제난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쳤던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나씨의 아래층에 살았던 친구 김모(23)씨는 "일자리를 소개받아 여러 군데 면접을 봤지만 업체에서 연락이 잘 오지 않았다"며 "아이가 유치원에 있는 시간에만 일을 해야 해서 마땅한 일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친구 이씨는 "일이 없을 때는 아파트 근처 슈퍼마켓 등에서 잠깐씩 일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며 피붙이 없이 지내온 나씨의 빈소에서 가족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빈소를 방문한 혈육이라고는 그의 아들이 유일했다. 상주 역할도 친구 4명이 도맡았다. 장례비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이 지원했다. 친아버지로 알려진 분이 이따금 경제적 도움을 주곤 했지만 그나마도 사고 몇 개월 전부터 연락이 두절된 것으로 전해졌다.

홀로 남겨진 나씨의 어린 아들은 현재 의정부 녹양동에 있는 아동보호기관이 돌보고 있다. 의정부시 관계자는 "6개월 정도 보호한 뒤 아동의 상황에 따라 양육시설이나 가정 위탁 등 보호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나씨의 죽음으로 의정부 아파트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5명, 부상자는 125명으로 집계됐다. 의정부 경의초 강당에서 생활하던 이재민 64세대 100여명은 이날 의정부 306보충대 생활관으로 거처를 옮겼다. 이재민들은 교통 불편 등을 호소했지만 화재가 난 건물 3개 동 모두 조기 재입주가 불가능하다는 안전진단이 나와 이곳 생활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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