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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빠는 어디있나요" 한국 몰려오는 '코피노'

입력 2015. 01. 29. 04:03 수정 2015. 02. 0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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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으로 일감 준 로펌 필리핀 원정 소송모집현재 50여건 재판 진행 코피노 1만여명 달해

#.군 복무 중인 20대 아들을 둔 A씨는 요즘 아들 걱정에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제대도 안한 아들에게 필리핀에 자식이 있다는 황당한 내용이 적힌 소송장을 받았기 때문이다. 아들은 필리핀 어학연수 중에 만난 현지 여성을 임신시킨 것 같다고 순순히 인정했다. A씨는 친자가 맞는지 유전자 검사를 하기로 했지만 검사 결과 정말 아들의 자식이 맞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불안하기만 하다.

한국인 아버지에게서 버림받은 필리핀인 혼혈아를 일컫는 '코피노(Kopino)'들의 친부 찾기 소송이 늘고 있다. 현재 필리핀 내 코피노는 1만명으로 추정된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코피노가 직접 친자확인소송을 제기해서 처음으로 승소한 이후 코피노가 제기한 50여 건의 소송이 국내 법원에서 재판 중이다. 지난해 6월, 서울가정법원 가사2단독 권양희 판사는 필리핀에 사는 B군 형제가 한국인 C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B군 형제가 C씨의 친생자임을 인정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이 판결 이후 중소형 로펌을 위주로 코피노 소송에 뛰어드는 변호사가 늘고 있다. 의뢰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 필리핀 출신 직원을 채용한 변호사 사무실도 있다.

이들은 직접 필리핀으로 찾아가 의뢰인을 모집하거나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사건을 수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에 광고를 내서 사건을 모집한 경우도 있다. 김웅 법무법인 예율 변호사는 "필리핀 여성들에게서 문의는 많이 받지만 이 중 실제로 소송이 가능한 사례는 일부"라며 "친부를 특정해 소송을 하려면 그의 주민등록번호나 여권번호 등 인적사항과 자녀의 출생증명서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피노 소송은 주로 의뢰인이 비용을 후불로 지급하는 식으로 이뤄진다. 김성태 법무법인 대광 변호사는 "변호사 비용뿐만 아니라 수십만 원의 유전자 검사비, 인지대 등을 로펌이 먼저 부담한 상태로 소송을 진행한다"며 "의뢰인이 필리핀에 머무는 상태로 재판 준비를 해야 하는 데다 친부가 전국 곳곳에 흩어져 있다 보니 지방으로 재판을 하러 다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 로펌도 시민단체와 손을 잡고 코피노들의 아버지를 찾아주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공익재단인 사단법인 나눔과 이음의 강기효 사무국장은 "되도록 소송이 아닌 조정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며 "친부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 5건을 제외하고 1건의 조정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여성에게 소송을 해줄테니 양육비의 절반을 내놓으라는 브로커도 생겨나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2012년부터 코피노 실태를 다뤄온 이현숙 탁틴내일 상임대표는 "친부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월 40만원 안팎의 양육비를 주는 것으로 조정이 된다"며 "필리핀의 1인 급여 수준이 25만원 정도이니 적은 돈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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