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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개꼴 늘어나는 인터넷언론..기업 위협하는 흉기

입력 2015. 02. 02. 04:03 수정 2015. 02. 0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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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인 증가, 9년새 20배 늘어..제약업계만 200여개 전문지 범람기업 물고늘어져, 영세하고 수익모델도 없어..악의적 기사로 돈 뜯어내

◆ 기업10敵 아니면 말고 미디어 ◆

"얼마나 많은 온라인 매체가 있는지 파악조차 안 된다. 워낙 영세해 광고라는 개념도 없어 몇십만 원 건네고 때우는 경우가 허다하다."(A대기업 B홍보담당 임원) "저널리즘이라는 것은 애초 존재하지도 않는다. 다른 매체에서 수년 전 보도한 것을 짜깁기한 뒤 오너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걸어놓고 기사 내리기를 원하면 협찬하라고 한다."(C대기업 D홍보팀장) 온라인매체가 급증하면서 회사 제품이나 오너 관련 루머에 근거한 선정적 기사를 쏟아내면서 이를 빌미로 광고와 협찬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정기간행물 등록현황'에 따르면 2013년 말 4916개이던 인터넷신문은 지난 한 해 또다시 1034개가 증가해 전체 5950개로 늘어났다. 하루에 2.83개씩의 매체가 새로 생겼던 셈이다.

지난 10년간 온라인매체 성장세는 도저히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보기 힘든 수준이다. 인터넷신문은 2005년까지만 해도 전국에 286개에 불과했다. 그러나 2년 뒤인 2007년 901개에 이어 2009년 1698개, 2011년 3193개를 기록했으며 2012년부터는 더욱 가파르게 불어나 매년 1000개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전체 정기간행물은 같은 기간 7536개에서 1만7607개로 확대됐는데 이 가운데 절대 다수를 인터넷신문이 차지하고 있다.

문제의 근원은 이들 대부분이 제대로 운영되기 힘들 만큼 영세하다는 데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4년 신문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인터넷신문 1776개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매체의 85%인 1511개의 연간 매출액이 '1억원 미만'이었으며 종사자 수에서도 91.5%인 1626개가 '10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모 제약업체 홍보팀장은 "제약업계에 200개가 넘는 인터넷 전문매체가 있다. 이 중 절반가량이 '1인 매체'이며, 심지어 사무실 하나 빌려 2~3개 매체가 같이 쓰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소개했다.

별다른 수익모델이 있을 리 없는 이들 영세매체는 애꿎게 기업만 물고 늘어진다. 대기업, 중견기업 가리지 않고 공격대상으로 삼지만 오너 일가 위주의 경영구조를 갖고 있으며 기업을 둘러싼 정부 규제가 상대적으로 심한 유통·식품·의료 등이 훨씬 손쉬운 먹잇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절반가량인 46%가 인터넷언론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으며 피해 내용은 오보·왜곡보도(46%), 강압적 광고·협찬 요구(45%) 등이라고 꼽았다. 또 인터넷신문이 너무 많다는 응답은 84%였으며 인터넷신문의 폐해로는 신뢰성 부족(43%), 낚시성·선정적 제목 선정(37%) 등을 지적했다.

한국광고주협회가 운영 중인 반론보도닷컴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간 기업의 원성이 높은 65개 매체를 모니터링해 최근 성행하는 이들의 기업보도행태를 5가지 정도로 분류했다. 기업들이 가장 곤욕을 치르는 유형은 '소비자고발' 코너를 통한 블랙컨슈머 기사다. 기업의 확인을 거치지 않은 채 소비자의 일방적인 주장만을 담아 고스란히 기사화된다고 협회 측은 말한다. 모 건설업체 홍보팀장은 "일부 매체는 보도예정 기사라며 사진을 찍어 전달하면서 돈을 뜯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기사와 무관한 선정적인 제목으로 대서특필하거나 오너·2세의 얼굴을 노출시키는 유형도 자주 써 먹는 수법이다. '재계뒷담화', '재벌가 비사' 등의 제목을 붙인 추측성 기사도 기업을 힘들게 한다.

요즘 대세는 경영 데이터를 활용한 방법이다. 숫자를 나열하면서 객관적인 보도를 했다는 형태는 취하지만 데이터를 작위적으로 해석해 '대규모 적자에도 고배당 잔치', '임직원 연봉이 무려…' 등 자극적 제목을 붙여 재탕, 삼탕으로 악용한다. 경쟁사 간 단편적인 비교를 통해 한쪽 기업은 띄우고 상대 기업은 깔아뭉개는 방식도 즐겨 애용된다. 협회 측은 "일단 오너를 걸고 넘어지면 무시할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이 계속 무반응으로 나올 땐 기사를 오너의 이메일 또는 자택에 우편으로 보내는 악랄함까지 보인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신문의 역기능이 갈수록 커져 진입장벽을 강화하고 퇴출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인터넷 기사는 전파속도가 빨라 잘못된 보도에 따른 기업들의 피해도 그만큼 큰데도 대책을 마련해야 할 문화체육관광부 등 당국은 모른 체한다"면서 "정기간행물 등록요건이 취재인력 2인 이상인데 이것만 5인 이상으로 높여도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기존 등록매체에 대해서는 유사기사를 반복전송해 검색순위를 높이는 '어뷰징'을 할 때마다 광고료를 삭감하고 광고와 기사를 거래하는 행위가 적발되면 등록을 취소하는 내용의 법 개정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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