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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격수'에 낚인 기업들..보복기사 두려워 쉬쉬

입력 2015. 02. 02. 04:03 수정 2015. 02. 02.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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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10敵 아니면 말고 미디어 / 소송·중재 사례로 본 실태 ◆

유명 저가 화장품업체 A사는 2012년 5월 한 케이블채널에서 황당한 내용을 보도해 명예가 실추됐다. B채널 소비자고발 프로그램이 '보라색병'으로 알려진 A사 주름개선 제품에 "환경호르몬이자 발암물질인 파라벤이 다량 포함돼 있다"며 "이 제품을 장기간 바르면 피부가 괴사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B사는 시청률이 거의 0%에 가까운 군소 매체였으나 건강과 밀접한 내용이었던 만큼 방송 파급력은 컸다. 온·오프라인으로 보도를 접한 소비자들은 관련 내용에 대한 진위 확인과 함께 환불을 요구했다. 방송 이후 한 달간 제품 매출은 1억원 감소했다. 저가 화장품 시장에서 선두 기업으로 승승장구하던 A사 이미지는 급전직하했다. A사는 B매체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위자료 5억원을 청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 B사 측 보도는 전형적인 허위·왜곡 보도였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15부는 "B사(매체)는 A사에 7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신체에 유해하다고 의심할 만한 아무런 증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붕어가 든 수조에 파라벤을 넣어 금붕어가 죽는 자극적인 장면, 심각한 피부염 사진들, 자궁암·자궁내막증·유방암 CG 등을 사용해 제품이 신체에 매우 유해한 것처럼 왜곡해 방송했다"며 "B사는 해당 기사를 삭제하고, B사 홈페이지와 블로그·페이스북에 일주일간 정정보도를 게재하라"고 명했다. B매체 측이 항소하면서 A사는 지난해 11월까지 2년 넘도록 불필요한 법정 싸움을 이어갔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항소를 기각하고 재차 A사 손을 들어줬다.

전력설비 납품업체 C사도 2012년 12월 인터넷 매체 D사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의혹을 제기하는 보도를 해 곤욕을 치렀다. 원자력업계를 다루는 D매체는 "세종시에 건설 중인 복합화력발전소와 관련해 100억원 규모 입찰에서 특정 업체 C사와 설비담당자 간 유착 가능성이 포착됐다"며 "C사는 건설 중인 발전소를 주관하는 발전회사 기술본부장 출신인 E씨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해 로비를 펼쳤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보도했다.

이듬해 2월 C사는 언론중재위원회에 D매체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함께 20억원 손해배상을 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언론중재위 심리 결과 D매체는 오보를 인정했다. C사는 정정·사과 보도를 게재하고 향후 포털사이트에서도 정정보도문이 검색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선에서 D사와 화해했다.

D사는 조정이 성립되자마자 "사실 확인 결과 C사가 참여해 세종시에 건설 중인 발전소는 복합화력발전소가 아니라 열병합발전소며 C사는 F중공업에 하도급 형태로 4억원 규모 보조설비를 납품했을 뿐 입찰 규모가 100억원이라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C사가 E씨를 상임고문으로 영입한 사실이 없고, 발전회사 설비 담당자와 유착했을 가능성이 있거나 밀어주기 입찰이 진행됐다는 내용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고 정정보도문을 게재했다.

유통업체 G사도 H 주간지와 송사를 벌인 적이 있다. 2009년 12월 주간지 H매체는 'G그룹 파벌싸움 긴급진단'이란 제하 기사에서 G사 대표이사직을 둘러싸고 신구 세력 간 다툼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파벌 간 알력이 심해 기존 세력들이 비리를 저지른 듯한 인상을 줬다. G사 측은 즉각 명예훼손 소송에 나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5부는 "H사는 G사 측에 모두 3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보도 과정에서 원고나 원고 회사 임직원에게 H사가 취재 요청을 한 바 없고 취재 경로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며 "충분한 취재를 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없이 파벌 싸움이 심할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를 보도했다"고 판시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2013년 한 해 동안 언론 보도 피해와 관련한 민사소송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매체를 상대로 한 소송이 절반에 육박했다. 매체 유형별로 총 221건을 분석해 보니 인터넷 매체에 의한 피해 사례가 107건(48.4%)이었다.

법원부터 찾아가지 않고 언론중재위에 조정을 신청한 사건도 상당했다. 2013년 접수·처리된 조정사건은 모두 2433건으로 전년보다 32건 증가했다. 2011년과 2010년에는 각각 2124건, 2205건 접수돼 4년 연속 2000건을 넘겼다. 인터넷 신문과 인터넷 뉴스서비스(인터넷 포털) 등 인터넷 기반 매체와 관련한 건수는 모두 1499건으로 전체 중 61.6%에 달했다.

법조계에서는 언론사와 기업 양측 간 적극적인 소통 노력과 함께 책임 있는 자세를 주문하고 있다.

한 미디어 소송 전문 변호사는 "인터넷 언론이 범람하면서 속보 경쟁 내지 클릭 수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며 "그런 과정에서 과거에는 기사화될 수 없었던 자극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기사들이 넘쳐나는데 이에 대해서는 적절한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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