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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내부 고발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어린이집

정경윤 기자 입력 2015. 02. 03. 10:27 수정 2015. 02. 03.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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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잇따르면서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졌습니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믿고 맡길 데가 없을 정도라며 하소연을 합니다. 아동 학대 사례 뿐만이 아닙니다. 어린이집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왜 아동 학대로 이어지는지, 듣고 있자니 이게 보육 시설인지 의심스러운 경우도 많았습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원아들이 너무 어려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데다, 원장과 교사들만 입을 맞추면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학부모들은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시, 구청 등 지자체의 점검을 받고 있습니다. 1년에 한두번 정도로, 부정 행위가 적발되면 행정 조치를 받게 됩니다. 그런데도 왜 이런 문제들이 속출하는 걸까요. 정부나 지자체에서 점검을 하는데도 왜 반복되는 걸까요.

최근 경기도 남양주의 한 어린이집을 취재했습니다. 원아 60여 명이 다니는 곳으로, 보육교사까지 합하면 80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곳입니다. 보육교사들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은 매일 다양한 식사를 아이들에게 제공한다며 학부모들에게 미리 식단표를 공개합니다. 하지만 실제 이 어린이집에는 중국산, 미국산 재료가 수시로 배달된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매끼 먹는 죽의 재료인 '쌀'부터 국내산이 아니라고 합니다. 5일 동안 같은 음식이 나온 적도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재료를 조달하기 때문에 교사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게 교사들의 얘기입니다.

지난해 말 이런 제보를 토대로 경기도와 시청 직원들이 이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이렇다할 소식이 없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이 정말 잘못한 건지, 보육 교사가 허위 증언을 한 건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교사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어린 아이들의 식사는 '가짜'입니다. 부모들은 이 가짜 식단에 보육비를 내야 하는 셈이고요. '중국산 재료로 된 음식 좀 먹는다고 뭘 그러냐'고 하실 수 있겠지만, 그에 맞춰 보육료를 내는 부모들의 입장에선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당시 어린이집을 찾아 조사했던 남양주 시청을 찾았습니다. 직원들은 해당 어린이집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점검을 두 차례나 나갔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해, 경찰에 수사까지 의뢰한 상태였습니다. 현장을 다녀왔는데도 결론이 안나는 이유가 뭔지 궁금했습니다.

- 기자 : 어린이집 안에 수입산 재료가 있었다던데, 왜 조치가 내려지지 않았나요?

- 직원 : 재료가 있긴 했는데, 어린이집에선 '이건 아이들에게 주는 재료가 아니라 버릴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어린이집에서 수입산 식재료를 꾸준히 구입했는지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공무원들에게는 그런 수사권이 없으니 경찰에 사건을 의뢰했다는 겁니다. '현장에 수입산 재료만 있었다면, 상식적으로 국내산 재료를 쓰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도 있지 않냐'는 저의 반문은 무의미했습니다. 아이들이 수입산 재료로 조리된 음식을 먹는 장면을 포착하기 전까진 혐의를 두지 못한다는 겁니다.

이 어린이집에는 보육 교사에 대한 문제도 있었습니다. 교사들에 따르면, 이 어린이집에는 아이들을 돌보지 않는데도 보육교사로 신고해 지자체에서 수당을 받는 사람이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차량 관리만 맡을 뿐 '보육교사'로서의 역할은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0세 반을 맡은 교사로 알려져 있지만, 다른 교사가 해당 반의 일을 전담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교사들이 지목한 그 남자는 원장의 아버지였습니다. 연세가 많아 보였습니다. 시청 직원들은 이 역시 잘 알고 있었습니다.

- 직원 : 남자 분은 점검 당시 해당 반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 기자 : 그렇다고 해도, 그 분이 그동안 실질적으로 보육 활동을 했다고 보기 힘들지 않습니까?

- 직원 : 교사 자격증이 있는 분이었습니다.

'나이 많은 남자'가 보육 교사로서 자격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이 사실을 학부모들은 알고 있을까, 알고도 그 남자 교사에게 아이를 맡긴 걸까, 궁금해지더군요. 시청 직원은 '기록상으론 알고 있다'고 합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돌봤는지 알림장에 매일 기록하도록 돼 있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열람한 것으로 돼 있는 겁니다. 시청 직원들은 역시 해당 남자 교사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고 차량 운전만 하는 현장을 포착한다면 모를까, 교사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해당 어린이집은 보육교사의 내부 고발에도 두 달 넘게 별다른 조치 없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어린이집 원장은 기자가 묻는 의혹에 대해 '지자체가 점검했는데도 여지껏 아무 조치가 없지 않느냐'고 되묻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습니다. 시청 직원들은 '오죽하면 경찰에 수사 의뢰까지 했겠느냐'며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어린이집은 CCTV를 공개하지 않거나, 기록을 조작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자체의 감시를 피하고 있다고 합니다. 보다 못한 보육 교사들이 스스로 내부 고발에 나섰지만, 어린이집이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보육 시설에도 경찰이 개입해야만 문제가 해결되는 건지,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믿고 맡길 곳은 없는 건지... 누구의 주장이 맞는지 진위 여부를 가릴 동안 아이들은 그 어린이집에 아무것도 모른 채 다니고 있습니다.

정경윤 기자 rousil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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