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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직원 단축근무?.. 현실은 '민폐녀'

김영주기자 입력 2015. 02. 05. 11:46 수정 2015. 02. 0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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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시간 단축제도 '유명무실'

회사는 꺼리고 동료들 눈치보여… 고발된 기업 '0', 실효성 없어

"다른 직원은 어제 당직하고도 칼퇴(정시퇴근) 못하는데, 임신했다고 단축근무를 한다고? 쯧쯧."

임신 10주차 직장여성 A 씨는 최근 직장 상사에게 이 같은 말을 들었다. A 씨는 유산 위험이 높다는 의사의 말에 2주간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해 일하다가, 단축 근무 1주일째 되던 날 직장 상사로부터 "쓸 수 있다고 다 쓰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고 면박을 받은 것이다. 출산 후에도 직장을 계속 다녀야 하는 A 씨는 결국 남은 1주일의 단축근무를 포기했다. 하지만 직장 상사에게는 이미 단축근무를 한 '민폐녀'로 낙인이 찍혀 버린 상황이었다.

5일 일선 직장여성들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부터 시행 중인 '임신기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근로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유산 현황 자료를 보면 직장여성의 유산 비율은 전업주부에 비해 1.4배나 높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고용부는 유산 위험이 높은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여성 근로자가 임금 삭감 없이 하루 2시간을 단축근무할 수 있도록 했다. 회사가 근로단축 신청을 거절할 경우 해당 근로자가 신고하면 회사는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하지만 임신 여성이 알아서 혜택을 누려야 하는 제도인 데다 회사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 없이 풀타임일 때와 똑같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제도를 기피하고 있다. 실제 임신 36주차에 접어든 B 씨는 하루 9시간 근무를 소화하면서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가 높아졌다. 고민 끝에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했으나 직장상사는 "예전에는 임신하면 다들 퇴사했는데, 출산휴가로 3개월이나 쉴텐데, 왜 근무시간 단축을 신청하느냐"며 거절했다. 임신 36주차인 C 씨 역시 근로시간 단축을 요청했다가 상사로부터 "당신이 먼저 시작해서 너도나도 다 쓰겠다고 하면 도대체 회사 손해가 얼마인지 아느냐"는 핀잔만 듣고 거절당했다.

과태료도 해당 여성이 적극적으로 신고했을 경우에만 부과되는 것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기업에 근무하는 D 씨는 임신 10주차에 제도를 알리는 공문을 회사로 보내 달라고 고용부에 요청했다. D 씨는 "담당 공무원은 '사기업에 시행하라고 요구할 이유가 없다'며 안 해주면 회사를 고발하라고 했다"며 "과태료 500만 원은 퇴사를 감내한 사람들을 위한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제도 시행 대상인 300인 이상 기업 중 현재까지 제도를 위반해 고발당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고용부는 현재까지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사용 실적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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