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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축소' 주장 나오지만..따져보면 줄일 곳 없다

입력 2015. 02. 05. 20:10 수정 2015. 02. 0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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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복지 예산과 현실

새누리당과 보수진영 일각에서 복지와 세금 수준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며 우선적으로 현재 시행하고 있는 복지 일부를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잇따라 제기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을 거론하며 '복지 구조조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복지예산과 현실 상황을 꼼꼼히 따져보면, 상당수 정책들이 저출산과 노인빈곤 등 사회적 문제와 직결돼 있어 축소할 경우 사회적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자칫 '조세 저항'보다 더 큰 국민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도 만만치 않다.

(1) 복지예산총 115조 중 80조가 연금과 기금절반 해당 기금 줄여도 전용 불가

■ 복지예산 현황

올해 우리나라 복지예산(보건·복지·고용) 규모는 115조7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70.6%는 연금과 기금이 채우고 있다. 복지예산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민·공무원·사학·군인 등 4대 공적연금으로 39조6000억원(34.3%)이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이 세금과 별도로 보험료를 내고 있어 정부가 연금개혁 없이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공무원연금은 적자 탓에 정부 예산이 들어가고 있어 현재 개편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 중이다. 그다음으로 덩치가 큰 부분은 행복주택 등 주택 분야(18조5000억원·16.1%), 실업급여 등이 지급되는 노동 분야(15조5000억원·13.5%)다. 하지만 주택과 노동 분야는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어 줄인다고 해도 기금의 특성상 다른 복지예산으로 사용할 수 없다.

(2) 무상급식지방고유 사업으로 한해 2조여원학생 줄어 장기적으로 자연 감소

■ 무상급식

새누리당에서 복지 축소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무상급식은 중앙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지난해 예산은 2조6239억원으로 지방자치단체가 1조573억원(40.9%), 지방교육청이 1조5666억원(59.1%)을 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지자체와 교육청의 교육철학에 따라 초·중·고 대상 무상급식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제주도는 86.9%로 무상급식 수준이 가장 높고, 울산은 36.3%로 가장 낮다. 지방사업인 만큼 중앙정부와 국회가 무상급식을 축소하라고 강제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지역마다 격차가 커서 어느 수준까지 줄여야 할지 기준도 모호하다. 예를 들어 사회적 합의를 통해 무상급식을 60%에 맞출 경우, 울산을 비롯해 부산, 대구, 인천, 대전, 경북, 경남은 오히려 올려야 한다. 무상급식 예산은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데다 학생 수도 줄고 있어 장기적으로 볼 때 복지재정에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3) 무상보육양육비 부담 커 축소땐 가계 타격"줄이려면 '더 낳아라' 떠들지 마라"

■ 무상보육

무상보육은 우리 사회 가장 심각한 문제인 저출산과 맞물려 있어 축소될 경우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거셀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육시설을 이용할 경우 만 0~2살은 월 40만1000~75만5000원을, 만 3~5살(누리과정)은 월 22만원을 지원받는다. 집에서 아이를 돌볼 경우 만 6살까지 월 10만~20만원의 양육수당을 받는다. 무상보육으로 중앙정부, 지방정부, 지방교육청이 총 10조원가량의 예산을 쓰고 있다.

무상보육은 20~30대가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 이들 세대는 연령대상 아직 월급 등이 높지 않은데다 내집 마련 비용 등으로 가처분소득이 적은 편이어서 무상보육까지 축소될 경우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만 3살, 5살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 김영미(가명·37)씨는 "보육료 지원을 받아도 아이들 등·하원을 위해 '입주아주머니'나 '아이돌보미'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돈이 꽤 들어간다"며 "보육료 지원까지 축소하면 내 월급을 통째로 보육에 써야 한다. 일을 하는 대신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씨 가정은 월소득이 700만~800만원 정도라 경제사정이 좋은 편에 속한다. 김씨는 "정부나 정치권이 아이들 보육료나 급식 갖고 줄이네 마네 하고 있는데 한심하다. 다시는 '아이를 더 낳으라'고 떠들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비판했다. 저출산 탓에 무상보육 예산도 장기적으로 보면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

(4) 기초연금고령화시대 노인빈곤율 심각 수준국민연금 사각지대 넓어 늘려도 부족

■ 기초연금

복지예산 중에서 재정적으로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것은 기초연금이다. 65살 이상 노인 하위 70%에게 월 최대 20만원을 주고 있는데, 올해 예산이 10조1522억원이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면서 25년 뒤인 2040년엔 100조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노인빈곤율(48.1%)과 노인자살률(10만 명당 81.9명)이 아주 높은 상황이어서 지금 수준에서 기초연금을 더 줄이는 것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너무 넓어 기초연금이 줄어들면 노인빈곤율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영세자영업자의 경우 500만명이 국민연금 보험료를 내지 못하고 있고, 비정규직도 38.4%만 국민연금에 가입해 있다.

정재훈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양극화는 심화되고 일자리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복지정책은 꼭 필요한 '시대정신'이다. 지금 상황에서 복지를 더 줄이면 '민란'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김소연 박수지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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