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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 보육에 월 117만원.. "일 계속해야 하나" 회의감

김향미·경태영·이삭 기자 입력 2015. 02. 24. 21:46 수정 2015. 02. 2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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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근무여건에 박봉, 어린이집 보육교사 만나보니

▲ 신입·7년차 보수 차이 1만원노동자 최저 임금 수준 불과'폭행'사건 후 불신에 힘 빠져

▲ 정부 보조금 인상 안 알려줘"월급 담합 공공연한 비밀"원장에 항의나 신고도 못해

가정 어린이집에서 5년째 일하고 있는 김모 교사(27)의 월급은 116만6220원이다. 월급에서 4대 보험료를 내고 통장에 들어오는 건 108만원. 지방자치단체에서 직접 통장으로 지급하는 처우개선비 10만원과 환경개선비 17만원을 더해 한 달 135만원을 번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으로 노동자 1인이 주 40시간 근무할 경우 한 달 최저임금은 116만6220원이다. 김 교사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은 9시간 반. 7명의 아이를 돌보는 그는 어린이집 버스에 탑승해 아이들 하원까지 돕고 나면 녹초가 된다고 했다.

민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 박모 교사(47)는 "하루 종일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화장실 갈 시간조차 없어 교사들이 대부분 물을 적게 마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오전 7시30분에 출근해 오후 7시30분까지 12시간 아이들을 돌본다. 하지만 월급은 늘 '박봉'이다. 7년차 박 교사의 월급은 신입 교사보다 1만원 많은 110만원이다.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들이 영·유아들을 돌보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정 최저임금 수준의 월급을 받는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노동환경은 심각한 수준이다. 아동학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처우 개선이 언급되지만 크게 바뀌지 않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4일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어린이집 폐쇄회로(CC)TV 설치를 의무화한 영유아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에는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개선안도 포함됐는데 보육교사가 자리를 비워야 할 때 운영되는 대체교사 제도의 확대 시행, 누리과정의 3~5세반에 지원되는 보조교사 제도를 0~2세반까지 확대·지원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해 8월 청주시가 시내 811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가정 어린이집 교사들의 기본급은 110만3000원, 민간 어린이집 교사들은 117만6000원에 그쳤고, 호봉 체계가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됐다. 처우개선비, 근무환경개선비 등 명목의 정부·지방자치단체 지원 및 자체 지급 수당도 있지만 지급액은 지역마다 다르다.

어린이집 원장들의 '담합'도 심각한 문제로 지적됐다. 충북 지역의 어린이집 최모 교사(35)는 "원장들이 보육교사들의 급여를 일정 수준 이하로 맞추기 위해 서로 담합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주변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월급을 보면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 교사는 또 "지자체 수당은 보육교사 명의의 통장으로 직접 입금되는데 원장이 이 통장을 관리해 실제로 수당이 해마다 얼마나 오르는지 모른다"며 "원장이 통장을 관리하는 게 불법인 걸 알지만 계속 일해야 하는 입장에선 문제제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현림 공공운수노조 경기보육교사분회장은 "보육교사들은 임금 수준이 낮은 데다 휴게시간이나 시간 외 수당 개념이 잡혀 있지 않아 부당한 노동환경에 대해 구제받을 법적 보호 장치가 미약하다"고 말했다.

김종일 건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보육이라는 사회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하고 고용 등 여러 측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지 사회적 인식이 없기 때문에 이 업종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나 양성 제도가 안 좋게 형성돼 있는 것"이라며 "보육서비스에 대한 인식과 제도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향미·경태영·이삭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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