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놀라게 한 간통 사건들..스캔들부터 협박까지

2015. 2. 26.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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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연예인 등 간통 사건은 신문 사회면 크게 장식

때로 민주화운동·야당 탄압 도구로 사용되기도

성이라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간통죄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저명인사들의 간통 사건은 신문 사회면을 크게 장식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화운동이나 야당 탄압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은밀한 사생활과 연관된 것인 만큼, 정보기관을 이용해 뒷조사를 한 뒤 간통죄로 걸겠다며 당사자를 '협박'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병린 변호사 간통 사건이다. 인권변호사 1세대로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두 차례 지낸 이 변호사는 1974년 12월25일 서울와이엠시에이(YMCA)에서 결성된 민주회복국민회의 대표위원을 맡았다. 이듬해 1월 중앙정보부 요원이 이 변호사를 찾아와 검찰에 간통 혐의로 고소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들먹이며 대표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중정 요원을 쫓아냈지만, 이후 단골 음식점 종업원의 별거중인 남편의 고소로 간통 혐의로 구속된다. 중정이 여자 종업원과 사실상 이혼 상태였던 남편을 회유해 고소를 종용하고 이혼소송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구속 23일 만에 풀려났다. 이혼소송을 취하하면 자동으로 간통 혐의 고소도 취소되는데, 이 변호사와 함께 활동했던 이돈명 변호사가 여자 종업원의 아버지를 설득해 사위에게 이혼소송 취하서를 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이 변호사는 민주화운동은 물론 인권변호 활동도 중단하게 된다.

1982년에는 야당인 민한당 소속 한영수 의원이 간통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검사의 부인과 함께 호텔방에 투숙했다가 현장에서 발각된 것이다. 이 역시 한 의원이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자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뒤를 캐고 상대 여성의 남편에게 고소를 종용해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한다.

간통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엉뚱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이 등장하는 '성접대 동영상'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여성 사업가 권아무개씨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담긴 휴대전화 동영상이 윤씨 아내에게 발각되면서 시작됐다. 윤씨 아내가 2012년 두 사람을 간통 혐의로 고소하자, 권씨는 윤씨가 자신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한 것이라며 윤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한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성접대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간통 사건은 '강원도 원주 별장 고위층 성접대' 사건으로 비화한다. 여기에 성접대 동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소문과 보도가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에 둔 검찰총장 후보였다는 김 차관은 옷을 벗어야 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연예인 간통 사건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오히려 과거일수록 간통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관대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건이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최무룡-김지미씨 간통 사건이다. 1962년 10월 최씨의 아내는 당시 톱배우였던 두 사람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최씨와 김씨는 구속됐다가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위자료 300만원을 최씨 부인에게 주기로 하고 석방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뒤로도 예전의 명성을 잃지 않았다. 최씨는 <빨간마후라> 등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누렸고, 1988년에는 고향인 경기 파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김지미씨도 영화 <홍도야 우지 마라>와 <춘희>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갔고, 1974년에는 <토지>로 대종상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75년에는 가수 태진아(본명 조방헌)씨가 현대건설 사장 조아무개씨의 부인인 김아무개씨와 간통한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의 신분과 나이 차이(태씨 21살, 김씨 47살)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태씨는 김씨와 만날 때마다 50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는 쌀 한가마(80㎏)가 5000원 남짓하던 시대였다. 태씨는 조 사장과 김씨가 협의이혼을 하고 고소가 취소된 뒤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사건 뒤 조씨는 현대건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명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런 이유로 2010년께 인터넷에는 태진아씨 간통 사건 덕분에 이 대통령이 청와대를 차지했다는, '태진아 나비효과'라는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과 무관하게 태씨는 지금까지 가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굳건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배우 김영애씨도 1976년 간통사건에 휘말렸지만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84년에는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명인 정윤희씨가 조규영 중앙건설 회장과 간통 혐의로 구속돼 장안의 화제가 됐다. 정씨는 풀려난 뒤 같은 해 12월 조 회장과 결혼하고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간통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배우 황수정씨와 옥소리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2001년 큰 인기를 끌던 배우 황수정씨는 마약 투여 혐의와 함께 유흥업소 사장 강아무개씨와 간통을 한 혐의로 강씨의 부인에게서 고소를 당했다. 그 뒤 강씨 부인은 고소를 취하했지만, 황씨는 연예계에서 잊힌 존재가 됐다. 옥씨는 팝페라 가수 등과 간통한 혐의로 남편인 배우 박철씨에게 고소당했고 2008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이후 연예계 활동을 사실상 접었다. 옥씨는 헌재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한끗 차이로 간통죄의 수명을 연장해준 2008년 헌법소원 사건을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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