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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즈 여성들의 살아가기.."당당함 찾는 외로운 싸움"

오동현 입력 2015. 03. 04. 05:05 수정 2015. 03. 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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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오동현 기자 = #1. A(30·여)씨는 고등학생 시절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하고 미혼모 시설에 들어가 처음 에이즈 감염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는 여성쉼터에서 낳고 1개월 정도 키우다가 해외로 입양을 보냈다. 숱한 차별과 편견을 견딘 그는 이제 열심히 돈을 벌어 좋은 사람과 결혼도 하고, 입양보낸 자녀도 만나고 싶다.

#2. B(45·여)씨는 20년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임신을 했고, 그 과정에서 감염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10년 동안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못하고 거의 집에서만 생활했다. 현재는 감염인 쉼터에서 만난 남성과 동거하고 지내고 있다. 최근에는 다시 열심히 살려는 마음이 생겼고, 자신 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봉사하며 살고 싶은 바람이다.

#3. C(38·여)씨는 지난 1996년 동거하던 남자친구가 감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후 검사를 통해 자신에게 전염된 사실을 알고 많이 울었다. 그럴 수록 더 강해지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면서 이야기도 한다.

에이즈 여성 감염인들의 애환과 소망을 담은 한편의 논문이 출고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뉴시스는 4일 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대학원 성기원씨의 박사학위 논문 'HIV/AIDS 여성 감염인으로 살아가기-낙인 대처 경험을 중심으로'를 입수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우선 여성 감염인들은 차별과 편견을 딛고 '당당한 나'를 찾고 싶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는 지난해 4월부터 10월까지 감염된지 1년이 지나고 지역사회 안에서 일상생활이 가능한 여성 6명을 대상으로 차별이나 편견, 수치심, 위축감 등 낙인과 연관된 단어를 활용한 심층면접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결과 연구 참여자들의 낙인 대처 경험은 '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 '세상에서 내쳐짐', '나한테만 머룰러 있지 않는 병', '드러나지 않으면 상처받지 않음', '고통과 상처 속에서 위안 찾기', '숨어 있지만 당당한 나를 찾고 싶음' 등 7가지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와 에이즈예방협회가 2013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에이즈에 대한 지식, 태도, 신념에 대해 조사한 결과 여전히 '죽음', '불치병'과 같이 공포심을 유발할 수 있는 부정적인 연상단어들과 '성병환자'나 '문란한 성생활', '성매매' 등을 떠올리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1114명의 신규 감염 환자가 신고 됐다. 성별로는 남자가 1016명, 여자가 98명으로 약 10대1의 성비를 보였다. 여성의 감염경로는 이성간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 82%(남성의 경우 46%)로 남성 감염인들과 차이가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에이즈는 단순한 질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염성이 있고 도덕성까지도 연관될 수 있는 사회적인 질병이라는 점에서 여성 감염인들이 경험하는 낙인은 삶의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여성 감염인들은 처음 감염사실을 알게 됐을 때 '문란하게 생활하지 않은 내가 왜 병에 걸리게 되었을까'라며 받아들이지 못했다. 특히 이 병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은 그 어떤 질병보다 심각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연구 참여자들은 감염사실의 노출을 피하기 위해 평범해 보이려고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감염되기 전 일반적인 삶과 다르다는 점을 깨닫고 속상해 했다.

한 연구 참여자는 "문란하거나 그런 애도 아니었는데 내가 왜 이런 거에 걸린 건지, 막 분노 했다가 울었다가 또 웃었다가 계속 그랬다"고 토로했다.

연구 참여자 중에는 찜질방에서 자신의 감염사실을 말했다가 내쫓긴 경험, 면사무소 직원의 부주의로 감염사실이 동네에 소문나 사람들을 피해 도망쳐 나온 경험 등을 겪기도 했다.

이로 인해 연구 참여자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감염사실을 감춘 채 살았고, '옆에 지나치는 경찰들이 알고 나를 잡아가는 것은 아닌지', '병원에서 나의 감염사실이 알려지지 않는지' 항상 두려움에 떨었다.

더욱이 이들은 일반인과 이성교제는 있을 수도, 평범한 가정생활을 하기도 힘들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과 같은 감염인 남성을 만날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살고 있다.

한 연구 참여자는 "저는 솔직히 남자를 못 만나잖아요. 그렇다고 아무하고나 살 수는 없고. (현재 동거하는 남성 감염인 말고) 다른 사람을 만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죠"라고 말했다.

최근 HIV/AIDS는 강력한 치료제인 고강도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HAART)가 개발되면서 더 이상 죽음으로 직행하는 '불치병'이라기보다는 꾸준히 잘 관리하면 살아갈 수 있는 '만성질환'으로 자리 잡았다.

이로 인해 연구 참여자들은 조심만 한다면 남에게 쉽게 감염되지 않을 뿐더러 예전처럼 감염사실이 쉽게 노출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스스로 주홍글씨를 지워가며 '당당한 나'를 찾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한 연구 참여자는 "처음에는 괜히 내 자신이 알려질까봐 죄책감이 들었어요. 그냥 뭐 죄인이라는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지금은 그냥 당당해요. 똑같은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제 7조에 의거해 비밀누설 금지에 따라 관리에 유의하되 사생활보호에 지장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는 사람은 3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고 있다.

또한 2008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감염인에 대한 사용자의 차별금지규정을 신설(법 제3조제5항)해 사용자가 감염인을 차별대우하거나 불이익 주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논문 저자는 "이러한 법적 근거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작금의 현실 속에서 감염인에게 이러한 법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해 나가기 쉽지 않다"며 "감염에 대한 비밀누설 문제가 발생해 피해를 입거나 직장에서의 차별행위 때문에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들을 대변해 법적인 절차를 진행할 수 법률 지원서비스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에서는 올해부터 신속검사법(Rapid test)을 각 구의 보건소에 도입했다. 적극적인 에이즈 지원정책은 환영할만 하지만 감연인들의 노출을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장치는 마련돼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눈문 저자는 "현재 감염인이 진료를 위해 자주 드나드는 병원이나 지원을 받기 위해 찾아가는 보건소는 이들의 노출에 대한 위험성을 예방하기 위한 배려는 부족한 상황"이라며 "이는 비단 병원이나 보건소만의 문제가 아닌 감염인 지원단체나 복지시설에서도 나타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자신의 병으로 인해 자식들에게까지 미칠 낙인을 차단하기 위해 '어머니'로서의 삶을 포기하고 생활하면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지 못하는 현 상황에 대한 죄책감과 양가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이에 대해 논문 저자는 "여성 감염인의 심리사회적 안정을 위한 '모성'을 보호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견과 차별로 주홍글씨를 안고 살아가는 여성 감염인들은 지금도 '당당한 나'를 찾기 위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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