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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돈 때문에 출산 미루면 돈 더 들어"

입력 2015. 03. 04. 10:27 수정 2015. 03. 04.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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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인공수정에서 출산까지 고비용 사회… 맘 놓고 아기 낳을 수 있게 지원 늘려야

"돈 없으니 아이는 조금만 미루자 하던 게 결국 돈 더 드는 일이 돼버렸으니…."

아내 김모씨(33)는 말하는 내내 남편 조모씨(38)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종합병원 대기실에서 진료 예약시간이 되길 기다리는 동안 남편은 난임 부부들이 모인 카페에 올라온 내용들을 아내에게 전했다. 부부는 난임클리닉에 온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참'이다. "(난임 치료기간이) 5년 넘어서 임신되는 사람들도 많다더라. 뭐 우리야 이번엔 되겠지만, 아무튼 맘을 느긋하게 먹으래." 남편 조씨는 애써 아내를 안심시켰다.

아이를 낳는 데 돈이 드는 건 당연하다. 자연임신에 성공해 자연분만하더라도 50만~60만원가량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임신 기간 중 각종 진료비용이나 산후조리원처럼 비용의 편차가 큰 부분은 다 떼도 그렇다. 조씨와 김씨 부부처럼 난임문제로 병원에 가기라도 하면 비용은 급격하게 올라간다. 병원과 구체적 진료항목에 따라 달라지지만 일반적으로 인공수정은 1회당 60만~80만원, 흔히 '시험관'이라 불리는 체외수정은 350만~4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답변이다.

한 산부인과 병원 난임클리닉 의료진이 정자와 난자를 수정하기 위한 보조생식술을 시행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부담이 적지 않은 만큼 정부 지원이 나온다. 인공수정은 1회당 50만원씩 3회, 체외수정은 냉동하지 않은 신선배아이식 1회당 180만원씩 3회, 동결배아이식은 60만원씩 3회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비교적 착상 성공률이 높은 체외수정을 하면 가계에서 한번에 2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나간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지 않아 시술을 반복하면 부담은 갈수록 쌓이게 된다.

다태아의 56.8%가 저체중아

경제적 부담만 큰 것은 아니다. 배란유도제를 주사하고 난자를 채취하는 동안 난소가 부어서 생기는 아픔은 그래도 견딜 만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을 때의 심리적 충격은 감당하기 힘들다. 한 차례 인공수정에 실패한 적이 있는 조씨는 "성공률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았어도 막상 (임신이) 안 됐다고 들었을 땐 아내랑 서로 눈 마주치기도 피할 정도로 절망감이 컸다"고 말했다.

임신부터 출산까지 성공하더라도 어려움은 찾아온다. 쌍둥이 이상 다태아의 56.8%가 저체중아, 56.5%가 조산아로 태어난다. 저체중아의 경우 몸무게에 따라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의료비가 지원금 상한선을 넘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신생아학회가 지난해 신생아 집중치료실을 운영하는 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체중 1㎏ 미만인 신생아 가족 33%에게 지원금 1000만원을 초과하는 의료비가 청구됐다. 체중 1~1.5㎏ 신생아의 경우 5%, 1.5㎏ 이상 신생아의 경우 10%가 지원금을 초과하는 청구서를 받았다.

저체중·조산아 증가로 신생아 집중치료와 의료비 지원에 대한 수요도 커졌다. 하지만 지원이 원활히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고질적인 예산 확보 부족 때문이다. 2008년 50억7100만원이었던 예산액은 지난해 96억1100만원으로 올랐지만 높아진 수요에 따라 부족분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랐다. 2008년 10억원이던 예산 부족분은 지난해 48억원까지 늘어났다. 올해 15억원이 예산에 추가됐지만 여전히 부족분은 4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관동의대 제일병원 곽동욱 교수는 "정부 지원이 전에 비해 늘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보면 경제적인 이유로 돌아서는 부부들이 많다"며 "근본적으로는 임신을 미루지 않고 마음 놓고 아기를 낳을 수 있게 사회가 보장해주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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