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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무산된 'CCTV법'..로비 단초가 된 2개 문건 입수

정성호 입력 2015. 03. 05. 18:29 수정 2015. 03. 13.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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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이 부결되자, 후폭풍이 거셉니다. 회원수 2백만 명이 넘는 인터넷 육아정보 커뮤니티인 '맘스홀릭'에는 사흘째 관련 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난의 화살은 CCTV를 부결시킨 국회의원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법 무산에 대한 학부모와 시민들의 반발은 이미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회원수 만 여 명의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자발적인 시민 모임은 지난 4일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CCTV는 학대를 당해도 제대로 말도 못하는 우리 아이들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밝히고, "CCTV 법안에 반대한 의원들 낙선 운동을 펼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조직화된 어린이집 원장들보다 엄마들 표가 훨씬 더 많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겁니다.

◆ 부결된 어린이집 CCTV 의무화법…법사위 거치며 내용 후퇴

재석 의원 171명 중 찬성 83명, 반대 42명, 기권 46명.

과반수에 3표가 부족해 본회의에서 부결된 CCTV 의무화 법안. 특히, 지역구 의원 투표자 136명 가운데 절반 가량인 67명이 반대하거나 기권했습니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아동폭행 사건 이후 아동학대를 근절하기 위해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국민적 여론과 달리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뭘까요?

그러기 위해선, 영유아보육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살펴봐야 합니다. 영유아보육법개정안은 2013년 3월 21일부터 지난 2월 6일까지 모두 16건이 발의돼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다 CCTV 의무화 논의가 시작되면서 각각의 법률 개정안을 통합·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CCTV 설치 의무화법으로 불리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된 겁니다.

이 과정에서 개정안의 내용은 상당 부분 바뀝니다. 보건복지위가 의결한 안에는 어린이집 내부 상황을 촬영· 저장할 수 있는 폐쇄회로(CCTV)나 네트워크 카메라 등 영상정보 처리기기 설치를 의무화했습니다. 또 녹화된 영상은 보호자가 아동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요청하거나 공공기관이 수사 등 업무에 필요하다고 요청하면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와 함께 아동학대로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거나 폐쇄 명령을 받은 어린이집 운영자는 영구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게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3일 본회의 직전 열린 법사위는 해당 상임위에서 의결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의 일부 내용을 바꿨습니다. CCTV 설치법 가운데 유무선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하는 '네트워크 카메라'(웹 카메라) 설치 조항을 삭제한 겁니다. 게다가 법사위를 거치며 아동학대시 운영자 영구 퇴출 조항이 20년으로 완화됐습니다. 또 CCTV 열람요청 요건도 오히려 강화됐습니다. 법사위에서 논의가 있었다고 하지만, 애초 법안 내용에서 상당 부분 후퇴한 겁니다.

◆ KBS, 로비의 단초가 된 문건 2개 <단독> 입수

왜 이렇게 됐을까요? 그 단초가 될 만한 문서 2건을 입수했습니다. 한국 민간 어린이집 연합회가 몇몇 국회의원에게 전달한 문서입니다. 각각의 문건 작성 시기는 지난 1월과 2월입니다.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근절대책'에 대한 입장, 그리고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법률안 관련 의견입니다.

'정부 대책에 대한 입장' 문건은 상당부분 영구퇴출 제도와 '원스트라이크 아웃' 즉 아동학대 발생시 즉시 폐쇄하는 문제에 대해 지면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시설 운영자와 원장을 영구 퇴출하는 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내용입니다. 이 조항들은 양벌 규정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또 CCTV 의무 설치에 대해서도 모바일 앱 등을 통해 24시간 공개하고 열람할 수 있게 하는 건 교사 인권 등을 침해할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의견' 문건의 내용은 보다 노골적입니다. 그동안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 제출자와 주요내용을 싣고, 이에 대해 찬성과 반대 입장과 함께 의견을 달았습니다. 아동학대 관련 눈에 띄는 대목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이 문건에서 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아동학대 가해자를 영구퇴출하는 건 부당하기 때문에, 가벼운 학대는 5~10년 정도의 중장기 퇴출 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운영자나 원장에게 관리 책임을 물어 영구퇴출하거나 시설폐쇄하는 건 반대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보호자나 지자체장, 부모 모니터링단,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아동학대 확인 목적의 열람 요청을 가능하게 하고, 운영자는 무조건 수용하게 규정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도 연합회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힙니다. 아동학대 확인 목적을 가장한 열람 요청이 쇄도해 업무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겁니다. 이 때문에 조건이 보다 강화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민간어린이집이 주장하는 이 내용들은 어딘가 낯이 익으실 겁니다. 앞서 언급한 본회의에 상정된 안의 내용과 유사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와 전체회의, 법사위 등을 거치며 관계자는 물론 정부, 또 각 의원들은 치열한 갑론을박을 벌였습니다. CCTV 설치와 강력한 처벌이 궁극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공감대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하다는 의견이 더 우세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민간어린이집의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됐고, 법안 내용은 누더기가 됐습니다.

◆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법은 왜 무산됐나?

왜 그럴까요? 그런데, 국회 내부에서는 '조직적 로비'가 있었다는 주장들이 나옵니다. 이익단체는 얼마든지 의견을 내놓을 수 있지만, 이번 경우엔 과했다는 겁니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수시로 국회를 드나들며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일부 지역구 의원들은 압력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한 중진 국회의원은 "선거 때면 어린이집 원장들이 조직력을 앞세워 여론을 주도하기 때문에 그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합회 뿐만 아니라 지역의 어린이집 원장들까지 국회를 찾아오는 일이 잦았다고 말합니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보육단체들은 다른 이익집단에 비해 워낙 로비를 잘하는데, 수시로 의원실을 찾았다"며, "이 분들은 약속도 하지 않고 불쑥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지난달 24일 보건복지위 법안소위원회에는 연합회 측 인사 4~5명이 회의장 한쪽에 앉아 '카카오톡'으로 논의 내용을 실시간 중계했다는 증언까지 나옵니다. 거기에 배석하는 것 자체로도 압력으로 느껴져 제대로 발언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 장진환 회장에게 '조직적 로비가 있지 않았냐'라고 묻자, 수시로 국회에 가서 의견을 개진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안면이 있는 일부 의원에게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이건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린이집에 대해서만 유독 과잉규제를 답은 법안의 내용을 바로잡고 보육료 지원액 현실화 등을 통해 바람직한 보육환경을 만들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한 마디로 조직적 로비라는 말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었습니다.

CCTV 의무화법 부결 이후,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여야는 바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면서 4월 국회에서 재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국민 여론이 아닌 이익단체의 입김에 휘둘렸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로울 수 없게 됐습니다.

※ 이 기사는 3월 5일 KBS 뉴스9에서 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정성호기자 (andrea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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