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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용돈 연금 게다가 반쪽?'..무너진 '전국민 연금시대'

유원중 입력 2015. 03. 06. 06:02 수정 2015. 03. 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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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 개혁 시리즈 2. 국민연금 실질 소득대체율 20%

15년 뒤 2030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정점을 맞아 5,200만 명이 됩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모두 은퇴를 했습니다. 이때 65세 이상 인구는 1,260만 명(24.3%), 인구 4명당 1명이 노인인 초고령사회입니다. 현재의 초중등학생이 경제활동인구의 중심이 되는데 저출산 영향으로 숫자가 적습니다. 노인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스스로 노후소득을 책임져야 합니다. 국민연금이 시작된 건 1988년, 이 시대 노인들은 대부분 연금제도 도입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 노인들에게 국민연금은 어떤 의미가 될까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하나 더. 서구에 소위 괜찮은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은 '약간 과장되게' 얘기해 기도하는 심정으로 은퇴를 손꼽아 기다립니다. 은퇴를 하고 나면 전에 받던 월급의 최소 60-70%를 연금으로 받기 때문입니다. 세금 부담이 사라지고 각종 여행이나 레저 활동 비용이 대폭 낮아지는 '노인용 요금제'의 혜택을 받기도 합니다. 건강만 유지하면 그야말로 은퇴는 불행 끝 행복 시작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정년을 연장하자고 하면 기를 쓰고 반대합니다.

우리 상황은 어떤가요? 내로라하는 회사의 직원들도 스스로 정년연장을 희망합니다. 과도한 사교육비와 집값에 치여 노후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과 조기 은퇴자, 영세 자영업자 등은 노후준비가 더 힘든 상황입니다. 최근 상당수 노인들이 허드레 일자리라도 구하기 위해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상은 노후준비가 잘 안 됐다는 사실을 직감하게 합니다. 그래서 '반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죠. 문제는 이런 현상이 앞으로도 달라지기 힘들다는 겁니다. 달라지는 건 노인인구가 현재 600만 명에서 2050년엔 3배 수준인 1800만 명 선까지 근접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국회 주도로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한 국민대타협기구가 운영되고 있는데 그 안에 '노후소득분과'가 있습니다. 공무원연금 개혁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적정 노후소득은 어느 정도가 필요한 지 알아보자는 거죠. 장기적으로 공무원연금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것이 새누리당과 정부가 검토 중인 제시안이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국민연금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 '용돈 연금' 만든 2007년 국민연금 개혁

국민연금은 지난 2007년 크게 개혁됐습니다. 그 때도 고령사회가 되면 연기금이 고갈되고 미래세대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는 논리였습니다. 대안으로 기여금을 더 내고 소득대체율을 유지하는 방안도 있었지만 결론은 내는 돈은 그대로 두고 나중에 받을 돈 즉, 소득대체율을 낮추게 됐습니다. 두 차례의 연금개혁으로 70%에서 시작했던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이 60%로 다시 40%로 떨어진 거죠.

OECD나 ILO 등 국제기구는 적정한 노후소득을 은퇴 전 소득의 60~70% 수준을 제시합니다. 이들은 연금의 최저 수준을 소득대체율 40%라고 보고 있습니다. 최소한이라는 뜻은 기초연금 수준이라는 의미가 있는데요. 연금전문가인 중앙대 김연명 교수는 기여금을 더 내는 방법을 배제한 채 소득대체율만 크게 떨어트린 2007년 연금 개혁은 국민연금을 기초연금 수준으로 낮춘 셈이라며, 사실상 한국이 복지국가로의 발전 방향을 포기한 선언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혹평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내세우고 있는 목표 소득대체율은 40%! 40년 동안 연금을 내야 합니다. 이게 지금 현실에서 가능하기나 한 얘긴가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가입기간은 25년 정도입니다. 청춘 실업의 급증과 조기 실직자의 양산, 늦춰진 입사 시기와 넘쳐나는 비정규직 수준을 감안하면 이 평균 가입기간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보건복지부가 대타협기구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국민연금 가입자의 평균 실질 소득대체율은 현재도 또 앞으로도 2080년까지 계속 20% 초반 수준에 머물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돈 가치로 볼 때 국민연금가입자의 평균 소득수준인 월급 200만 원을 버는 사람이 40년 동안 기여금을 내면 퇴직후 매월 80만 원(40%)의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는 가입기간이 짧아 약 45만 원 정도밖에 못 받는다는 겁니다.

(단위: 천원,%), (자료: 보건복지부)

▲표1. 국민연금 급여액과 실질소득대체율

■ 반쪽연금은 더 큰 문제

'용돈 연금'이 연금액이 너무 낮다는 뜻이라면 '반쪽 연금'은 그나마도 연금 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절반 밖에 안 된다는 뜻입니다.

국가가 연금제도를 운영하는 목표는 두 가지.

1. 노후생활 안정

2. 사회 통합과 안정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민연금은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액이 너무 적은데 그나마도 많은 사람들이 연금 가입의 사각지대에 있어 연금 적용을 못 받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연금제 운영의 큰 목표가 둘 다 훼손되고 있는 거죠. 사각지대는 비정규직, 영세기업 근로자,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와 조기 은퇴로 가입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이 역시 보건복지부와 지난해 국감에 제출된 자료를 종합해 보면

1. 국민연금가입자나 경제활동인구 대비 연금 적용을 못 받는 사람은 28% 수준이고

2. 이를 총인구로 따지면 전체의 50%가 연금 제도 밖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연금의 사각지대 문제는 경제활동 시기의 빈부 격차가 노인이 되어서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결국 사회보장제도로 등장한 연금이 제 기능을 못한다는 근본적인 물음에 직면하게 됩니다.

▲표2. 국민연금 사각지대의 구성과 현황(2013년)

중요한 건 65세 이상 인구 중에 국민연금 수령자 비율일텐데요. 보건복지부가 대타협기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40년쯤 돼야 50% 수준이 될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때 65세 노인인구는 1,600만 명으로 예상되니까 800만 명이 국민연금 없이 노후를 보내야 한다는 뜻입니다.

(단위: 천명, %) (자료: 보건복지부)

▲ 표3. 65세 이상 인구 중 국민연금 수령자 연도별 비율

90년대 이후 세계 각국이 크든 작든 연금개혁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처럼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후소득에 대한 고려 없이 연금의 재정안정에만 집착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결과적으로 수백만 명의 노인들이 빈곤상태에 빠지면 국가는 기초연금을 강화해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야 할 텐데 이는 100% 세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이 역시 미래세대의 부담이긴 마찬가지 아닌가요?

미래세대가 겪을 부담을 미리미리 계산해서 연금 재정을 건강하게 가져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장 10-20년 후에 예상되는 엄청난 규모의 노인빈곤 해결 방안은 당장 필요합니다.

노인빈곤의 충격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이 연금의 재정문제보다 더 궁극적으로 미래세대를 돕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Q. 국민연금의 낮은 소득대체율 원인과 문제점은?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

Q. 소득대체율을 크게 낮춘 2007년 국민연금 개혁에 대한 평가는?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김연명 교수>

유원중기자 (i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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