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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지의 산소호흡기]보육교사를 학부모로 둔갑시킨 국회 공청회(空聽會)

김명지 기자 입력 2015. 03. 13. 04:01 수정 2015. 03. 13.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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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비즈 경제정책부 국회팀 김명지 기자입니다. 오늘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된 이른바 '어린이집CCTV법(영유아보육법 개정안)'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해당 관련 법안 내용 에 대해서는 잘 아실 것 같아 생략하고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2월 9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 관련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인천 송도 어린이집 폭행 사건 등으로 충격을 받은 국민 여론이 관련 법안의 통과를 강하게 요구한 데 따라, 소관 상임위원회인 복지위가 사회 각계의 의견을 묻기 위해 추진한 겁니다.

참석자는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보육교사 등 어린이집 관계자 5명, 학계 2명, 학부모 2명 등 9명으로 구성했습니다. 국민 여론과 달리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었기에 이날 공청회는 격렬한 토론의 장이 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공청회는 회의 시작 30분만에 싱겁게 끝났습니다. 어린이집 관계자는 물론이고 학부모 대표까지 나서서 "CCTV의무화법은 대안이 될 수 없으니 보육의 질을 높이려면 보육교사의 처우부터 개선하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학부모 대표 2명의 이력을 찾아 본 결과 한 사람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출신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한 명은 정당인 출신으로 경기도 한 어린이집 운영위원회 대표였습니다. 학계로 참석한 제갈현숙 한신대 교수는 어린이집 외부이사였고, 정효정 중원대 교수는 보육시설 원장이 모인 단체인 '한국영유아보육학회'의 회장으로 드러났습니다.

학부모 대표와 학계 대표를 모두 어린이집 관계자들로 채운 겁니다. 오죽하면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이 "전부 다 보육서비스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돼서 한쪽 이야기만 자꾸 듣게 된다"면서 "실질적인 학부모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안타깝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사무처 담당자는 학부모 진술인을 포함해 공청회 일정까지 어린이집연합회 등 다양한 이익단체로부터 추천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공교롭게도 그렇게 됐어요. 학부모를 섭외하려고 했는데, 공청회 일정이 워낙 급하게 잡혀서요. 보육교사 출신이라도 학부모는 학부모잖아요."라면서 궁색하게 변명했습니다.

국회 공청회는 법 제정에 앞서 국민의 여론과 전문가의 의견 등을 듣기 위해 법으로 정한 제도 입니다. 유관 단체의 진술인 추천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학부모를 배제한 공청회라니요.

저는 아이 엄마도 아니고, 보육교사도 아닙니다. 문제는 국회의 행태입니다. 얼마전 어린이집 관련 이익단체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조직적인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됐었습니다. 공청회 진술인 추천을 이익단체에게 전적으로 맡긴 것은 명백한 배임(背任)입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국민을 대하는 국회를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얼마 전 국회에 나와 기자들 앞에서 이 법안 통과를 호소한 인천 송도 어린이집 학부모의 말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저희 아이는 지금도 한 밤 중에 땀에 흠뻑 젖어서 일어납니다. 저는 단지 말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기를 바랄 뿐이에요. 제발 아이들의 안전을 모른 척 하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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