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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그룹 거액대출 미스터리 '샤갈' '청화백자'로 돈세탁 정황

엄상현 기자 | 입력 2015. 03. 25. 11:29 수정 2015. 03. 25.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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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교 관련社 '의문의 자금 거래' 대외비 문건

" 정윤회 문건은 허위다." 1월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세계일보가 보도한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같은 달 21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통일교 관계사인 (주)청심, (주)진흥레저파인리즈 등 청심그룹 관련 회사들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를 통보하고, 회계장부를 비롯한 관련 자료를 제출받는 등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청 조사4국은 비자금 횡령이나 탈세 제보 등이 있을 때 사전 예고 없이 긴급 투입되는 조직이다. 국세청장 직속으로, 청와대 민정수석실이나 민원실에 접수된 제보 내용을 넘겨받고 이른바 청와대 하명사건을 담당하기도 한다. 통일교 계열사인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한 보복성 조사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로부터 이틀 뒤, 서울중앙지검이 통일교 고위 인사들에 대해 '수천억 배임혐의'로 수사를 진행한다는 소식이 한 중앙일간지에 보도됐다. 통일교 신자로 알려진 회계전문가 남OO 씨가 지난해 6월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한 데 따른 수사라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정윤회 문건' 수사가 끝나자마자 국세청과 검찰이 통일교 관련 회사들에 칼끝을 겨눈 형국이다.

검찰의 수사 대상은 공교롭게도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대상과 겹친다. 피고발인 김OO 씨, 다른 김OO 씨, 하OO 씨 등 3명이 국세청이 세무조사를 통보한 청심그룹 관련 회사들의 대표 또는 핵심 관계자들이다.

의혹의 중심 '청심교회'

조사 및 수사 선상에 오른 청심그룹은 (주)청심을 주 계열사로 두고 청심국제문화재단, 청심복지재단, 청심학원 등 별도의 법인을 세워 통일교의 '청평 성지'를 관리하는 기업집단이다. 경기 가평군에 자리 잡은 천정궁박물관과 천주청평수련원, 청심국제병원, 청심국제중·고등학교, 청심빌리지 실버타운, 청심국제청소년수련원, 청심평화월드센터 등 의료·복지·교육·선교 관련 시설이 모두 청심그룹 소유다. 강원 고성군 파인리즈CC 골프장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주)진흥레저파인리즈와 부동산 개발업체인 (주)흥일도 관계사다. 따라서 통일교와 관련된 주요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곳이 청심그룹이라고 볼 수 있다.

국세청이 이들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에 착수한 배경의 하나는 통일교 내부에서 작성한 청심그룹 헌금횡령 의혹 문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통일교 관계자는 "통일교 내부에서 청심그룹의 이상한 자금 거래에 대해 이미 지난해부터 문제 제기를 했고, 청와대와 국세청 등 관계 요로에 일부 증빙자료와 함께 헌금횡령을 제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경기도 가평군 청심교회(오른쪽)와 통일교 일본 교회의 자금 세탁에 활용됐다는 의혹이 불거진 샤갈의 '동물들과 음악'(왼쪽 위), '청화백자용무늬항아리'.

'신동아' 취재팀은 이 내부 문건과 함께 수백억 원대에 달하는 의문의 해외 자금 거래 흔적을 추적한 별도의 대외비 문건을 입수했다. 청심그룹 헌금횡령 의혹 문건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검찰 고발장 내용과 거의 같은 것으로 보인다.

이들 문건에 따르면 횡령 의혹의 중심에 청심교회가 등장한다. 이 교회는 통일교 '청평 성지'에서 2~3km 떨어진 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데, 외형상 순수한 종교시설이다. 신도는 대부분 마을 사람들로, '청평 성지'의 통일교 관련 시설에서 근무하거나 인근 논과 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그런데 이 교회에서 적게는 수백억 원, 많게는 수천억 원대의 자금을 청심그룹 계열사에 대출해줬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대출 내역은 (주)진흥레저파인리즈에 1885억 원, (주)흥일에 540억 원, (주)청심에 88억 원 등 합치면 2500억 원을 넘어선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에 공개된 이들 회사의 감사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사실은 확인된다.

통일교 측 "우린 전혀 모르는 일"

과연 순수한 교회 신도들의 헌금으로만 이처럼 막대한 대출이 가능할까. 더욱이 문건은 이 교회에 대해 "10년 전에는 목회자 사은비(급여)조차 넉넉하게 드리지 못할 정도의 열악한 지방 교회였다. 연간 헌금은 10억 원 미만이며 최근 10년간 헌금총액이 100억 원이 못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청심교회로부터 대출을 받은 회사들이 하나같이 '부실덩어리'라는 것이다. 가장 많은 대출을 받은 (주)진흥레저파인리즈는 자본(51억 원)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총 자산 3120여억 원에 부채가 3160여억 원이다. 청심교회의 대출금 규모가 부채의 60%를 차지한다. 특히 2005년부터 시작된 영업손실이 매년 이어져 2013년에는 적자 폭이 140억 원대로 커졌다. 결국 2013년 기준, 자본총계는 -42억여 원이다.

'투자' 명목으로 '횡령'?

(주)흥일의 재정 상태는 더 안 좋다. 자본금 5000만 원에 회사 자산은 376억 원인데 부채는 565억 원이나 된다. 빚이 200억 원가량 더 많다. 그런데 수익은 몇 년째 0원이다. 매년 50억~60억 원의 손실을 본다. (주)청심의 경우 2012년 유한회사로 변경하면서 마지막으로 올린 2011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때 이미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결과적으로 청심교회에서 대출해준 25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이 이 3개 회사를 통해 사라진 셈이다. 정상적인 채권자라면 서둘러 회수해야 한다.

하지만 청심교회 측은 아직까지 별다른 회수 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다. 교회 헌금 횡령 및 유용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이다. 다음은 취재팀이 입수한 내부 문건 내용 중 일부다. "자본 잠식 상태의 깡통회사에 무슨 수로 영업이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천문학적 거금 2513억 원을 대여한 것인지…혹시 '투자'라는 명목으로 공금 횡령 및 유용을 감춘 건 아닌지 심히 의심스럽다."

만약 청심교회 측 누군가가 막대한 손해를 입을 것을 알면서도 대출금 회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 법적으로 배임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 통일교 측에서는 이에 대해 "우리는 전혀 모른다. 청심교회에 확인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청심교회 책임자는 하OO 목사다. 그는 교회뿐 아니라 청심수련원 원장, 청심학원(청심국제중고등학교) 이사장 등을 겸임하면서 청심 계열사 대출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팀은 하 목사 주변을 탐문하던 중 그가 최근 모든 자리에서 물러났다는 얘기를 들었다. 청심교회 관계자는 "우리도 목사님이 왜 그만뒀는지 모른다. 그냥 그만뒀다는 통보만 받았다"면서 "지금은 연락도 되지 않고, 연락처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하 목사만 그만둔 게 아니다. 통일교 측은 (주)진흥레저파인리즈 대표이사 김OO 씨를 포함해 청심교회 대출 사건과 관련해서 답변해줄 만한 사람들 대부분이 그만뒀다고 전해왔다. 결국 취재팀은 어느 누구로부터도 이 의문의 대출 미스터리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다.

'샤갈' '청화백자'에 쏠린 의문

도대체 청심교회 대출 자금의 출처는 어디일까. 취재팀이 입수한 별도의 대외비 문건에는 자금의 출처를 추정할 만한 단서들이 일부 포함돼 있다. 그중 하나가 미국 민간 조사업체로 보이는 '투 트라이앵글 컴퍼니(Two Triangle Company)'사에서 2014년 2월 17일 작성한 국제계좌 자금추적 결과 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통일교 일본 교회의 헌금으로 추정되는 자금이 2013년 5월부터 12월 사이에 일본 시티은행 계좌에서 조세피난처인 홍콩과 세이셸을 거쳐 미국 JP모건 계좌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금 규모는 세 차례에 걸쳐 모두 7000만 달러, 한화 77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 통일교 재단 고위 인사인 김OO, 조OO, 문OO 씨 등 3명이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또한 일본의 일부 자금으로 수십억 원대를 호가하는 샤갈의 '동물들과 음악', 국보급 문화재인 '청화백자용무늬항아리' 등을 구입한 뒤 홍콩 옥션과 미국 뉴욕 소더비 등에서 경매로 매각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한 정황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통일교와 관련된 거액의 자금이 조세피난처를 거쳐 이동하고, 고가의 예술품들을 통해 세탁된 게 사실이라면 분명 정상적인 자금 흐름으로 보기 어렵다. 통일교 측에서는 이에 대해서도 "처음 듣는 내용"이라면서 "일본 교회 쪽 일이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과 검찰 측은 이번 조사 및 수사와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조사4국에서 조사를 시작했다면 불법적인 부분이 이미 어느 정도 확인됐다고 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조사가 끝날 때까지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간부도 "사안 자체가 민감할 뿐 아니라 자칫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어서 어떤 것도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 언급 자체를 피했다. 두 사정기관이 청심그룹 내부의 자금거래뿐 아니라 일본 등 해외의 자금 흐름에 대한 조사·수사에 나설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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