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교육 때 동성애 언급말라"..교육부 지침 논란

입력 2015. 3. 29. 20:20 수정 2015. 3. 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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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선 학교에 '성교육 표준안' 하달

"기존안 성소수자 부분 삭제" 요구도

보수단체 반발에 인권 교육 후퇴"청소년 성소수자 포용 못해" 비판

교육부가 체계적인 성교육을 하겠다며 올해 처음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도입했지만 동성애 등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막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예상된다. 정체성 혼란을 겪는 성소수자 학생들을 배려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학교 현장의 변화를 무시한 퇴행적 지침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29일 교육부가 각 시·도 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전달한 '성교육 표준안 연수자료'의 내용을 보면, "성교육은 교사의 성적 가치를 전수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동성애에 대한 지도는 허락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다양한 성적 지향(을 가리키는) 용어 사용을 금지"한다거나 "(기존 교육안에서) 성소수자 내용을 삭제"하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성소수자 관련 교육을 원천 차단한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관련 누리집에 게시한 유치원~고등학교 과정 성교육 강의자료를 보면 성소수자는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박근혜 정부 들어 교육부는 넘쳐나는 성 지식 속에서 학생들이 실질적인 지식을 얻고 바른 가치관을 세우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해당 표준안을 도입했다. 학교 성교육은 오는 4월부터 표준안의 범위 안에서만 이뤄지게 된다.

그러나 공개된 성교육 표준안은 그동안 학교에서 따돌림 등에 시달려온 청소년 성소수자들을 전혀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실시한 '한국 성소수자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 결과를 보면, 18살 이하 응답자 623명의 45.7%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을 정도로 10대 성소수자는 기댈 곳이 없다. '십대 섹슈얼리티 인권모임'의 쥬리 활동가는 "많은 10대 성소수자들이 믿을 만한 정보나 교육을 필요로 하는 만큼 성소수자 인권 교육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교육부가 기존의 성교육 매뉴얼이나 고등학교 보건 교과에도 명기된 '성소수자' 관련 내용을 표준안에 담지 않은 것은 보수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공개된 표준안 초안에 '다양한 성적 지향' 등 성소수자를 가리키는 내용이 담기자 한국교회언론회 등 보수 개신교 단체는 "동성애는 사회적으로 볼 때 여러 가지 부작용을 낳는 '위험행동'으로 보아 경계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 관계자는 "순결교육에서 탈피한 성교육 표준안 마련이 시급한데 보수단체들의 반대가 심해 합의점을 찾기 어려웠다. 일단 교육안을 내놓고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하려는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일선 교사들은 기존에 교육해온 내용과 충돌할 뿐 아니라 수업자율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 고등학교 보건교사는 "그동안 아이들이 편견 없이 성소수자들을 바라보도록 수업을 해왔는데 표준안에서 벗어난 교육은 절대 안 된다고 해서 많이 위축된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소속 장미란 보건위원장은 "이번 교육부 표준안은 청소년들이 처한 현실과 괴리가 크다. 특정 진영에서 비판이 제기돼도 학생 교육을 위해서 교육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짚었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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