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한겨레21

"포퓰리즘이라는 건 질투이거나 음해"

입력 2015. 04. 01. 14:10 수정 2015. 04. 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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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홍준표 경남지사 논리대로 물어본 인터뷰

"홍 지사 무상급식 철회는 의견 수렴 과정 거쳤어야… 난 정상적 의미의 보수"

인터뷰는 두 차례나 중단됐다. 초등학생들이 시장실에 언제든 들어와 시장과 얘기하고 사진도 찍는 성남시청만의 견학 프로그램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주인이 누구니?"란 물음에 어떤 아이가 "박근혜"라고 하자 이재명 시장(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은 "국민"이라고 고쳐줬다. "너희들도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 (부가세 형식으로) 세금을 낸다"며 그에 합당한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일러주기도 했다.

"성남은 밥을 선택한 밥충이처럼 표현"

최근 그는 세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가를 두고 홍준표 경남지사와 충돌했다. 4월부터 보편적 무상급식을 중단하며 "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지 밥 먹으러 가는 곳이 아니다"라고 한 홍 지사의 말에, 이 시장은 "밥과 공부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맞받았다. 성남시는 무상급식에 이어 무상교복, 무상 공공산후조리원 지원도 추진한다. 여권은 표를 의식한 "무상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3월26일 성남시청 시장실에서 만난 이 시장은 "홍 지사는 무능함을 넘어 부도덕하다. 부정부패와 낭비성 예산만 줄여도 지금 논쟁이 붙은 무상복지 정책들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공중부양이 가능하다'는 허경영씨의 말 중에 "나라의 예산이 부족한 게 아니다. 도둑놈이 많아서 그렇다"는 부분은 공감이 간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 3월23일 홍 지사에게 무상복지와 관련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한겨레21>은 홍 지사 쪽이 내세운 논리대로 묻고, 그의 생각을 들었다.

'홍 지사가 부도덕하다'고 말했는데?

"밥그릇(무상급식 예산)을 뺏을 게 아니라 추가로 서민 자녀 교육 지원 사업을 하면 된다."

홍 지사는 '도 예산이 넉넉하지 않으니 형편이 좋은 애들까지 무상급식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비로 돌리는 것이 더 올바른 서민 정책이다'라고 말한다.

"홍 지사는 밥보다 공부가 중요하다며 양자택일의 문제처럼 말한다. 무상급식을 하는 성남은 밥을 선택한 밥충이처럼 표현한다. 우선 성남은 이미 사교육비 절감과 창의교육을 할 수 있도록 지난해 172억원, 올해 204억원을 지원하고 있다. 예산은 언제나 부족하다. 결국 정책 우선순위에 대한 철학과 의지, 단체장 능력의 문제다. 예산 낭비 요소를 최소화하면 논란이 되는 복지 문제는 대체적으로 해결 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불필요한 토목사업, 보도블록·도로포장·조경공사, 과도한 청사 신축 등의 요소를 줄이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성남시의 세입(수입)은 똑같은데 (한나라당 출신의) 전임 시장은 7285억원의 빚을 졌지만, 이제 5700억원을 갚고 그간 하지 않던 무상복지 정책까지 하고 있다."

"주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최선의 성과를 내어 정치적 지지를 확대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 그걸 잘하는 것이 유능한 정치인이다. 그런 의미의 포퓰리즘이라면 권장해야 한다."

"똑같은 교육비 지원 사업이지만…"

성남처럼 경남이 교육 지원 사업을 하는 것이 뭐가 잘못됐느냐고 할 수 있다.

"하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하는 건 아니다. 홍 지사는 돈이 없어서 급식을 중단하는 것처럼 얘기했다. 그런데 (엄밀히 말해) 교육청 소관인 교육비 지원 사업을 신규로 하면서 돈이 없어서 급식을 중단한다고 했던 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성남도 교육 지원 사업을 하지만 애들 밥을 빼앗아 한 것이 아니다."

홍 지사는 부유층과 저소득층의 교육비 지출이 '8 대 1'로 벌어졌기 때문에 급식예산을 서민 자녀 교육 지원에 몰아주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럴듯하다. 취약계층을 북돋워주는 측면에서 맞는 말이지만 학교라는 특수성을 무시한 억지다. 왜 학교에서 보편적 무상급식을 할까? 의무교육 과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군인에게 밥을 주는 것과 같다. 중요한 또 하나는, 학교란 공간은 집단적으로 모여 있어 누가 얻어먹는지 다 드러난다. '너는 얻어먹는 사람' '나는 가난한 사람'이란 낙인 효과로 계층화가 이뤄진다. 큰 상처를 주는 반교육적 처사다."

경남은 선별적 급식으로 전환하면서 국가로부터 급식을 지원받는 저소득층의 경우 온라인으로 지원 신청을 하니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본인은 알고 있다. 마음속에 '가난 증명서를 내고 얻어먹는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한다. (지원받는 것을) 가릴 수 있느냐 없느냐는 부차적이다. 사실 가릴 수도 없다. (집단화된 학교에서) 어떻게든 나타나게 된다."

홍 지사 쪽은 한정된 재원 안에서 서민을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의 판단이지, 대권을 위한 전략적 포석은 아니라고 말한다. 이 시장은 '아이들 밥을 빼앗아 왕관을 만들려고 한다'고 비판했는데.

"그렇게 확신한다. 서민 입장에선 신규 지원 사업보다 받던 것을 빼앗기는 것이 더 아프다. 무상급식보다 서민 교육 지원이 좋다면 선거 때 공약으로 제시하든지, 선거 이후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쳤어야 했다. 그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독재다. 그런데도 홍 지사의 전국적 지지율은 (소폭) 올라가고 있으니 홍 지사 입장에선 손해가 아니다. 그래서 나쁘다는 것이다. 본인의 정치적 이익은 챙겼을지 몰라도, 경남의 학생·학부모들은 고통스럽다. 경남의 도 예산이 7조원 정도 된다는데 다른 영역의 낭비 요소를 조정하면 경남의 보편적 무상급식 예산(643억원)은 만들 수 있다."

"나 혼자 탈출했다고 좋아하면 되겠나"

홍 지사는 점심시간에 물로 배를 채우고 친구들의 반찬 냄새가 싫어 산에 올라갔다가 내려왔던 학창 시절을 통과한 뒤 사법고시에 합격해 검사가 됐다. 중·고등학교를 다니지 못한 이 시장은 검정고시로 대학에 갔고 인권변호사가 됐다. 15살 때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팔이 눌려 장애등급도 받았다. 온라인에선 힘겨운 성장 과정을 거친 두 사람의 전혀 다른 정책을 비교하는 이들이 많다.

선별적 복지를 하는 홍 지사와 달리 공공복지 확대에 나서는 이유는 뭔가.

"공공의 역할이 축소되고 민간으로 이양되면서 약육강식, 승자독식, 극단적 양극화 사회가 됐다. 사회 활력이 떨어지고 사람들은 기회를 못 갖게 되니 희망을 잃는다. 기회와 소득을 소수가 독점해서 그렇다. 기회와 자원을 좀더 공평하게 나누려면 공공이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리 가족이 7남매인데 그중엔 막노동, 청소부를 한 사람도 있다. 난 검정고시, 공장노동자 출신이고 산재사고를 당한 장애인이다.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 경험이 오히려 공존의 삶을 실천하는 데 중요한 기초가 됐다. 나 혼자 (어려운 환경에서) 탈출했다고 좋아하면 되겠나."

야권 일각에선 홍 지사의 결정에 정치권이 반응하면서 그의 '노이즈마케팅'에 휘말린 측면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무시할 순 없었나.

"홍 지사의 이번 결정이 여권의 무능함과 부도덕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어쨌든 홍 지사의 결정이 이슈가 된 상황에서 성남이 색다른 정책을 하고 있으니 이것을 같이 알리면 국민에게 민주적 가치를 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똑같은 지자체인데 성남은 밥을 주면서 공부도 시키고 교복까지 주네. 포퓰리즘 아니냐'라고 생각하면서도 (국민들은) 결국 성남이 하는 것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성남의 복지정책이 무상 포퓰리즘이라는 여권의 비판은 어떻게 보나.

"자기들이 못하니까 포퓰리즘이라고 폄하하려는 것이다. 질투심이거나 음해다. (그들이 말하는) 포퓰리즘은 표를 얻기 위해 바람직하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다. 성남의 정책 가운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뭔가? 시민들은 무상급식, 무상교복, 무상 공공산후조리원이 잘못됐다고 하지 않는다. 똑같은 세금으로 시민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면 계속 더 만들어갈 것이다."

"중앙정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시장의 의무"

보수 쪽에서 공짜 복지라고 비판하니, 무상복지 용어를 바꾸자는 의견도 나온다.

"야권의 대응이 문제다. 복지 시책은 기본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국민이 혜택을 보는 것이어서 공짜가 아니다. 세금을 냈으니까, 당당하게 (무상복지를) 누릴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치받았어야 했다. 보수언론 등에서 '무상은 나쁜 것이다, 포퓰리즘이다'라고 프레임 공격을 가하면서 의미가 나쁘게 변질됐다. 처음엔 공공산후조리원에 무상을 붙일까 말까 고민하다가 회피하지 말자고 생각해 무상을 붙였다."

이후 벌어질 논쟁을 기대했던 건 아닌가.

"그런 측면도 있다. 상대가 문제 삼는 것 자체가 홍보 효과도 있으니까."

대중이 원하고 호응할 만한 지점과 이슈를 짚어내는 데 능하다는 의미에서 '이재명은 포퓰리스트'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주권자들이 원하는 것을 철저하게 준비해서 나쁜 짓 하지 않고 최선의 성과를 내어 정치적 지지를 확대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 그걸 잘하는 것이 유능한 정치인이다. 그런 의미의 포퓰리즘이라면 권장해야 한다. 나도 그렇게 되려고 노력한다. 내가 예수나 부처가 되려고 하는 게 아니니까."

트위터·페이스북 발언이 심할 정도로 활발하다.

"귀찮아서 하지 않다가 2012년부터 시작했다. 당시 어느 종합일간지가 '(옛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세력의) 청소용역업체 나눔환경에 성남시가 용역 특혜를 줬으니 이재명도 종북 아니냐'는 식의 기사를 3일간 12꼭지 썼다. 나로선 음해성 기사였는데 반격할 수 없었다. 언론이 나에 대해 안 써주니까. 악의성을 가진 제도언론에 대한 방어용으로 SNS를 개인 언론, 개인 마이크로 활용했다. 지금은 소통과 홍보용으로 많이 쓴다."

지난해 '세월호가 국정원의 소유인 것 같다'는 글을 썼다가 국정원 관련 단체에 고발을 당했다. 시정 현안을 넘어 정치·사회적 발언을 SNS에서 너무 많이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은 성남시 이야기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앙정부가 시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말하고 대안을 내는 것도 나의 의무다. 국가기관의 부당한 의도가 있다면 (이를) 고쳐야 국민과 성남 시민의 삶이 개선된다. (당시) 국정원이 세월호 소유자라고 할 만한 행동을 하니까 의심스럽다고 말한 것이다."

"2012년 어느 종합일간지가 '이재명도 종북 아니냐'는 식의 기사를 3일간 12꼭지 썼다. 악의를 가진 제도언론에 대한 방어용으로 SNS를 개인 언론, 개인 마이크로 활용했다. 지금은 소통과 홍보용으로 많이 쓴다."

진보 성향 단체장의 최전선?

지금 이 시장은 진보 성향 단체장을 대표해 최전선에 있는 듯 보인다. 정작 그는 "난 진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부패하고 불합리한 세력이 "보수란 이름으로 치장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상식·정의·균형·공평을 확보하자는 게 전통적 의미의 보수다. 상식을 갖추고 인간다운 최저한의 삶이 보장되기를 바라는 나는 정상적 의미의 보수다"라고 말했다.

성남=글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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