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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유상급식 첫날..어머니는 밥짓고, 교사는 굶고

최민지 기자 입력 2015. 04. 01. 15:55 수정 2015. 04. 01.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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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서민지원 사업은 '신청자 미달'로 신청기간 연장

[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홍준표 서민지원 사업은 '신청자 미달'로 신청기간 연장]

경남도에서 실시됐던 무상급식이 1일부터 중단됐다. 그간 혜택을 받아온 초등학생과 일부지역 중·고교생 29만명 중 22만명이 돈을 내고 밥을 먹는다. 유상급식 첫날, 경남도 곳곳에서는 학부모와 교원단체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무상급식 중단에 반대하는 뜻을 밝혔다.

경남도가 무상급식 지원을 중단하면서 추진한 '서민자녀 교육지원 사업'은 지원자가 당초 예상치의 절반도 모이지 않아 신청 기간을 연장한다.

◇학부모·교원단체 "아이들이 밥 굶는 일 없어야 해"=1일 오전 경남 지수초등학교에서는 학부모들의 밥짓기 행사가 열렸다. 돈 내고 먹는 학교 급식을 거부하겠다는 뜻에서 학부모들이 준비한 이벤트다.

이날 오전 지수초 학부모회원 15명은 학교 건물 뒤편 공터에 임시 조리시설을 설치하고 점심 식사를 준비했다. 학생들은 공터에 마련된 천막 아래서 학부모들이 조리한 닭백숙으로 한 끼를 해결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전적으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일"이라며 "나도 오늘 학교와서 몰려드는 취재진을 보고서야 행사 내용을 알았다"고 전했다.

이날 경남 대감초등학교 손은경 교사는 점심 한 끼를 굶었다. 손 교사는 빈 식판을 들고 급식실로 들어섰다. 식판 위에는 '무상급식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라고 적힌 종이를 얹었다.

손 교사는 "지난해 가르쳤던 제자의 어머니가 나를 찾아와서 '급식비 때문에 고민이 많다'며 우시는 것을 보고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고통을 절감, 시위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 손 교사는 "동료 교사, 학부모들이 격려해주고 있어 힘이 난다"며 "오늘 오후 인근 학교 선생님들과 모여 어떤 식으로 시위를 지속할 지에 대해 상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경남지역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500여명은 박 교사와 같은 방식으로 일제히 점심을 굶었다.

이밖에도 경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하동군 고전·적량·악양 등 3개 초등학교 학부모회는 4월 급식비를 내지 않겠다고 하동교육지원청에 통보했다. 급식비 납입일은 4월 초 경이라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또 경남 도내 상당수 학교에서 1인 시위, 급식비 납입 거부 등 무상급식 중단에 반발하는 학부모 연대 투쟁이 계획돼있어 당분간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홍준표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 신청기간 무기한 연장=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22만명의 학생이 당장 경제적 부담을 떠안는 데 대해 교육감으로서 도의적·정치적 책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석고대죄하고 싶은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또 박 교육감은 "앞으로도 도청과 대화를 통해 무상급식 복귀를 위해 대화를 시도하는 등 최선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식 거부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서는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그는 "도시락을 싸오는 등 급식을 거부하는 학생이 전교생 가운데 반 이상이 되면 식재료 납품업체들이 납품을 포기하거나 급식단가가 인상돼 학부모들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경남도에서 무상급식 예산 643억원을 빼내 추진하는 '서민자녀 교육지원사업'은 신청 기간을 무기한 연장하기로 했다. 사업은 서민 자녀들이 1인당 연간 50만원의 교육비를 지원받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신청자는 자신의 소득수준을 증빙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도청 관계자는 "기존 신청일은 오는 3일까지였지만 여건이 안 돼 기일까지 지원서를 접수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접수 기간을 늘린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밝힌 신청자수는 3월 말 기준으로 3만8000여명이다. 당초 도청이 계획했던 지원 범위는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250% 수준(4인가구 기준 월 소득액 약 250만원)인 가계의 자녀 10만명이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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