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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에서 차별이 시작됐다".. 학부모·시민·교육계 폭발

입력 2015. 04. 01. 16:09 수정 2015. 04. 01.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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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중단으로 비교육적 '가난 낙인' 우려

[경남CBS 최호영 기자]

지난 2007년 거창군에서 전국 처음 시작됐던 경남의 무상급식이 8년 만에 전면 중단됐다. 저소득층 자녀와 특수학교 학생 6만 6천여명을 제외한 경남 모든 초·중·고등학생 21만 8천여명은 4월부터 돈을 내고 밥을 먹어야 한다.

학교 현장의 '급식 차별' 혼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학부모들은 직접 아이들의 밥을 해 먹이는 가 하면, 급식비 납부 거부 움직임 등으로 분노를 표출하고 있고, 돈을 내고 밥을 먹는 아이들과 공짜 밥을 먹는 아이들과도 구분이 되면서 비교육적 가난 낙인 효과가 발생될 우려가 커졌다.

도내 곳곳에서 교사와 농민, 시민단체들까지 줄을 지어 홍준표 경남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항의했다.

◇ "급식 엄마들이 지킨다"… 학부모들 폭발

유상급식 전환 첫 날인 1일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눈칫밥을 먹이지 않겠다며 직접 밥을 지어 먹였다.

진주 지수초중학교 학부모들은 이날 오전 운동장에 커다란 솥과 식자재를 들고 점심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백숙. 급식비를 내지 않겠다며 점심을 직접 지여 먹였는데, 70여명의 초중학생들은 천막을 설치한 간이 식당에서 오손도손 점심을 나눠 먹었다.

천막 옆에는 '밥상머리 받은 설움 평생 간다, 의무급식 시행하라'는 현수막도 걸렸다. 학부모들은 2일에도 밥 짓기에 나선다.

거창과 산청에서는 학부모들이 도시락을 싸서 아이들을 학교로 보냈고, 일부 아이들은 점심 때 집에 가서 밥을 먹기도 했다.

거창 웅양초의 경우 전교생 61명 가운데 28명이 도시락을 지참하기도 했고, 웅양중은 30명 중 10명이 급식을 거부하고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먹었다.

군 지역을 중심으로 급식비 납부 거부 연대 움직임이 일고 있어 도시락을 지참하는 아이들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들은 이날 학교별로 1인 시위를 하기도 했고, 지역별로 기자회견도 열며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했다.

친환경무상급식지키기 운동본부는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본부와 학부모들은 유상급식으로 전환됐다고 해서 결단코 이 투쟁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도시락 싸기와 급식비 납부 거부 등과 같은 저항은 당연한 우리의 권리를 우리 스스로가 찾고자 하는 마음이며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한 학부모는 "여자들은 약하지만 엄마들은 정말 강하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은데, 그 부분은 꼭 알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는 "1인 시위를 하는 엄마들을 종북세력으로 모는 것에 대해 정말 힘들다"며 "아줌마라고 너무 무시하는 것 같은데 아이들을 키우는데 있어 엄마들은 다 생각이 있고 신념이 있다"고 비판했다.

◇ "잔인한 4월, 증세와 마찬가지" 교사들도 급식 중단에 반발

이날 오후 창원시 신방초등학교 급식실. 교사들이 아이들의 급식지도를 한 뒤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 아이들은 배고픔에 허겁지겁 밥을 먹지만, 교사들의 식판은 텅 비어 있다. 그리고 식판 위에는 '아이들의 소중한 밥상을 지켜주세요', '급식도 의무교육입니다, 무상급식 지원확대 약속 지켜주세요'라는 문구가 담긴 종이가 밥 대신 놓여 있었다.

교사들이 무상급식 중단에 항의해 이날 점심 단식에 나선 것. 신방초에서는 10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하는 등 도내 곳곳에서 600여명의 교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교조 경남지부 측은 전했다.

신종규 교사는 "홍준표 지사가 부자들 아이들도 왜 돈을 안내고 밥을 먹느냐고 하는데 실제로 부자들도 돈을 내고 먹는다"며 "부모들이 세금을 저소득층보다 더 많이 내기 때문에 다 포함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실상 증세와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도내 교사 1천146명은 홍준표 지사의 무상급식 중단을 규탄하는 선언을 했다. 전교조 소속 교사들은 "4월 첫 날, 교정을 누비며 아무 걱정 없이 행복해야 할 아이들은 따뜻한 점심 시간을 잃게 됐다"고 한탄했다.

이들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급식비 지원을 못받는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우리 교사들은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의무사항인 급식을 가지고 대권도전 등 정치적 야욕을 앞세운 홍준표 지사의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눈에 안보이는 기준과 잣대가 학교 안에서 아이들을 편가를 때 아이들의 얼굴에 드리워질 그림자를 생각하면 너무 가슴 아프며 걱정이 앞선다"며 "무슨 면목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가르치고, 평등, 의무같은 사회적 가치에 대해 논하란 말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무상급식 현안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한 교재를 만들어 아이들과 공동, 토론 수업도 진행하며 무상급식 중단에 따른 학교 현장 파행 사례들을 모아 공개하기로 했다.

앞으로 2,3차 선언을 이어나기로 했고, 1인 시위와 같은 투쟁도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 대안학교인 간디학교 학생 20여명도 2일 경남교육청 브리핑룸에서 무상급식 중단과 관련한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 "홍준표 해외 골프" 국민감사 청구

경남의 시민단체들은 홍준표 지사의 서민자녀 교육사업과 해외 골프 파동과 관련해 감사원에 국민 감사를 청구하기로 했다.

마창진환경운동연합과 마창진참여자치시민연대, (사)경남지방자치센터, 한국YMCA 경남협의회는 이날 창원시 정우상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평일 근무시간 내 접대골프가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는지 여부가 분명하게 밝혀져야 하고 골프회동의 성격과 적합성, 소요예산과 경비가 제대로 밝혀져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또, "서민자녀교육지원사업이 근거없이 예산이 책정됐고 추진절차는 법률을 위반했다는 지적과 함께 기존 교육청 사업과 중복돼 예상 낭비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농민들도 가세했다.

부산경남연맹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 등 4개 농민단체들은 이날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도지사의 개인적 정치적 야욕에 의해 더이상 급식에 이어 농업이 도탄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무상급식 중단으로 학교에선 예산범위 내에서 식단을 짜야 하기 때문에 당연히 지역 친환경농산물을 못 쓰거나 비율을 낮출 수 밖에 없다"며 "상대적으로 급식의 질이 떨어질 것이고, 이로 인해 아이들은 건강의 위험을 초래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김미영 전여농 경남연합 회장은 "학교급식 문제와 농업문제는 뗄래야 뗄 수 없는 문제"라며 "학교급식은 농민들이 20년 동안 피와 땀으로 노력해 만들어 놓은 것인데 홍준표 도지사의 잘못된 판단으로 20년 전으로 돌아가게 생겼다"고 비판했다.

◇ 박종훈 교육감 "차별이 시작된 경남,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박종훈 경남교육감은 "참담하다"고 했다. "자리에 앉아 있지만 꿇어 앉아 있는, 석고대죄하는 심정"이라고도 했을만큼 착잡한 심정을 토로하며 눈시울도 붉혔다.

박 교육감은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지 못해 참으로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전했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급식비 납부 거부 온동으로 번져 학교 현장의 파행으로 빚어질 까 우려했다.

박 교육감은 "급식비 납부 거부가 고스란히 교육청으로 피해가 올 수 있다고 학부모들을 설득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다면 현실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부모들이 급식비 납부를 거부하고 도시락을 싸겠다고 하면 50명 이하 작은 학교들의 급식소에 차질이 빚어져 문을 닫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4월 임시회가 끝나는 오는 21일까지 경남도의회의 중재 노력을 기다려보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박 교육감은 "도의회가 중재 노력을 하고 있는 동안 어떤 입장을 내놓는 것은 의회에 대한 도리가 아니기 때문에 4월 임시회가 끝나는 21일까지 대응을 자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받아들일 수 있는 중재안이 나오지 않는다면 지역별, 학교별 학부모 총회를 열어 향후 대응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지사가 "욕먹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 "왜 학교 현장이 그런 (욕을 먹는) 대상이 돼야 하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박 교육감은 "탈탈 털어도 급식비로 돌릴만한 예산이 없다"며 "무상급식 중단으로 학교 현장은 몇 백배의 교육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급식 차별 시작됐다"…학생 21만 8천명 밥 값 내야해

1일 유상급식 전환으로 경남의 초·중·고생 21만 8천여명은 이제 밥 값을 내야 한다. 급식비는 4월 중순에 걷기 때문에 당분간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급식비 납부 거부가 확산되면서 급식을 거부하고 도시락을 싸오는 학생들이 늘어나면 작은 학교의 경우 급식소 운영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박 교육감도 급식 중단 사태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돈을 내고 밥을 먹는 아이와 돈을 내지 않고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 아이들과 구분이 될 것으로 보여 '가난 낙인' 효과도 우려된다.

신종규 교사(창원신방초)는 "일단 자동이체로 학부모 통장에서 CMS라고 해서 급식비가 빠져나가게 되는데 학부모 통장에 잔고가 없을 경우에는 빠져나가지 못한다"며 "그럴 경우 학교에서 독촉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이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서 마음의 상처로 남아서 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살 수도 있다"며 "친구들 간에도 기가 죽어서 눈치를 보게 된다면 건강한 성장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무척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경남CBS 최호영 기자 isaac0421@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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