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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만들기 너무 어려워졌어요

윤주헌 기자 입력 2015. 04. 02. 03:06 수정 2015. 04. 0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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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포통장 방지 명분으로 2중3중 서류 작성케 하고 집·직장 먼 곳선 개설 불가

직장인 박모(34)씨는 최근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 서울 을지로입구에 있는 한 은행을 찾았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겪었다. 상담 창구에 앉자 은행 직원이 "사는 곳이나 직장이 이 근처냐"고 물었다. 박씨는 "근처는 아니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광화문 부근"이라고 하자 이 직원은 "그럼 여기서 계좌를 개설하지 못하고 광화문에 있는 지점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를 묻자 직원은 벽에 붙은 종이를 가리켰다. '대포통장(통장을 개설한 사람과 실제 소유자가 다른 비정상적 통장) 근절을 위한 입출금계좌 개설 관련 안내 말씀'이라는 제목의 이 종이에는 '자택이나 직장이 우리 지점 인근인 고객에 한해 개설이 가능하다'고 적혀 있었다.

대포통장이 보이스피싱 등 금융 사고의 '숙주(宿主)'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금융 당국이 각 은행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런데 문제는 은행마다 내놓은 방지책이 다르고, 고객의 불편을 초래할 정도로 복잡하다는 데 있다. 은행들은 금감원의 지침에 따라 예금 계좌 개설 시 '금융거래목적 확인 절차'를 강화했다. 과거엔 미성년자나 외국인 등만 작성하던 서류다. 일부 은행에서는 예외 없이 계좌를 개설하려는 모든 고객에게 확인서를 쓰게 하기도 한다. 어떤 은행에서는 자동화기기(ATM)를 1년 이상 사용하지 않은 고객의 현금 인출 한도를 1일 1회 70만원으로 제한했고, 계좌 이체 후 30분 이내에 ATM을 통한 출금을 막기로 한 은행도 있다. 한 외국계 은행의 경우 주민등록증 외에 가족관계확인서, 이름이 적힌 신용카드 등 '2차 신분증'을 창구 직원에게 내보여야 한다.

이러다 보니 고객들은 통장을 개설하기 위해서 은행마다 일일이 확인해보고 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 당국이 뒷짐만 지고 있을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은행권에 통일된 기준을 제시해야 혼란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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