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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군 외교관, 벨기에 현지 여직원 성추행했다

김지영 기자 입력 2015. 04. 04. 09:12 수정 2015. 04. 0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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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벨기에 대사관에서 국방무관이 현지 벨기에 직원을 성추행한 사건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국방무관은 군 외교관에 해당한다. 외교관이 주재국 현직 직원을 성추행한 셈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초에 터진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문에 이어 심각한 외교적 결례이자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번 사건을 포함해 해군 준장 캐디 성희롱 사건, 육군 대령의 입맞춤 사건, 외교부 직원 성추문 사건 등 정부 고위 인사의 성폭력 사건이 3월 한 달에만 무려 4건이 발생했다. 성폭력 근절을 국정 과제로 내세운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이 정부 고위 관료들에 의해 휴지조각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시사저널 취재 결과, 지난해 말 국방정보본부 소속 주벨기에 무관인 한 아무개 해군 대령이 현지 공관 여직원을 성추행했다. 피해 여성은 벨기에 주재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여성으로 확인됐다. 피해 여성은 성추행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벨기에 대사관에 공식적으로 해당 무관의 징계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해당 해군 대령을 대상으로 내부 감찰을 진행했고, 그 결과 징계를 받을 만한 충분한 사유가 된다고 판단해 올 초 보직해임 결정을 내렸다.

국방무관은 한국을 대표해 외국에 파견된 군 외교관이다. 재외공관 무관본부 운영 규정에는 대사와 마찬가지로 주재국 정부의 아그레망(agreement·주재 동의)을 받아 임무를 수행하는 '업무 수행 시 외교관'으로 적시돼 있다. 대사가 외교부 소속으로 외교 전반에 대한 것을 관할한다면 무관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군과 관련한 정보를 수집하고 주재국과 협력하는 것이 다를 뿐이다. 무관에게는 외교관처럼 면책특권도 있다.

이들에 대해서는 '외교관으로서 공식 절차를 준수해 외교적인 물의를 야기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고 재외공관 무관부 운영 규정에 적시돼 있다. 또한 재외공관 무관부 운영 규정 7조를 보면, 무관은 첩보 수집 활동과 군사 외교 외에도 '주재국 및 겸임국 내의 파견 장병 및 군무원에 대한 관리 및 보호' 임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 대령은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관으로서 한국을 알리고 주재국 직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의무를 저버린 채 주재국 직원을 성추행한 것이다. 윤창중 사건에 이은 '국제적 망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관 출신이자 대한민국 성우회 소속 국제전략연구소 책임연구원이었던 배형수 예비역 해군 준장은 "벨기에는 나토(NATO) 본부가 있어 비공식적으로 다른 국가에까지 알려졌을 것"이라며 "미국에서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던 것만큼이나 심각한 외교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추행 의혹 해군 대령 "억울하다"며 징계 불복

하지만 해당 대령은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이며 국방부 징계에 불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대령은 현재 인사소청을 국방부에 제기했다. 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대령은 여직원의 치마가 너무 짧아서 옷 지적을 몇 번 했을 뿐인데 성추행으로 몰아붙였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라는 얘기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후 석 달이 지났지만 아직 징계위원회조차 열지 않은 상태다. 인사소청을 제기하면 이와 동시에 징계위원회가 열리는 게 일반적이다. 이는 "군 성범죄는 패가망신할 처벌을 가해야 한다"고 했던 한민구 국방부장관의 약속과도 상반된다.

배형수 예비역 해군 준장은 "성추행 가해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보통 성문제가 터지면 상대 여성이 지나치게 반응한다, 문화적 차이라고 주장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건이 일어났다는 데 있다"며 "미국만 봐도 성문제가 터지면 보직해임에 그치지 않고 즉각 직위해제를 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3개월 동안 징계위원회조차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군이 여전히 성폭력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라고 비판했다.

국방부, 아직까지 징계위원회 소집 안 해

이에 대해 국방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국 군인 수만 60만에 달하고 기타 언론에도 보도됐듯 처리해야 할 다른 사건이 많아 이 사건에만 집중할 여유가 없다"며 "본인이 억울하다고 해서 그에 합당한 징계 절차를 밟고 있을 뿐 늦추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한 대령의 성추행 사건을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무관제도에 따른 군 구조적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군 내부에서 무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이 형성돼야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2011년 국방정책 연구보고서 '우수 국방무관 선발 및 운영·관리 방안'을 보면 △짧은 무관 교육 기간 △전문성보다는 인맥이나 조직에 대한 충성도에 따라 보상 성격으로 무관을 파견하는 인사 관행 등을 무관 자질 향상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특히 주재국에 대한 특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한국의 실상을 큰 문제로 지적했다. 인접한 일본을 포함해 미국·중국·러시아 등은 공통적으로 무관 파견 2년 전부터 언어 교육은 물론 주재국 문화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파견 전 무관 교육 기간이 1년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주재국 문화를 공부하는 기간은 일주일이 전부다.

배형수 예비역 준장은 "현지로 파견되면 가장 크게 부딪히는 게 문화적 차이, 그중에서도 성문제에 대한 인식인데 한국은 여기에 얼마나 충실하게 교육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내가) 미국무관으로 근무했던 1997년에도 한국 직원이 현지 미국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벌어졌는데 그때도 그냥 넘어갔다. 성범죄는 엄벌에 처해 성에 대한 군의 성숙도를 높이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홍보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번 싸워 이기는 것보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손자병법>을 현실에서 지키는 최전선에 국방무관이 있다. 국방무관은 국제법상 전문 외교관으로서 군사 외교의 첨병이다. 특히 북핵 등 정치적으로 다양한 갈등 요인이 잠재돼 있는 한국의 특성상 국방무관은 더욱더 중요하다.

국방무관의 임기는 기본적으로 3년이다. 이들은 △주재국과 다른 나라의 군에 관한 첩보 수집 △주재국과의 군사 협력 및 군사 외교 추진 △한국산 방산 제품 수출 지원 △한국에 필요한 군수품 구매 정보 수집 △북한 관련 첩보를 수집하는 등의 임무를 담당한다. 일부에서 무관을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직업"이라고 하는 것도 이렇듯 다양한 환경에서 복잡한 임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1951년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프랑스·독일·터키·필리핀 등 주로 한국전쟁 참전국이나 자유 우방들에 무관부를 설치했다. 1970년대에는 정치·경제적으로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아프리카·중동 지역으로까지 영역을 확대했고, 1990년대에는 중국과 러시아 등 옛 공산권에도 파견했다. 방산 수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독일 등 5개국에는 군수무관을 별도로 파견하고 있다. 2011년 4월 현재 총 39개국에 62명이 파견돼 있다.

안보 중요도에 따라 파견된 무관의 계급이 다르다.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개국에는 장군(4명), 대령(40명), 중령(18명)이 파견돼 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한 아무개 무관의 계급은 대령이다. 안보적으로 중요한 곳 중 하나였다는 뜻이다.

*자료: <우수 국방무관 선발 및 운영·관리방안> 배형수·원만희, 2011.5.

김지영 기자 / abc@sisa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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