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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상관·부하 합의한 성관계도 처벌"

김광수 입력 2015. 04. 08. 04:46 수정 2015. 04. 08.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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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형법 적용 형량 확대 등 강경책

"간통죄도 폐지" 시대 역행 논란

국방부가 상관과 부하간의 성관계는 합의에 의한 경우라도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군내 만연해 있는 성폭력을 줄이기 위한 고육책이지만 간통죄마저 위헌 판결을 받은 시대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국방부는 7일 한민구 장관 주재로 '전군 검찰관 및 헌병수사관 합동회의'를 열고 상관이 지휘ㆍ감독 관계에 있는 부하와 간음(성관계)할 경우 처벌하는 근거를 군형법에 마련키로 했다. 당사자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상관과 부하 관계일 때는 성관계를 무조건 처벌한다는 의미다.

또한 위력에 의한 간음이나 추행일 경우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나 형법이 아닌 군형법을 적용해 형량을 대폭 높일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설령 성인간의 합의에 의한 간음이라 할지라도 군에서 서로 지휘계통에 있는 관계라면 피해자가 어쩔 수 없이 응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강경책을 꺼낸 것은 최근 군 지휘관의 성범죄를 포함한 성군기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현역 사단장과 여단장, 영관급 장교들이 휘하의 여군 부사관을 성폭행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육군 차원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민구 장관의 특별지시로 지난달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마련했지만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고 있다. 군내 성범죄는 2012년 278건, 2013년 350건, 2014년 499건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문제는 가해자인 지휘관 대부분이 법정에서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군 검찰이 혐의를 입증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우리 형법에서도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간음 자체는 처벌하지 않고 있다. 혼인빙자 간음죄의 경우 간통죄에 앞서 2009년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판결로 폐지됐으며 현재 간음죄는 미성년자 간음 등 일부의 경우에만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가 군형법에 간음죄를 신설할 경우 위헌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다분하다. 벌써부터 국방부 주변에서는 '즉흥적 졸속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군 당국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형법의 취지에 어긋나는 죄를 새로 만들어 적용하는 게 가능할지는 의문"이라며 "법적으로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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