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목돋보기] 살아나는 미술품 경매시장..1년새 주가 4배 뛴 서울옥션

이현승 기자 2015. 4. 17.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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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종로구의 한 미술품 경매장. 4300만원에서 거래가 시작된 한 작품의 호가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더니 1억9500만원에 최종 낙찰돼 한 수집가의 품으로 돌아갔다. 경매 시작가의 네 배가 훌쩍 넘는 값이다.

이 작품은 단원 김홍도의 노매함춘(老梅含春)이었다. 이날 소당 이재관의 월계탁금은 2억6500만원, 겸재 정선의 중대폭은 1억2000만원에 낙찰됐다.

총 164점의 작품이 매물로 나왔고 142점이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낙찰률은 87%로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경매보다 16%포인트 정도 상승한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미술 경매가 위축되자 덩달아 움츠러 들었던 국내 시장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옥션의 주가도 연일 상승세다. 국내 최초의 미술품 경매업체이자 유일한 상장사다. 지난해 4월 3000원 초반이었던 주가가 1만원을 훌쩍 넘었다. 지난 몇 년 간 미술품 거래시장에 나타나지 않았던 큰 손들이 다시 복귀하고 20~30대 젊은 수집가들도 등장하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 잠자던 미술품·큰 손 경매장으로…1년 만에 주가 4배 뛴 서울옥션

16일 주식시장에서 서울옥션(063170)은 1만24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같은 날 3060원이었던 주가가 1년 만에 306.9% 올랐다. 시가총액은 520억원에서 21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일단 실적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서울옥션은 판매자로부터 미술품을 받아 경매를 통해 팔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51억809만원으로 2013년보다 68% 증가했다고 밝혔다. 당기순이익도 68% 늘었다.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은 서울옥션과 K옥션이 과점하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이 80%를 넘는다.

2005~2007년까지만 해도 거래규모가 매년 200%씩 성장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국제적으로 미술품 거래가 줄고 정부가 미술품 양도 차익에 세금을 매기기 시작하면서 경매 낙찰 총액이 급감했다.

이후 중국과 중동 큰 손들이 대체 투자처로 미술품을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국제 미술품 경매 시장이 활기를 찾아가자 국내 시장에도 온기가 돌았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2011~2013년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지난해에는 34.8% 증가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차명거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금융실명제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경매 시장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자산가들 사이에서 금융당국의 눈에 잘 띄는 은행 예금 대신 금, 현금, 미술품 등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도 서울옥션을 주목하고 있다. 이정기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단색화 작품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정부도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온라인을 통한 경매 사업도 강화하고 있어 올해 실적이 지난해보다 크게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 2위업체 'K옥션'과 시장점유율 격차 점점 줄어

서울옥션은 지난 1998년 '서울경매'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이후 지금까지 국내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싸게 거래된 국내 화가의 미술 작품인 박수근의 빨래터(45억2000만원)와 이중섭의 황소(35억6000만원) 모두 서울옥션 경매를 통해 거래됐다.

하지만 2위업체인 K옥션이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각각 53.4%, 28%였는데 지난해 47%, 32.7%로 격차가 줄었다. 세계 양대 경매업체인 소더비와 크리스티의 한국 버전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K옥션은 서울옥션이 상대적으로 약한 온라인 경매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006년 온라인 경매를 시작한 K옥션은 최근 무료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경매를 통한 낙찰금액은 K옥션이 서울옥션을 5억원 정도 앞섰다.

경쟁 관계인 두 회사이지만 출발점은 같다. K옥션 창립자인 김순응 씨와 이상규 현 대표는 서울옥션 출신이다. 은행원으로 근무하던 두 사람은 2000년 초반까지 서울옥션에서 일하다가 2005년 김순응 씨가 K옥션을 만들었고 이상규 대표가 합류했다.

현재 서울옥션은 창립자 이호재 씨의 여동생인 이옥경 대표가 이끌고 있다. K옥션이 전문경영인 체제라면 서울옥션은 가족경영체제에 가깝다.

2008년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는데 유통되는 주식의 34.53%는 이호재 씨와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하고 있다. 이호재 씨가 지분율 13.57%(229만5243주)인 최대주주이고 이옥경 대표가 1.66%(28만1580주), 공동대표이자 창립멤버인 이학준 씨가 0.89%(15만주)를 가지고 있다.

◆ 위작 논란이 가장 큰 리스크…2005년 이중섭·박수근 사건 트라우마

미술품 경매회사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위작(僞作) 논란이다. 경매에서 가짜 작품을 진품으로 알고 비싼 값에 판 경우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지난 2005년 이중섭·박수근 위작 사건은 미술계는 물론 우리나라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 사건으로 창립자인 이호재 씨가 잠시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서울옥션이 경매에서 진품이라고 판매했던 두 화가의 작품이 알고 보니 가짜인 것으로 밝혀진 사건이다.

당시 서울옥션은 이중섭의 유족으로부터 받은 수채화 '물고기와 아이'를 한 수집가에게 3억1000만원에 팔았는데 한국미술품감정협회가 '진품이 아닌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유족과 협회의 치열한 진실공방 끝에 결국 검찰 수사가 진행됐고 2005년 중간조사 결과 법원은 이중섭의 그림은 물론 다른 경매업체를 통해 거래된 박수근의 그림까지 총 58점이 모두 위작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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