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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개신교단 '성추행' 목사 전병욱 처벌 사실상 포기

김혜영 입력 2015. 05. 04. 04:49 수정 2015. 05. 0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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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심 맡은 예장합동 총회

"뚜렷한 범죄 없다" 소극적 태도

삼일교회에 상소장 돌려 보내

개신교단이 상습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전병욱 전 삼일교회 목사의 처벌을 사실상 포기하고 있다. 최종심 기구인 총회마저 징계를 외면한 채 하급심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그 사이 전 목사는 새로 개척한 홍대새교회에서 세를 불리고 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임원회는 삼일교회가 "전 목사를 면직 혹은 징계해달라"며 총회에 제기한 상소장을 지난달 23일 교회로 돌려보냈다. 하급심 결론이 나지 않아 재판에 넘길 수 없다는 이유다. 교회 내 입법ㆍ사법기능을 하는 기구는 당회(교회), 노회, 총회로 3심제를 원칙으로 한다.

앞서 삼일교회는 합동 총회 산하 평양노회(2심)에 같은 내용의 청원서, 고소장을 수 차례 제출했다. 노회는 사건 발생 4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재판국을 꾸려 성추행 여부 등을 조사했지만, 올 2월 아무 결론 없이 돌연 재판국을 해산했다. 당초부터 노회 안팎에서는 "성추행을 확신할 수 없다" "면직 근거가 마땅찮다"는 미온적인 기류가 흘러나왔다.

이에 삼일교회 측이 반발하자 노회는 "교회가 직접 10일 안에 총회에 상소하라"고 했다. 하지만 총회는 "전 목사 징계는 노회가 판단할 일"이라며 사건 접수 자체를 거부했다. 2심 기구는 결론 없이 "3심에 넘기기로 결의했다"는 뜻을, 3심 기구는 "해당 결의는 노회의 입장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며 서로 미루는 셈이다.

지난달 30일 삼일교회 측은 이에 반발해 다시 총회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합동 총회 임원회 관계자는 3일 "뚜렷한 범죄 사실 없이 자기 집안 사람이 아닌 사람을 고소하는 것은 법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고소장을 다시 반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달 노회가 둘로 갈라져 전 목사는 평양노회, 삼일교회는 평양제일노회 소속이 됐기 때문인데, 삼일교회는 평양노회 소속 당시의 비리였다는 점에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원회 관계자는 개인 견해임을 전제로 "교인들이 '목사 개인 사생활보다 그 분의 말씀이 좋다'고 한다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교단 태도에 대해 한 개신교 목사는 "목사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성장만 하고, 현실적으로 이익이 되면 끌어안고 가겠다는 생각이 아니겠냐"며 "자정능력을 상실한 한국 교회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판했다.

앞서 한국 교회를 이끄는 젊은 스타 목회자의 상징으로 통했던 전 목사는 2004~2009년 목회실 안에서 여신도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하고, 예배시간에 찬양대원의 몸을 더듬는 등 여신도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전 목사는 언론 취재로 문제가 불거진 2010년 "하나님 앞에 죄를 범했다"며 삼일교회에서 사임했지만, 2012년 5월 홍대새교회를 새로 개척했다. 피해자들은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당국에 신고하지 못한 상태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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