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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족 톡톡]"결혼 생각없는 '비혼'인데 주위에선 '미혼'으로만 여겨 답답"

입력 2015. 05. 0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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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노래방-게임기로 외로움 해소.. 혼자 밥먹기는 힘들어"

[동아일보]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 지난해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26%, 즉 넷 중 하나가 1인 가구였습니다. 혼자 사는 어르신도 많지만 본인이

원해 자발적으로 솔로가 된 ‘화려한 싱글’도 적지 않습니다. 이들 ‘싱글족’은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육아와 가사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을 위한 삶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홀로서기를 하는 게 만만치는 않을

겁니다. 스스로 원해 싱글족의 삶을 살고 있는 20, 30대들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

“결혼은 미친 짓이다”

―대학 진학하며 서울에 온 스무 살 이후엔 계속 혼자 살았어요. 집에서 혼자 요리도 하고 주말이면 하루 종일 걱정 없이 쉬곤 했죠. 그러던 중 작년에 친동생이 서울 캠퍼스에서 한 학기 동안 수업을 들어야 해 잠시 함께 살게 됐어요. 혼자 사는 게 익숙해진 터라 막막했지요. 난 일의 특성상 출퇴근 시간도 매번 달라요. 동생이 잘 때 일어나 출근하려면 행여나 잠을 깨울까 봐 조심해야 했고 친구들을 집으로 자주 부를 수도 없었어요. 동생과 6개월간 함께 밥도 자주 먹고 이야기도 많이 할 수 있는 점은 좋았지만 눈치 안 보고 제 맘대로 할 수 있던 생활이 그립기도 했습니다.(26·회사원)

―결혼해 봤자 골치만 아플 것 같아요. 무엇보다 혼자 지낼 때보다 돈 쓸 곳도 많아지고 자유롭지 못하다는 기분이랄까요? 혼자 살면 소비도, 지출도 딱 제게 필요한 만큼만 할 수 있어 좋아요. 그럼 돈도 잘 모으게 되고요. 요즘 싱글족이 늘어나는 세태에 대해 일각에선 결혼할 능력이 없어 혼자 사는 거 아니냐는 식으로 바라보기도 하던데요. 난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한 달에 200만 원 적금 들고 부모님께 용돈 드리고…. 그래도 부족함 없이 잘만 살아요. 저처럼 자발적으로 혼자 살면서 여유를 누리는 사람도 있답니다.(28·회사원)

―결혼하는 친구들 보면 대단해요. 사랑만으로 결혼할 수는 없는 세상이잖아요. 맨땅에 헤딩으로 시작했다간 머리에서 피만 철철 날 걸요. 결혼 비용은 물론 집값부터 양육비, 교육비까지. 내 앞가림도 힘든데 그 많은 비용을 어떻게 홀로 감당할까요. 특히 가정에 충실하다 보면 자기 시간을 쏟기 힘들잖아요. 사회생활을 하며 틈틈이 생기는 여유 시간은 주로 가정에 투자하게 될 테니 말이죠. 싱글족으로 지내며 친구들도 만나고 배우고 싶은 것도 배우러 다니고 하며 취미생활, 문화생활 등을 즐기는 것이 내겐 더 중요해요.(35·회사원)

“혼자서도 잘 놀 수 있어요”

―일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항상 피곤해요. 밖에서 노는 것도 좋지만 야근하고 오면 집에서 쉬는 게 제일 편해요. 작년엔 비디오 게임기를 샀는데 가끔 하면 꽤 재밌어요. 스트레스도 곧잘 풀리고요. 몇 달 전엔 인터넷TV(IPTV)도 설치했어요. 일을 하다 보니 평소 보고 싶은 방송도 시간이 안 맞아 못 봤거든요. IPTV 덕분에 놓친 방송도 언제든 볼 수 있어 좋아요. 굳이 극장까지 안 가도 최신 영화도 찾아볼 수 있고요. 혼자 사는 사람이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요즘엔 참 많은 것 같네요.(29·회사원)

―시켜 먹는 음식엔 종류가 참 많죠. 짜장면 하나만 시키기엔 왠지 아쉬워요. 족발이나 치킨도 함께 주문하고 싶지만 놔뒀다가 다음 날 다시 먹으면 맛이 달라요. 저는 그럴 때마다 주변 친구들에게 SOS를 날려요. 학교 근처에서 살다 보니 친구들이 주변에 많이 살아요. 페이스북에 ‘지금 족발 시킬 건데 같이 먹을 사람!’ 하고 글을 올리면 연락 오는 친구들이 꽤 많아요. 가끔 이렇게 음식을 나눠 먹으면 돈도 아낄 수 있고 재밌기도 해요. 어떤 싱글족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서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을 구하기도 한다던데, 사실 전 모르는 사람이랑은 같이 먹기 불편하더라고요.(22·여·대학생)

―노래방은 보통 여러 명이서 가잖아요. 사실 혼자 노래방 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뭔가 눈치도 보이고 혼자 2만 원 가까이 돈을 지불하기도 아깝고…. 그래서 저는 가끔 홍대앞에 있는 1인 노래방에 가요. 가격도 오전에 가면 2000원밖에 안 하는데 오후에 가도 일반 노래방의 반값이에요. 보통 노래방에 가면 불렀던 노래를 다시 부르기가 눈치 보이잖아요. 여기선 같은 노래를 계속 부르며 연습하기에도 좋아요. 지방엔 ‘코인 노래방’이라고 1000원에 4곡을 부를 수 있는 노래방이 있는데, 서울에는 흔치는 않은 것 같아요. 앞으로 1인 노래방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30·회사원)

“나 홀로 생활이 쉽지만은 않아”

―막상 집에서 부모님이 밥을 차려 주실 땐 몰랐는데 직접 해 먹으려니 엄청 귀찮아요. 다행히 요즘엔 마트에서 혼자 사는 사람들을 위한 찌개 등 다양한 1인용 음식을 팔아요. 먹어 보니 맛도 좋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그마저도 직접 해 먹기 귀찮을 때가 많아요. 그럴 때면 나가서 사 먹거나 시켜 먹죠. 균형 잡힌 식단을 차려 먹기가 힘들어요. 아무리 먹을 게 다양해도 늘 먹는 것만 먹게 되고요. 혼자 먹으니까 식사 시간도 매번 불규칙적이게 됩니다.(30·회사원)

―혼자 지내기 외롭던 참에 친구네 강아지가 새끼를 낳아 분양받았어요. 하지만 주인 아주머니가 건물에서 강아지를 키우면 안 된다며 엄청 화를 내더라고요. 방을 빼든지 아니면 강아지를 없애든지 하라고 하시더군요. 강아지가 잘 짖지도 않고 다른 집에 피해도 크게 안 주는데 말이에요. 강아지를 떼어 놓자니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계약도 안 끝났지만 결국 이사했답니다. 혼자 사니 강아지가 있어야 하는데…. 강아지를 키워도 된다는 집을 구하는 것도 사실 쉽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쫓겨 갈 때면 혼자 살아도 남의 집에 얹혀 사는 느낌이 들곤 해요.(24·여·대학생)

“미혼도 선택, 비혼도 선택”

―미혼과 비혼을 구분할 수 있어야 해요. 저처럼 내 의지로 결혼을 안 하겠다는 사람도 ‘미혼자’로 불리고 있으니 원….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비혼자’를 결혼을 생각 중이지만 아직 하지 않은 미혼자로 묶어 버리는 건 잘못된 거예요. 지금껏 대부분이 결혼을 해 왔으니 결혼한 사람들은 ‘메이저,’ 결혼 안 한 사람들은 ‘마이너’가 되는 듯해요. 하지만 ‘마이너’들은 결코 하자가 있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결혼을 안 하겠다고 하면 ‘아냐, 네가 아직 좋은 사람을 못 만나서 그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미혼과 비혼의 차이를 알려 주고 싶어요.(27·여·취업준비생)

―요즘 TV 프로그램 중 혼자 사는 사람들을 소재로 한 프로가 많아요. 물론 연예인들의 생활이 일반인과 같을 수는 없겠지만 싱글족들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분명 있어요. ‘나만 혼자 사는 게 아니구나, 저 연예인도 혼자 사는데…’ 하고 생각하면 위안도 돼요. 저희 부모님도 방송을 보시곤 저를 더 이해하게 된 것 같기도 해요. 이런 방송 덕에 싱글족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 사람은 평생 혼자 살 수도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나면 결혼할 수도 있고 그러다 또 헤어질 수도 있는 거고.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도 좋지 않을까요.(36·여·그래픽 디자이너)

오피니언팀 종합·김기성 인턴기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방송영상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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