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하느냐 당하느냐..우리 사회 불신의 늪

김종원 기자 2015. 5. 10.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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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완구 전 총리, 홍준표 지사에 대한 수사는 성완종 전 회장이 남긴 녹음 파일에서 시작했습니다. 남양유업의 갑질, 또 건물주 대리인의 횡포 역시 녹음 파일 때문에 드러나 우리 사회를 흔들어놨습니다. 요즘은 일반인들도 상대방을 감쪽같이 속일 수 있는 녹음기를 찾고 있습니다. 거의 녹음공화국이라고 부를만합니다.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그리 큰돈 들이지 않고 누구나 살 수 있는 녹음기 수준이 이 정도입니다.

[장성철/감시 장비 업체 대표 : (올 초) 어린이집 폭행사건 터졌을 때 (불티나게 팔린 녹음기예요.) 얇아서 애들 옷 소매 이런 데 찢어서 넣고 꿰매서 보내요. 15시간 녹음되거든요.]

[녹음도 되고 카메라도 되고, 리모컨처럼 작동하는 제품.]

[블루투스 식으로 귀에다 꽂고.]

[실제 계산기로 쓰면서 (녹음기로 사용하죠.)]

[볼펜 통에다 넣어버리면 녹음기 어떻게 찾겠어요?]

전문가도 구별이 힘든 이런 상품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갑니다.

[저희 한 달 매출이 2억. 자기가 녹음기에 한 번씩 당했던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요. (녹음기를) 모르던 사람들의 수요가 계속 늘어나는 거죠.]

이런 고성능 녹음기에 뒤질세라 이걸 막아보겠단 녹음 방지기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이 기계를 틀어놓으면 사람 귀엔 들리지 않지만, 녹음기 마이크엔 들리는 특정 주파수가 발산됩니다.

[(녹음 방지기) 잠깐 틀어 드릴까요?]

['녹음 방지기' 켜고 녹음한 파일 : 말을 해도 음성이 다 죽어 버리는 거예요.]

이렇게 녹음 파일은 쓸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이원엽/보안업체 대표 : 기업이라든가 정치인들이 (녹음 방지를 의뢰하는 경우가) 가장 많아요. 이 장비를 가방 안에 넣고 대화할 때 옆에 놓고 얘기를 한다면 (녹음기에는) 잡음만 들어가게 하는 제품입니다.]

녹음된 수많은 녹음 파일들은 법정 다툼에 쓰일 때가 많습니다.

법원 근처의 속기사 사무소, 직원들이 녹음 파일을 들으면서 녹취록을 만드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조시현/속기학원 원장 : 요 몇 년 사이 (녹취록 만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어요. 정말 우리나라 사람들 모두가 (녹음을) 다 하시는 거 같아요.]

계약서만 있으면 법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왜 사람들은 이렇게 녹음 증거를 만들려고 애쓰는 걸까?

[최광석/부동산 전문 변호사 : 우리나라 계약문화 자체가 서면으로 정확하게 쓰는 그런 부분에서는 인색한, 약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녹음)에 대한 필요성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더 강한 것이 현실입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못 박는 위치, 개수까지 계약서에 쓰거든요.]

이런 녹취 만능주의가 만연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불신에 늪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현택수/한국사회문제연구원 원장 : '오로지 믿을 것은 CCTV밖에 없다'고 할 정도로 사법기관에서 증거를 갖고 판단한 판결까지도 불신하는 (풍조가 확산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투명하지 못하단 씁쓸한 반증입니다.

(영상취재 : 신동환,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김준호)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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