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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에 빚내란 정부.. 이대로 가면 '파산'

정은균 입력 2015. 05. 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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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정부, 누리과정 예산 부족분 결국 교육청에 떠넘겨

[오마이뉴스 정은균 기자]

지난 12일, 누리과정(만 3~5세 무상 보육) 예산 부족분을 지역 교육청이 빚으로 메울 수 있게 하는 지방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다수 언론이 누리과정 예산 문제로 불거진 '보육 대란'을 일단은 막을 수 있게 됐다고 논평했다. 과연 그럴까.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은 기존 지방채 발행 요건에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에 따른 세입 결함 보전'이라는 내용을 추가한 것이 골자다. 교육청이 정부 보증으로 지방채를 발행하면 이자를 중앙 정부가 보전하는 방식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발행할 수 있는 지방채 최대 한도는 1조 원이다.

올해 누리과정에 필요한 전체 예산은 3조 9천억 원가량이다. 이 중 1조 8천억 원이 부족한 상태다. 지방채로 1조 원을 모두 충당하고, 정부가 누리과정 우회 지원 예산인 목적예비비 5064억 원을 모두 지원한다고 해도 3천억 원가량이 모자란다. '보육 대란'이 언제든지 다시 발등의 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채 발행을 위한 법적 요건을 갖췄다고 해서 누리과정 예산 문제가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역교육청들이 모두 지방채를 발행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채 발행으로 충당하게 되면 교육 재정 위기가 심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누리과정 예산 지방채로 충당? 교육 재정 파탄 우려

 늘어나는 지방교육청 빚, 더 부추기는 정부 정책.
ⓒ freeimages
실제 전북교육청은 이번 개정안 통과에도 지방채를 발행하지 않겠다는 기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방채 발행을 하지 않거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교육청에 대해서는 예의 목적 예비비를 배정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빚'을 내서라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돈을 주지 않겠다는 말이다.

누리과정 예산을 어떻게 해서든지 지역 교육청으로 떠넘기려는 정부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2015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17개 시도교육청이 반드시 편성토록 하는 의무 지출경비로 지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0월까지 관련 규정을 담은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할 예정이라고 한다(관련기사 : 누리과정예산 교육청에 의무지정... "양보 강요하나").

이 같은 일련의 흐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부의 최근 조치들은 지방 교육 재정 위기를 심화하고 교육 자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막대한 규모의 지방채와 이로 인한 재정 악화가 결국 시도교육감들의 손발을 묶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교육감 직선제가 실질적으로 무력화하면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인 이른바 '진보 교육감'들의 숨통을 죌 수도 있다. 교육의 중앙 통제가 강화되는 시대 역행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지방채는 '빚'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누리과정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게 되면 언젠가는 모두 갚아야 한다. 지방채 발행과 관련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보증과 이자 지원뿐이다. 지방채 상환 책임은 고스란히 지역 교육청이 진다.

현재 상태만으로도 각 시도교육청이 갚아야 할 지방채 규모는 막대하다. 교육부와 각 지역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2013년 2조9721억 원 규모였던 지방채는 2014년 4조7946억 원, 2015년 9조7011억 원 등으로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년마다 빚이 거의 2배씩 늘어나는 꼴이다. 지역교육청들이 지방채 이자로 내는 돈만도 매년 1천억 원대에 이른다.

전체 재정에서 지방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경향신문> 2014년 11월 7일자 보도 "교육청 내년 빚 10조... '파산 위기감'"에 따르면 각 시도교육청의 세입 대비 지방채 비중이 2014년 8.7%에서 2015년 15~16%로 두 배 급증할 것으로 분석했다. 2013년 기준으로 전국 지자체의 평균 부채 비율인 13%를 넘어서는 수치다. 여기에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위한 지방채가 덧붙여지면 그 비중은 더욱 늘게 된다.

빚이 늘어나면 기본적으로 살림을 빠듯하게 꾸려야 한다. 일을 하는 데도 제한이 따른다. 인건비와 같은 경직성 경비를 제외하고 교육감이 자신의 교육 철학과 지역 여건, 특색 등을 고려한 교육 정책을 펼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을 확보하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늘어나는 지방교육청 빚, 지방 교육 자치 훼손으로 이어져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경우 2010년 첫 취임 당시 재량으로 정책적 판단을 해서 쓸 수 있는 예산 비중이 전체의 14% 정도였다가 현재는 5%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게 되면 그 비중이 4%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문제가 지방 교육 자치 훼손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배경이다(관련 기사 : 전북발 보육예산 전쟁, 법대로 하면 대통령 탄핵도).

빚 규모가 커져 재정 상태가 나빠지면 상황이 더욱 악화한다. 예산 부족으로 학교 냉·난방비를 줄이고 교육 활동을 축소하고 있는 교육청, 학교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재정 절감 명목으로 학교 교육에 필요한 기본 요소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함으로써 학생들이 피해를 입는 것이다.

정기예금 해지나 자산 매각, 최악의 경우 파산에 이를 수도 있다. <경향신문>의 같은 기사에 따르면 실제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광주시교육청은 2014년 4월 급여 지급일에 맞춰 정기예금 5개를 해지했다고 한다. 전체 인건비가 800억 원가량인데, 교육부가 급여 지급일 이틀 전까지 교부금을 일부만 내려보내 지급에 필요한 돈을 전부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예산 편성 책임은 정부에 있다. 그런데 지난해 말 정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지역 교육청 책임으로 전환해버렸다. 각 시도교육청이 반발하자 빚을 내 충당하라며 달래고 있다. 이제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보건복지부, 시·도가 책임져야 하는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경비 항목으로 지정하려고 하고 있다. 현재 이미 심각한 상태에 놓인 지방 교육 재정이 파탄 지경에 이를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지방교육 재정은 중앙정부 이전 재원인 교부금, 지방세 등 자치 단체 이전 재원인 전입금, 수업료 등 자체 수입, 지방채 등으로 마련된다. 자체 수입은 일종의 경직성 수입으로 변동폭이 크지 않다.

반면, 교부금과 전입금은 국세와 지방세 등의 세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결정된다. 최근 정부 교부금이 2012년 38.4조 원에서 2015년 39.4조 원으로 0.9% 증가에 그쳐 일반 회계 세출 증가율인 4.6%보다 현저히 낮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됐다. 이에 김재춘 교육부차관은 5월 12일자 <국민일보> 기고문 "교육투자, 결코 줄지 않았다"를 통해 경기 부진으로 인한 국세 수입 증가 둔화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 차관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지역 교육청 입장에서는 현실적으로 교부금 전체 규모 확대나 교부액 증가를 통해 지방교육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 없다. 경직적인 자체 수입만으로 재정 운용의 폭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고, 지방채 역시 언젠가는 갚아야 하는 빚이기 때문이다.

지방교육재정 교부금, '국세 비중' 확대 필요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포함한 교육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12일 논평에서 현재 교부금으로 할당되는 국세 비중 20.27%를 25.27%로 올릴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 책임 강화 차원에서 지방 교육 재정 규모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초·중등교육 단계에서 정부재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80.7%로 OECD 34개 국가 중 33위인 우리나라의 열악한 교육 현실도 조금은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4월 20일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유은혜, 도종환 의원과 교육재정확대운동본부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지방교육재정 현실, 파탄 위기인가? 방만 위기인가?' 토론회에서 김현국 미래와 균형 정책연구소장은 박근혜 정부 들어 전체 세출 규모가 커졌는데도 교육 분야에 돈이 덜 들어간 점을 지적했다. 지방교육 재정 악화에 정부 책임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기간 부자 감세로 쌓은 돈은 150조 원에 이른다. '사자방(사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비리)에 쏟아 부은 국민 혈세는 100조 원이나 된다. 부자들을 위해 깎아준 법인세도 하루 212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라고 한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정부는 지방 교육재정 효율화 명목으로 교육청들의 목줄을 죄고 있다. 정부가 지방 교육 자치를 훼손하고 직선제 교육감들의 돈줄을 죄어 직선제 폐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누리과정 예산 논란을 부채질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반적으로 지방채는 5년 거치 후 10년간 상환해야 한다. 지역 교육청들이 지방채 발행을 통해 묵은 빚을 새 빚으로 메우는 식으로 재정 문제를 처리해 나간다면 5년 후부터 위험한 '빚 잔치'를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부도 같은 파국 상태에 이르는 교육청이 나타나 지방 교육이 파탄날 수 있다. 정부는 일방적인 예산 떠넘기기가 아니라 지방교육재정 위기를 위한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덧붙이는 글 |제 오마이뉴스 블로그(blog.ohmynews.com/saesil)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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