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지 않는 노인은 가축" 대학 게시판 막말 난무

강승현기자 2015. 5. 19.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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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식 발언 하루 수십개.. 명문대 익명 토론장 올라와

'여학생 낙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소송으로 번지기도

서울 유명 사립 A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익명 게시판에는 지난달 '빈곤층과 노인을 왜 도와야 되나'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한 학생은 "나는 지하철에서도 노인들한테 자리 양보 안 한다"면서 "젊은 시절 미래 계획 없이 게을리 산 놈들의 미래를 내가 왜 보장해줘야 하는 거냐"며 노인들에게 힐난을 퍼부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유전자만 인간이면 뭐하나. 인간으로 태어났으면 인간답게 생산적인 일을 해야지. 가축과 다름없는 종족들"이라며 상식 이하의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지성인들의 인터넷 공간인 대학 온라인 게시판에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과 비난, 허위사실 등이 판치고 있어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일부 대학에선 온라인 게시판에 올린 글 탓에 소송이 빚어지는 등 심각성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A 대학 익명 게시판에 또 다른 학생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콜록거리는 XX들 목 따버리기 전에 알아서 집으로 꺼져라"면서 다른 학생들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폐렴으로 뒤져라"는 욕설을 담기도 했다. 또 다른 학생은 "동물원에 사는 원숭이가 조센징보다 수준이 높을 듯"이라며 "미개한 조센징들 수준에 맞춰 살려니 괴롭다" 등과 같이 우리나라를 비하하는 글을 올렸다. 익명 게시판에는 '어려운 고민을 털어놓거나 자유로운 토론을 할 수 있도록 개설된 여러분의 소중한 공간'이라는 설명이 무색할 정도로 상식 이하의 발언들이 가득했다.

19일 서울 성북경찰서에 따르면 B 대학 여학생 C 씨가 최근 자신에게 성적 모욕감을 주는 게시글을 올린 같은 학교 남학생 D 씨를 고소했다. C 씨는 지난 14일 이 학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D 씨와 논쟁을 벌이다 "지난 2013년 내 동기와 술김에 하룻밤을 보낸 뒤 생긴 아이를 낙태한 사실을 알고 있다"는 글을 올렸고, C 씨는 명예훼손 혐의로 D 씨를 고소했다.

대학 온라인 게시판에 이 같은 허위·비방글이 난무하면서 최근 경찰에는 관련 고소사건이 줄을 잇고 있다. 경찰 한 관계자는 "최근 대학 온라인 게시판에서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면서 이로 인한 다툼도 크게 늘고 있다"면서 "학교 차원에서나 학생들 스스로라도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승현·김다영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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