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오마이뉴스 안홍기 기자]
[기사 수정 : 20일 오전 11시 30분]
문화기획자 탁현민씨가 자신을 '친노종북'으로 지칭한 보수논객 변희재씨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사건이 검찰 형사부가 아닌 공안부에 배당된 걸로 확인됐다. 검찰이 또다시 변씨의 '종북 낙인' 발언을 무혐의 처리하는 수순으로 보인다.
탁씨는 지난해 9월 변씨를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변씨가 트위터에 올린 글 등에서 탁씨를 '친노종북', '거짓 선동가'로 지칭하고, "내가 미는 세력이 집권하면 고재열ㆍ탁현민ㆍ김용민ㆍ주진우는 쇠사슬로 묶여서 광화문광장 돌며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외쳐야 한다"고 쓴 일 등이 명예훼손과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이 고소사건은 변씨의 주소지가 인천시 강화군이란 점을 이유로 지난해 10월 인천지검으로 이송돼 형사부에 배당됐다. 하지만 최근 인천지검 공안부에 재배당된 걸로 확인됐다.
명예훼손 사건은 통상 공안부가 아닌 형사부가 맡는다. 예외적으로 사건 내용상 국가안보가 관련돼 있을 경우 공안부가 맡아 수사하기도 한다. 이 사건의 경우 변씨가 사용한 '종북'의 개념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공안부로 재배당한 걸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같은 사건 배당 자체가 변씨를 무혐의 처분하는 수순 아니냐는 예측이 나온다. 비슷한 사건을 공안부가 맡아 무혐의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9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심재환 변호사 부부가 자신들을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 등으로 지칭한 변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당시 검찰은 변씨의 발언을 사실을 적시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단순한 의견 표명에 가깝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이에 불복한 이 대표 부부가 재정신청을 냈지만 서울고법과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야당 지방자치단체장들을 '종북 자치단체장'으로 낙인찍고 퇴출을 주장했다가 고소당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가 무혐의 처분했다.
'종북 낙인' 검찰은 무혐의, 법원은 배상 판결
하지만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별 근거 없이 '종북'으로 호칭한 행위를 명예훼손으로 인정,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잇따라 내렸다.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던 것과 같은 내용의 사건 내용으로 이정희 전 대표 부부가 변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1심인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013년 5월 변 대표에게 1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도 지난해 8월 같은 내용으로 판결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종북 자치단체장' 퇴출을 주장한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는 2013년 수원지법에서 이재명 경기도 성남시장에 5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서울중앙지법에서 김성환 서울 노원구청장에게 8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변희재씨와 이아무개 <미디어워치> 편집국장이 기사와 트위터로 '낸시랭이 친노종북세력과 관련이 있다'고 한 데에 낸시랭씨가 명예훼손과 인격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건도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법은 변씨가 500만원, 이 편집국장이 300만원을 낸시랭씨에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오는 29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법은 국정원장 재직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을 '종북 좌파세력', '종북 좌파단체'로 부르며 업무지시를 한 원세훈 전 원장에 1000만원을 전교조에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같이 신빙성 있는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저 사람은 종북이다'라는 식의 비난행위에 법원이 위법성과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있지만, 검찰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면서 다른 명예훼손 사건보다 관대한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탁현민씨의 변호인인 김용민 변호사는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종북' 낙인은 일반적인 명예훼손보다 훨씬 더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번에도 검찰이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고 처벌하지 않는다면, '종북 낙인을 맘대로 찍어도 된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한편, 변씨가 탁씨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은 재판이 진행중이다. 팟캐스트 등에서 변씨를 '아픈 애', '생또라이'등으로 지칭한 탁씨를 변씨가 서울남부지검에 고소했고, 검찰은 명예훼손이 아니라 모욕 혐의로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탁씨측이 정식재판을 청구, 다음달 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재판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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