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입찰공고, '특혜성 논란'..가격 담합 가능성 남겨

CBS노컷뉴스 박상용 기자 입력 2015. 5.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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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많은 대형업체 절대 유리, 낙찰가격 최대한 많이 보장
박인용(오른쪽) 국민안전처 장관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세월호 선체 인양을 확정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박종민기자)
해양수산부가 22일 세월호 선체 인양업체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냈다. 지난달 22일 선체인양을 결정한 뒤 한 달만이다.

이번 입찰은 예시가격만 1,000억원이 넘는데다, 앞으로 설계변경까지 감안하면 총 인양비용이 1,500억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벌써부터 전 세계 인양업체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어 치열한 입찰경쟁이 예상된다. 그런데 입찰 기준과 내용이 몇몇 대형업체에 유리하게 제시돼 특혜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 그동안의 선체인양 실적으로 결정된다…대형업체 절대 유리

해수부는 입찰공고를 통해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따라 관련 전문 기술을 보유한 국내외 업체는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국제입찰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외국업체와 국내업체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입찰에 참여할 경우에는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국부 유출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반 건설공사에서 적용하는 실적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다는 점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실적에 관계 없이 모든 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이는 다시말해, 실적이 많으면 가산점도 많이 주겠다는 방침이다. 상대적으로 실적이 많은 대형업체가 절대 유리한 조건이다. 특혜성 편파 논란이 이는 대목이다.

◇ 국·내외 10여개 업체 참여 예상…3-4개 컨소시엄 경합

해양수산부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직후 영국의 해양구난 컨설팅업체인 TMC를 통해 인양입찰에 참여할 업체가 어디가 있는지 알아본 적이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이 당시, 전 세계에서 7개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며 "네덜란드 스미트, 스비처, 마오에트, 미국의 타이탄, 중국의 차이나샐비지 등 외국에서는 5개 업체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또, "국내에서는 살초와 코리아샐비지 등 2개 업체가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네덜란드 스미트는 이탈리아 인근에서 좌초한 11만4천톤급의 크루즈 여객선 콩코르디아호를 인양한 경험이 있다.

미국의 타이탄은 8천톤급 컨테이너선과 6천7백톤급 화물선을 인양한 실적이 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전 세계적으로 이들 2개 업체가 가장 많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국내 어느 업체가 이들과 손을 잡는냐가 이번 입찰에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조선 3사가 작년에는 입찰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들 3사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해외 업체들은 기술적인 부분을 맡고, 국내 컨소시엄 업체는 장비와 인력 등을 책임지는 구조가 예상된다"며 "결국에는 인양실적이 많은 해외 2~3개 업체와 국내 조선 3사, 여기에 국내 소규모 인양업체 등이 각각 컨소시엄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대형건설업체 입찰담당 이사는 "일반 건설업계 기준으로 하면 실적이 많은 업체에 중소 업체들이 모여드는데, 아마도 선체인양 입찰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번 세월호 인양업체 입찰은 국제입찰로 WTO 규정에 따라 진행되겠지만, 실적 가산점에 점수 상한을 두지 않으면 이미 업체가 선정된 것과 다를 바 없다"며 "반드시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 기술점수 80%, 가격점수 20% 배정…가격 담합 가능성은?

이번 세월호 인양업체 입찰 기준이 일반 건설업계 입찰과 달리 특이한 점은 기술점수를 80%까지 높게 잡고 가격점수는 20%만 배정했다는 사실이다.

기술점수가 당락을 결정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가격점수 비중이 낮기 때문에 업체가 써내는 투찰 가격은 오히려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입찰 참여 업체가 가격을 최대한 올려 써내도 종합점수에서 감점받을 게 별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2-3개 컨소시엄이 얼마든지 가격 담합에 나설수 있다는 허점이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런 입찰 기준대로 한다면 낙찰가격이 정부 예시가격에 100%까지 맞출 수 있다"며 "정부가 인양비용을 낮추려는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정부가 제시하는 당초 예시가격을 1,000억원에서 많게는 1,200억원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는 최소 이 정도 액수에서 시작하겠다는 얘기다.

또, 인양작업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발생하면 1,500억원까지 감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인양업체가 설계 변경 등을 요구할 경우 인양비용은 2,000억원도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CBS노컷뉴스 박상용 기자] say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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