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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공무원 최고라고?" 육아휴직·유연근무 현실은..

이현정 기자 입력 2015. 05. 24. 05:37 수정 2015. 05. 24.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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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빠지면 옆 동료가 일 떠맡는데.." 제도 있지만 눈치 보여

[머니투데이 이현정 기자] ["나 빠지면 옆 동료가 일 떠맡는데…" 제도 있지만 눈치 보여]

#다섯 살 아들을 둔 해양경찰 김모(34·여)씨. 불법 중국어선을 감시하는 24시간 3교대 잠복근무를 마치고 늦은 오후 아이를 데리러 친척 집으로 향한다. 툭하면 비상에 걸려 아이를 친척집에 맡겨놓고 밤샘 근무를 하기 일쑤. 친척집에서 재운 후 어린이집으로 등원한 아이를 데리러 가는 길이면 옷은 잘 챙겨 입었는지, 종일 어린이집에서 아프진 않았는지 가슴이 미어진다.

김씨의 남편도 해경이다. 부부공무원인 이들은 흔히 말하는 '칼퇴'와는 거리가 멀다. 현장업무를 주로 맡아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를 활용하긴 어렵다.

남성 공무원도 3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게 되는 등 일과 가정의 양립을 테마로 정부가 앞장서 근로문화 개선을 하고 있지만 맞벌이 공무원 부부의 현실은 여전히 녹록치 않다.

한 달 전에야 내근 부서로 옮기게 된 김씨는 "아이를 키워본 사람이라면 아이가 얼마나 예쁘고 애틋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주변에선 둘째를 왜 안낳느냐고 하지만,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김씨는 3년 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땐 육아휴직을 쓸 계획이다. 초등학생이 되면 하교시간이 이르고 숙제도 봐주는 등 엄마 손을 타기 때문이다. 기간은 1년을 넘기지 않을 작정이다. 김씨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라며 "1년이 지나면 무급 휴직이 돼, 유급일 때 나오던 50만원(공제 후)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등 민원현장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은 '내가 빠지면 옆 동료가 내 일을 떠맡는 현실'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씨는 "민원·현장부서 인력은 유연근무제나 연차 등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며 "아이가 아픈 비상상황에선 부모님이나 친척에게 손을 빌리는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제도가 있어도 활용하지 못하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중앙부처 사무직 부부는 사정이 나을까. 결혼한 지 한 달 된 신혼부부인 허모(35·여)씨는 남편도 중앙부처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이다.

시간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육아휴직제 등을 놓고 촘촘한 육아계획을 짜놓았는데도 선배 공무원들의 '육아 대전쟁'을 보면 벌써부터 겁이 난다. 아이가 태어나면 1년은 허씨가, 나머지 1년은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고 이후엔 청사 어린이집에 맡겨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를 사용할 계획이다.

육아휴직을 1년 이상 연장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선 "아직까지는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너무 오래 쉬면 경력이 단절돼 업무 능력이 감소할까 스스로 겁이 난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 21일 가정의 달을 맞아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인사 개선 방향'이란 주제로 부부간담회를 열었다. 소속부처, 직무, 연령이 다른 부부공무원 10쌍이 초청돼 맞벌이의 고충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인사처 관계자는 "우리보다 앞서 제도를 도입한 일본도 아직까지 눈치보기 식의 경직된 근로 문화가 남아 있는데 한국은 더할 것"이라며 "시간과 속도의 문제일 뿐 유연한 근무 시스템이 더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처에 따르면,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공무원 수는 꾸준히 증가세다. 유연근무제 이용자 수는 2012년 1만7078명(9.6%)에서 2013년 1만8443명(14.8%), 2014년 2만4259명(16.1%)로 늘어났다.

이 중 오전이나 오후를 선택해 4시간만 일하는 시간선택제 근무자는 2012년 188명에서 2013년 570명, 지난해에는 1040명으로 늘어났다.

이현정 기자 hjleea@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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