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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 통장 발급 안돼" 범죄자 의심받는 고객

배동민 입력 2015. 05. 25. 13:44 수정 2015. 05. 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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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동행해도 신규 통장 발급 대부분 거절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미성년자는 범죄에 쓰이는 대포통장 문제 때문에 통장 발급이 안 됩니다."

최근 한 살 배기 아들의 예금 통장을 만들기 위해 광주 모 은행 지점을 찾은 박모(28·여)씨는 직원으로부터 "통장 발급을 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은행 직원은 대포통장을 악용한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는 이유로 부모에 의한 미성년자 통장 발급을 거부했다. 박씨는 준비해 간 가족관계증명서와 신분증, 인감도장을 보여주며 범죄와 무관하다고 설명했지만 은행 직원은 단호했다.

결국 박씨는 "첫째 아이 때는 용돈 통장을 쉽게 만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내가 범죄자가 된 것 같다. 사전에 아무런 홍보나 공지도 없이 너무한 처사"라는 불만을 터트리고 발길을 돌렸다.

다른 은행과 지점들도 마찬가지였다. 부모가 중학생 자녀와 함께 지점을 찾아 신규 통장 발급을 요구했지만 같은 이유로 거절한 은행도 있었다.

보이스피싱 등에 악용되는 대포통장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은행들이 미성년자 통장 발급 등을 거부하거나 제한하면서 고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감독 당국의 지침에 따라 금융사기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범죄자 취급을 받은 고객들의 항의로 은행 지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25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4월 현재까지 보이스피싱이나 인터넷 중고 물품사기 등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례는 109건, 370명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47건, 146명과 비교해 2.5배 이상 급증했다.

2012년 154건 460명, 2013년 128건 577명, 2014년 154건 686명과 비교해도 올해 들어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경찰은 대부분의 금융 범죄에 대포통장이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광주동부경찰서는 중국에 총책을 두고 광주에서만 2000개의 대포통장과 체크카드를 유통시키고 범죄에 이용한 보이스피싱 일당을 붙잡기도 했다.

대포통장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금융 감독원은 '대포통장 개설 의심 10개 유형, 90개 항목'을 내려 보내 은행들의 적극적인 홍보와 협조를 요구하고 있으며 은행들도 대포통장 개설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금감원이 정리한 90개 항목에 포함되진 않았지만 최근 부모가 미성년인 자녀의 계좌를 만든 뒤 대포통장으로 양도한 금융사기 범죄가 신고되면서 은행들의 미성년자 통장 발급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 졌다.

이 때문에 최근 은행 지점들은 계좌를 개설하려는 고객들과 이를 거절할 수밖에 없는 직원들 간 다툼이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고객들은 수년간 거래해 온 은행이 자신을 마치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는데 강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은행들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을 초과해 대포통장을 발급한 은행에 대해 제재 기준까지 마련돼 있다"며 "각 지점들도 대포통장 1계좌를 발급할 때마다 은행 전체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직원들이 신규 계좌 개설을 대놓고 거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더욱이 금감원이 보낸 90개 항목 역시 직원들에 따라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직원들이 판단할 때 의심되는 경우 등 적극적이고 주관적으로 계좌 개설을 거절하거나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한 민원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gugg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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