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대량살상' 탄저균 실험실 17년 전 설치 드러나

입력 2015. 5. 29. 20:20 수정 2015. 5. 2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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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전세계 미군기지 가운데 최초 실험

한국정부에 위험성 알리지 않아

살아있는 탄저균도 지난 1년간 지속 반입

페덱스가 일반화물과 섞어서 배송

주한미군이 오산 공군기지 '탄저균 배달사고' 당시에 진행한 탄저균 실험이 "처음 진행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시설을 갖춘 지 17년이 넘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미군이 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9일 사고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문제의 탄저균 표본은 4주 전에 오산 공군기지로 반입됐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통합위협인식프로그램(ITRP)의 일환으로 새로 들여온 중합효소연쇄반응(PCR·유전자 시료 양 증가에 사용) 유전자 분석 장비를 새달 5일 유관기관들을 초청해 시연하는 행사에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민간 배송업체인 페덱스를 통해 들여온 탄저균 표본은 포자 형태의 액체 1㎖ 분량이었고, 냉동돼 삼중으로 포장된 상태였다. 탄저균 표본은 실험실 냉동고에 보관돼 있다가 지난 21일 중합효소연쇄반응 장비에 넣기 위한 사전처리를 위해 해동됐다.

이어 주한미군은 지난 27일 미국 국방부로부터 표본이 살아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통보를 받고, 긴급대응팀을 투입해 표본을 락스 성분의 표백제에 넣어 폐기했다. 실험실 내 모든 표면을 닦아내는 방식으로 제독을 했고, 24시간 뒤에 공기 중에서 탄저균은 발견되지 않았다. 주한미군은 29일 보도자료를 내 "이번 생화학방어 실험훈련은 처음 진행된 것으로 추가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주한미군이 탄저균 실험시설을 운영해온 것은 이미 17년 전이고, 지난 1년간은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이 한국 오산기지로 배송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고와는 다른 방식이지만 탄저균 관련 실험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왔음을 말해주는 정황들이다. 29일 군사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미국은 1998년 9월 세계 미군기지 중 처음으로 한국 오산기지에 탄저균 실험시설을 갖추고 백신을 대량 공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미국 <에이비시>(ABC) 방송은 이날 미 국방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번에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실수로 만든) 유타주 더그웨이 생화학병기시험소는 지난 3월 이후 12개월 동안 살아 있는 탄저균 표본을 주한미군기지 한곳과 미국 9개 주 18개 민간·대학 실험실에 제공했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방부 관계자도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미군이 비활성화된 탄저균을 들여와서 훈련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 이전에도 미군이 탄저균을 이용한 실험훈련을 벌여왔다는 것이다.

또 <에이비시> 방송은 탄저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은 지난 22일 메릴랜드의 한 민간기업이 발견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시민단체 등에선 미 국방부가 위험물질임을 인식하고도 곧바로 주한미군과 한국에 통보하지 않고 닷새나 흘려보낸 경위가 분명히 해명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지훈 기자, 워싱턴/박현 특파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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