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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괴담 처벌? 불신 퍼뜨리는 건 정부다

입력 2015. 05. 31. 09:46 수정 2015. 05. 3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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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를 못 믿는 8가지 이유… 공기 중 감염 없다는데 옆 병실에서 환자 발생 등

[미디어오늘 이정환 기자]

"여의도○○병원, ICT(집중치료시설)가 폐쇄됐다고 하니 그 병원 근처에 가지 마라."

며칠 전 카카오톡을 타고 떠돌던 루머는 일부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30일에는 경찰이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과 관련한 유언비어를 막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허위사실 유포를 처벌할 수는 없지만 업무 방해나 명예훼손 등 실정법 위반 내용이 포함되면 글 작성자와 유포자를 추적한다는 방침이다.

국민들이 정부 발표를 믿지 못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첫째,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

31일 새벽 1시 기준으로 메르스 확진 환자 15명 가운데 13명이 같은 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나 보호자, 의료진이다. 첫 번째 환자는 11일에 발병해 18일까지 네 차례나 병원을 옮겨 다녔는데 벌써 세 군데 병원에서 환자가 발견됐다. 20일 확진을 받기까지 밀접 접촉자는 최소 64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에 격리조치만 잘 됐더라면 추가 감염을 최소화할 수 있었을 거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둘째, 공기로 감염 안 된다고?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가 아닌데도 감염된 사례가 여럿 나왔다. 검사를 받으러 복도 등을 지나는 도중에 마주쳤을 수도 있지만 병실 밖을 나온 적이 없는 다른 병실의 환자가 감염된 사례도 있다. 메르스는 침방울 등으로 감염되는데 보통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2m 이내 거리에서 직접 접촉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게 보건복지부의 설명이었는데 이제는 공기 중으로 감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중동 호흡기 증후군(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셋째, 격리 조치도 부족했다.

심지어 메르스에 감염된 채로 해외 출장을 간 40대 남성의 사례도 있었다. 첫 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아들인데 의료진의 권고를 무시하고 홍콩을 거쳐 중국으로 건너갔다가 중국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첫 증상이 발견된 뒤 8일 만이다. 홍콩과 중국 정부도 발칵 뒤집혔다. 국가 방역망이 뚫렸다는 비판이 거센데, 정작 이 남성이 비행기를 탈 때까지도 보건당국은 이 남성의 존재조차도 모르고 있었다.

넷째, 그 병원에 가도 된다고?

보건 당국은 환자가 발생한 병원이 어딘지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첫 번째 환자가 평택과 수원의 병원을 옮겨다녔다는 사실은 일부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그 병원 가지 마라"는 루머가 돌았던 여의도○○병원의 경우 2차 감염 환자가 다녀간 건 사실이나 ICT가 폐쇄된 건 아니었다. 전혀 사실무근의 루머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메르스 환자 거쳐간 병원 방문해도 감염 가능성 없다"는 연합뉴스 기사는 네티즌들의 조롱 대상이 됐다.

다섯째,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 못한 정부.

환자의 가족이 격리시설로 보내달라고 요구했는데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사례도 있었다. 이 40대 여성은 결국 집에서 자가격리를 했고 나흘 뒤 확진 판결을 받았다. 그동안 몇 사람을 접촉했는지 알 수 없고 추가로 3차 감염자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자가격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폐쇄된 평택의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환자들을 별도 조치 없이 퇴원시킨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여섯째, 슈퍼 보균자일 가능성?

보통 메르스는 환자 1명이 0.6∼0.8명에게 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번 경우는 첫 번째 환자에게 감염된 환자가 14명이나 된다. 아직까지 3차 감염 사례는 없었지만 전염력이 빠른 변종 바이러스거나 이 첫 번째 환자가 슈퍼 보균자일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정부가 말하는 것과 달리 메르스의 전파 속도가 훨씬 더 빠르거나 치명적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일곱째, 치사율 40% 공포.

메르스가 발발한 중동 지역에서 메르스 치사율이 40%에 육박했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40%는 치료를 전혀 하지 않았을 경우의 확률이고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안 될 거라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국민들의 공포는 치사율 40% 때문이라기 보다는 통제되지 않는 위험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다. 괜찮다고만 할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공개하는 게 불안감을 떨쳐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여덟째, 괴담을 때려잡자?

숨만 쉬어도 걸린다느니 밖에서는 양치질도 하지 말라느니 하는 황당무계한 괴담도 있지만 국민들의 공포심리를 반영한 것일 뿐 악의적이고 허무맹랑한 괴담은 찾아보기 어렵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세균 의원은 30일 트위터에 남긴 글에서 "메르스가 잡히면 괴담도 잡힌다"면서 "방송에 의사들 출연시켜 별거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예방이 가능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 온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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