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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X파일] 野, 정말로 '떼쓰기' '끼워팔기' 했나?..10일 협상안 살펴보니

입력 2015. 05. 3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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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지난 29일 우여곡절 끝에 통과됐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금 개혁안 내용 자체보다는 협상 과정이 논란입니다. 야당이 협상 고비마다 공무원연금 개혁과 관계 없는 부대조건을 내세우며 발목을 잡았고, 결국 협상이 아쉬웠던 여당이 야당에 굴복해 연금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세월호시행령 수정을 위한 국회법 개정안까지 통과시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에서는 야당이 협상 내내 ‘떼쓰기’로 일관해 결국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팔기’했다는 평가까지 하고 있습니다. 야당이 판을 주도하고 여당이 끌려다닌 형국이라며 “제왕적 야당”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 보려고 합니다. 야당은 정말로 끼워팔기를 했을까요? 지난 10일로 돌아가보겠습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7일 경선을 거쳐 당선된 후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처음 만난 날이 바로 10일 입니다. 이날 두 사람은 유승민 대표 집무실에서 만나 협상에 나섰습니다. 가장 큰 현안은 지난 6일 합의가 무산된 공무원연금개혁 합의를 다시 추진하는 일이었고, 본회의에서 어떤 법안을 통과시킬지도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이상 마라톤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이날 나온 합의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5월 임시국회 안건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12, 28일에 개최하기로 한다.

2. 5월 12일(화)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지방재정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법안들을 처리한다.

3. 공무원연금법 개정과 공적연금 강화에 대해서는 5월 2일 양당 대표·원내대표간 합의 및 실무기구의 합의사항을 존중하여 계속 논의하기로 한다.

4. 5월 11일(월) 오후 2시 보건복지위를 개최하여 장관을 상대로 국민연금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하고, 농해수위 여야 간사가 합의한 일자에 농해수위를 개최하여 특별조사위원회와 야당이 제기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추후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

정리하면, 12일 본회의에서 소득세법, 지방재정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법안은 꼭 처리하고, 공무원연금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는 5.2 합의를 존중해 공적연금 강화를 논의하며, 문형표 장관을 상대로 한 국민연금 현안을 논의하며, 세월호특별법 시행령 문제점 논의와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하자는 내용입니다.

이 합의안에 근거해 이후 진행된 의사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11일 야당 원내지도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12일 본회의에서 연말정산 보완대책 마련을 위한 소득세법, 누리과정 재원 마련을 위한 지방재정법, 그리고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등 3개 법안과 위안부 문제 및 조선인 강제 징용 시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과 관련한 아베 총리 및 일본 정부를 규탄하는 2개의 결의안을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여당에서 크라우드펀딩법 등 경제활성화법안을 포함한 60여개 법안 처리를 요구했지만 야당은 거부했습니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이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무원연금 개혁 합의를 놓고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을 명기하지 않는 것으로 당론을 정한 것을 두고 야당 측은 “합의를 파기하자는 의미”라며 추가 법안 처리를 거부한 것입니다. 10일 합의문에서 “5.2 합의를 존중해 공적연금 강화에 대해 계속 논의하자”고 했던 내용을 벗어났다는 것이 야당의 해석이었습니다. 결국 12일에는 공무원연금법은 처리되지 못했고 3개 법안 2개 결의안만 통과됐습니다.

이 때부터 ‘야당의 발목잡기로 시급한 현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는 여론이 흘러나왔습니다. ‘제왕적 야당’이라는 표현이 언론을 장식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하지만 합의문을 근거해서 보면 야당은 약속을 지켰습니다. 합의문 2항에 담긴 3개 법안 처리가 이날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하자고 약속 했던 일을 안한 건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야당의 대표적 ‘떼쓰기’와 ‘끼워팔기’로 회자되는 문형표 복지부장관 해임건의안과 시행령 수정 요구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도 살펴보겠습니다. 이 두가지 조건이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지난 26일입니다. 새정치연합은 문 장관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문제를 두고

‘세대간 도적질’, ‘은폐 마케팅’ 이라고 발언했던 것을 문제 삼아 사회적기구가 구성돼도 문 장관이 있는 한 기구가 파행할 수밖에 없다며 해임건의안을 요구했습니다. 세월호 유족이 반발하는 세월호법 시행령 폐기를 요구하면서 이런 행정입법을 제어할 수 있는 국회법 개정도 조건으로 내걸었습니다.

합의문에는 ‘해임건의안’, ‘국회법 개정’이라는 구체적인 단어가 명시돼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문형표 장관을 상대로 국민연금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야당이 제기한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추후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은 담겨 있습니다. ‘뜬금없이 없던 조건을 갖다 붙였다’는 비판이 100% 성립한다고 보기도 좀 어려운 이유입니다.

특히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는 세월호법 시행령 수정을 위해서는 일단 시행령 수정을 국회가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마련하는 근거 작업이라는 점에서 10일 합의문 4항의 ‘세월호 시행령 추후 대책 논의’ 부분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야당이 정부 권한을 축소시키기 위해 국회법 개정안을 연금 개혁 조건으로 끼워팔기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국회가 정부와 사법부의 행정ㆍ사법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주장은 별도로 꼼꼼히 따져봐야 할 일이지만 여야가 합의를 준수했는지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긴 글을 정리해보면, 여야 원내대표가 처음 만나 합의를 이룬 4가지 기본 사항의 범주 안에서 야당은 협상 전략을 펼쳐왔던 것이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를 두고 떼쓰기, 끼워팔기, 더 나아가 ‘제왕적 야당’이라는 비판을 제기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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