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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비상 - 정부 대응 부실>메르스 법정감염병 목록에 올리지도 않았다

노기섭기자 입력 2015. 06. 05. 14:01 수정 2015. 06. 05.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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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발병 불구 '무대응'

의사·환자 신고의무도 없어 복지부 지침도 근거없는 셈

현재 국내에 급격히 확산하고 있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에서 창궐했음에도 국가가 책임지고 방역대책을 수립하거나 유행 여부를 감시하게 돼 있는 법정감염병 목록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행법상 메르스 감염환자나 감염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한 의사에게 신고의 의무가 없어 "의심되는 사람이 있을 때 신고하라"는 보건복지부의 지침은 법적 근거가 없는 셈이다. 정부의 대응조치가 늦어지게 된 원인도 이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메르스 발생 초기 정부가 법적 근거도 없이 의사들에게 '신고 의무를 지키지 않으면 벌금'이라며, 책임을 떠넘기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5일 문화일보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국가가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감염병 목록을 확인한 결과 총 6개 군, 77종에 이르는 우리나라의 법정 감염병에 메르스는 속해 있지 않다. 법정 감염병은 모두 6개 군으로 나뉜다. 물 또는 식품을 매개로 발생 즉시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하는 제1군 감염병 6종, 국가예방접종사업 대상인 2군 감염병이 11종이다.

간헐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발생 감시 및 방역대책이 필요한 3군 감염병이 19종, 국내에 새로 발생했거나 국외로부터 유입될 우려가 있는 제4군 감염병이 18종, 기생충으로 인해 정기적인 조사가 필요한 제5군 감염병 6종, 정부가 유행 여부를 조사하고 감시해야 하는 지정감염병 17종으로 나뉜다. 지난 2009년 4월부터 유행했던 신종인플루엔자가 제4군 감염병으로 지정된 것을 감안하면, 메르스도 제4군 감염병으로 지정됐어야 했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11조 1항에 따르면, 의사나 한의사는 감염병 환자나 감염병에 걸린 것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했을 경우 제1군 감염병에서 제4군 감염병의 경우엔 즉시, 제5군 감염병 및 지정감염병의 경우엔 7일 이내에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정상적으로라면 의사의 신고가 보건소, 지방자치단체를 거쳐 질병관리본부에 보고가 들어가 대응지침이 내려왔어야 하지만, 메르스의 경우 법정 감염병이 아니어서 정부의 사태파악 및 후속조치가 줄줄이 늦어진 것이다.

정부는 "의심환자 발생 시 신고를 하지 않으면 현행법상 2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며 의사와 병원들을 몰아세우고 있지만, 책임 떠넘기기란 비판이 일고 있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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