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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융이야기]메르스, 질병일까 재해일까

정다슬 입력 2015. 06. 0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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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막내기자와 함께 배우는 금융상식]
[사진 = 이데일리 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에 온 나라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지난 5일 기준 확진 환자는 42명, 사망자는 4명이며 격리자는 1820명까지 늘었습니다. 낙타 한 마리도 없는 나라에서 세계 3위 메르스 발생국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 셈입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하기 까지는 정부의 미숙한 초동대응의 영향이 컸습니다.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조류 인플루엔자(AI), 에볼라 바이러스 등 강력한 바이러스 질환이 전 세계를 강타할 때도 큰 피해를 겪지 않았던 우리나라인 만큼 그 충격은 더욱 큽니다. 일각에서는 국가적 재난을 선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그러나 아직 메르스는 우리나라의 법정 감염병이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법정 감염병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감염병예방법)로 법률로서 총 11종(種)이 지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메르스는 그 어떤 군(郡)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지정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감염병예방법은 세계보건기구(WH0)가 감시대상으로 정한 질환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고시하면 법정 감염병으로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메르스는 2012년 첫 감염사례가 확인된 이후 세계적 공중보건위기 대상 감염병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복지부 장관이 고시하기만 하면 법정 감염병이 됩니다.

법정 감염병으로 지정되면 의사나 한의사는 감염병 환자나 감염병에 걸린 것이 의심되는 환자를 진료했을 경우 관할 보건소장에게 신고해야 할 의무를 집니다. 사태파악과 체계적인 조치 등 감염병 검역체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법정 감염병 지정은 향후 메르스에 의해 피해를 보는 분들에게도 매우 중요합니다. 해당 감염병이 그저 ‘질병이냐, 아니면 재해냐’를 가르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메르스는 호흡기증후군이라는 ‘질병’으로 분류돼 현행 보험체계에서도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도 메르스 검사비용은 무료이고 치료 비용은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만약 실손의료보험에 가입돼 있다면 건강보험금을 적용하고 난 후 발생한 법정 본인부담금은 이를 통해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입원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보건복지부는 법정 본인부담금도 국가가 지원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본인이 부담하는 비용이 한 푼도 발생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실손의료보험금을 청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생명보험금은 이와 상관없이 받을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은 △질병보험 △사망보험 △CI보험으로 나뉘는데 각각 보상하는 범위가 다릅니다. 질병보험은 통상 입원일 기준으로 3일을 초과하면 120일까지 하루당 약정된 금액을 지급받는 것입니다. 사망보험은 환자가 사망할 때 수령합니다. CI보험은 메르스가 말기폐질환으로 확진될 경우에만 진단자금이 지급됩니다.

단, 여기까지는 어디까지나 ‘질병’의 영역에서 보상입니다. 그런데 만약 메르스가 법정 감염병 1군으로 지정된다면 메르스는 ‘재해’의 영역에서 취급될 수 있습니다. 생명보험은 재해분류표에 따라 보장 대상이 되는 재해를 규정하는데, 여기에는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규정한 전염병’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이 감염병예방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 규정한 전염병이 바로 법정 감염병 1군입니다.

만약 재해사망특약을 건 생명보험에 가입한 사람이 법정 감염병 1군에 속하는 질병으로 사망하면, 일반사망보험금보다 2~3배 더 많은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이 1군에 속하는 감염병은 현재는 △콜레라 △장티푸스 △파라티푸스 △세균성이질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A형 간염입니다만 향후 메르스도 법정 감염병에 속하게 되면 재해로 인정받게 됩니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부의 의지에 달린 ‘만약’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2009년 발병된 사스는 법정 감염병 4군으로 분류돼 재해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메르스가 법정 감염병 중 어느 군에 해당될 것이냐를 떠나 보험업권이 감염병 보상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생명보험 표준약관에서 재해의 기준이 되는 재해분류표에서 감염병에 대한 조항은 2010년 12월 30일 페스트 대신 A형 간염이 법정 감염병 1군으로 들어온 것 외에는 한 번도 바뀐 적이 없습니다. 이마저도 국회에서 전염병예방법이 감염병예방법으로 개정되면서 생긴 변화입니다.

보험권 관계자는 “기후 변화 등으로 점점 전염병 발병 주기는 짧아지는데 이를 보장할 수 있는 보장 체제는 매우 미비한 수준”이라며 “이제 우리도 감염병에 대한 대비를 공적인 영역(국가의료체제)과 사적인 영역(민간보험) 안에서 어떻게 조화시켜나갈지를 고민해야 할 때가 왔다”고 말했습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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