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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독교는 왜 '동성애 반대'에 올인하나

입력 2015. 06. 10. 10:29 수정 2015. 06. 1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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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경찰, 6월 28일 ‘퀴어퍼레이드’ 행사 15년 만에 ‘불허’… 종교계 입김 가능성

“저도 예수님을 믿고 뜻에 따라 살고자 하는 기독교 신자다. 지금의 사태가 부끄럽다. 그들이 믿는 하나님과 제가 믿는 하나님은 다른 하나님인가.” 김진철 향린교회 집사의 말이다. 6월 2일 서울지방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이 열렸다. 6월 28일 열릴 예정이던 퀴어퍼레이드에 대한 경찰의 금지 통고를 규탄하는 인권시민단체들의 기자회견이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 집사는 “경찰이 행진 금지 통고를 했지만, 우리는 교회 깃발을 들고 즐겁게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이하 ‘퀴어문화축제’)가 낸 6월 28일 퀴어퍼레이드 집회신고서를 서울지방경찰청과 남대문서가 반려한 데 대한 항의 차원에서 열렸다. 경찰은 5월 30일 옥외집회 금지 통고서를 냈다. 경찰이 밝힌 사유는 “행진로의 일부가 선 신고된 단체의 행진로 4개 장소와 경합되고, 주요 도시 주요 도로에 해당하여 시민들의 통행과 차량 소통에 지속적으로 불편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남대문서 앞에서는 이색적인 항의농성이 진행됐다. 풍선을 들고 남대문서 앞에 모여든 사람들은 “경찰이 집회신고 절차를 자의적으로 바꿔 맞불 봉쇄집회를 열려고 한 기독교단체 측에 먼저 허가를 주려 했다”며 수일에 걸친 밤샘농성을 계속했다. 그리고 끝내 돌아온 답은 행진 불허. 6월 2일 기자회견에 참여한 장서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 변호사는 “경찰은 선 신고 단체가 있다고 하지만 집시법상 규정돼 있는 720시간 전보다 며칠 전에 자의적으로 신고를 받아 위법하다”며 “교통불편을 초래한다는 주장 역시 집회 주최자가 질서유지인을 두고 도로를 행진하는 경우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 현행 집시법의 규정 내용”이라고 말했다. 민변은 이날자로 옥외집회 금지 통고 취소소송을 내는 한편, 효력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6월 2일, 서울경찰청 앞에서 열린 퀴어문화축제의 안전한 개최 보장을 촉구하는 인권시민사회단체·정당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행사 금지를 통고한 경찰과 맞불집회 신고를 낸 보수개신교 측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어 보이고 있다. / 강윤중 기자

“반대 단체 하나님은 다른 하나님인가”퀴어퍼레이드는 퀴어문화축제의 주요 행사로 지난 2000년 시작됐다(박스 참조). 15년간 퍼레이드 행사 자체가 금지된 적은 없었다. 반동성애를 내세운 기독교 측의 실력행사는 지난해 신촌에서 열린 퀴어퍼레이드 행사 때부터 나타났다. 행사차량 앞에 드러누워 반대구호를 외치는 등의 실력행사였다. 올해는 한 발짝 더 나아가 아예 행사 자체를 봉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오히려 우리가 피해자다. 겹치는 장소에 금지조치를 내리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행진 노선과 겹치지 않은 곳도 금지 통보를 받았다.” 맞불 집회신고를 낸 송춘길 목사(나라사랑&자녀사랑 운동연대 조직위원장, 이하 ‘나라자녀사랑’)의 말이다. 나라자녀사랑 측이 집회신고를 낸 곳은 모두 7군데. 집회신고는 모두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총 다섯 군데 행진신고를 낸 것은 5월 30일 금지 통보를 받았다고 송 목사는 말했다.

송 목사에 따르면 행진 장소 중 겹치는 곳은 청계천 딱 하나인데, 모든 장소에서 행진 불허 방침을 받았다는 것이다. “기독교계 언론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다. ‘대한민국 경찰은 동성애 호위병이냐.’” 엇갈리는 주장이다. 송 목사에게 물었다.

퀴어문화축제 측은 거꾸로 남대문서 측에서 자의적으로 잣대를 정해 정식 집회신고 전에 먼저 신고하도록 송 목사 측에 정보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데.

“사람 잡을 소리다. 남대문서가 우리에게 티끌만큼도 유익을 제공한 적이 없다.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남대문서와 많이 싸웠다. 동성애자들은 6월 9일 서울광장 사용승인을 받았다. 그들은 언제 와도 집회신고를 받아주고, 반면 우리가 하는 것은 한 달 전에 내야 한다고 한 것이다.”

먼저 정보를 입수하고 집회신고를 낸 것은 사실이 아닌가.

“진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지나가던 사람이 가만히 보니 남대문경찰서 사람들이 정문에다 방을 붙이는 것을 목격했다. 무슨 방인지 읽어보니 집회신고 기준이 남대문서 현관을 누가 통과하느냐가 아니고, 누가 먼저 내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방을 붙이는 걸 보고, 그 자리에 앉았다. 그 사람이 우리 회원이었다. 그걸 알려줘 부랴부랴 뛰어간 것이다. 남대문서에선 득을 준 적이 한 번도 없다.”

먼저 정보를 입수하고 선점한 것은 사실인데.

“오히려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부분이다. 우리가 먼저 거기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10분쯤 뒤에 동성애자들이 달려왔다. 지나가다 발견하지 않았으면 당할 뻔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했겠느냐. 경찰이 그쪽(퀴어문화축제)에 귀띔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지난해 서울 신촌에서 ‘사랑은 혐오보다 강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15회 퀴어문화축제 행사. /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제공
동성애 반대 기독교 단체 사이 신경전

퀴어문화축제 행사기간 중 가장 큰 행사는 6월 9일 개막식과 28일 퀴어퍼레이드다. 교계도 이날에 맞춰 행사를 한다. 그런데 기독교계의 행사는 하나가 아니다. 6월 9일 개막식 날의 경우 대한문에서는 송 목사 측 행사가 예정되어 있다. 청계천에서는 또 다른 행사가 진행된다. 탈동성애인권기독협의회와 홀리라이프가 주최한 ‘제2회 홀리 페스티벌’이다. 6월 1일, 한기총·한교연·한장총·미래목회포럼 등의 퀴어문화축제 반대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 기독교 단체가 참여하는 쪽은 홀리 페스티벌이다.

홀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이요나 목사(서울 갈보리채플교회)와 이야기 끝에 송 목사 측의 집회와 어떻게 성격이 다르냐고 물었다. 그에게서 돌아온 답. “…(송 목사와 관련해서는 )일면식도 없기 때문에 그 분에 대해 말하면 답변할 것이 없다.” 뭔가 ‘사연’이 느껴지는 언급이다. 이 목사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 자신이 동성애자, 성소수자 출신이다. 30살 때 이태원에서 ‘열애’라는 이름의 게이클럽을 열어 10년간 운영했다. 그 후 일본에 건너가 신학을 공부했고, 한국으로 돌아와 8년 전부터 ‘성소수자 상담운동’을 이끌어 왔다. “동성애는 해결될 수 있는데, 교회가 책임을 져야 한다. 그들에게 복음을 전도하고 회복하는 것이 최고의 인권이다.”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그가 여러 차례 반복한 말이다. ‘홀리 페스티벌’은 실력저지가 목표가 아니라 찾아온 성소수자들을 상담해 그들이 저지르는 ‘불륜’과 ‘죄’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알려주는 행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목사도‘반대운동’에 나선 기록이 있다. 지난 2013년 영화감독 김조광수의 동성결혼 행사에 대해 반대하는 운동을 벌였다. 그의 말. “정치적인 것은 안 되기 때문이다. 6월 9일 행사에 앞서 프레스센터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규탄집회를 먼저한다. ‘성정치’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들 기독교단체들의 실력저지 활동에는 지난해 서울시 인권조례를 좌절시킨 활동도 포함된다. 송 목사 단체 말고도 동성애 반대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온 단체로는 에스더기도운동본부(이용희 교수), 예수재단(임요한 목사), 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한성총회(이희준 총회장)의 올 월드경배와찬양단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이번 퀴어문화축제 뿐 아니라 지난해 서울시 인권조례 제정 논란 때도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낸 적 있다. 주목받은 행사는 더 있다. 올 월드경배와찬양단은 마크 리퍼트 주한미대사 습격 당시, 프레스센터 앞 등지에서 연 리퍼트 대사 쾌유를 기원하는 부채춤 등의 퍼포먼스를 연 단체다. 송춘길 목사는 이밖에 다른 행사로 주목을 받은 전력이 있다. 지난해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 당시 교황 방한 및 WCC(세계교회협의회) 반대운동 단체의 준비위원장이었다(주간경향 1014호, 1068호 관련기사 참조).

(※ 기사 본문에 언급된 리퍼트 쾌유 기원 부채춤과 관련,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해당 행사와 에스더기도운동본부는 아무 관련없다”고 알려왔습니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의 입장은 오래된 것이다. 하지만 행사 실력저지와 같은 행동으로 나타난 것은 최근 1~2년 사이의 일이다. 거기에다 한기총과 같은 교계 공식조직이 본격적으로 행사 저지를 선언하고 나선 일도 전례없는 일이다.

“공통의 적, 내부개혁 목소리 잠재워”“나라 망치는 동성애 홍보대사 박원순 시장은 6월 9일 서울광장 동성애 음란광란누드집회 허가 즉각 취소하라!” 예수재단 임요한 목사가 교인들에게 보낸 카톡 문자메시지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이 문자메시지는 이 ‘싸움’의 주체를 ‘애국세력’과 ‘진리수호세력’이라고 호명하고 있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다른 ‘내부자료’에는 “반동성애집회 집행부 측은 채증요원을 별도로 운영해 ‘알몸 노출, 집단적·혼성적 행위 묘사’ 등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사진과 동영상으로 남겨 사후 고소·고발의 증거자료로 삼는다”는 등의 ‘동성애 반대투쟁 현장’ 행동지침도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다. 결국 ‘충돌’은 불가피한 일일까.

“만약 퀴어문화축제 측의 편의를 봐줬다면 아예 처음부터 우리에게 알려줘야지 왜 그분들이 먼저 등록하도록 했겠느냐.” 강명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의 말이다. 양측 행진이 모두 불허된 것과 관련, 그는 “노골적인 행사 방해 목적의 반대행사를 열려는 기독교 측의 손을 들어줬다가 종교편향 논란이 벌어지면 번잡스럽고 신경 쓰이는 게 싫으니까 저쪽(동성애 반대 측)도 금지 통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음란누드 행사’에 공연음란죄 등으로 고발조치를 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법 해석상 차이는 있을 수 있다”며 “관련해서 수영복을 일상복처럼 입었을 때 과연 처벌대상인지 내부적으로 법적 자문도 받는 등 대비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궁금한 점은 이것이다. 한국 (보수)기독교는 왜, 하필이면 최근 1~2년 사이에 동성애 반대에 ‘올인’하는 것일까.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역사·예수·교회> 등 한국 보수기독교 비판도서들을 펴낸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상임위원 백찬홍 목사는 “최근 유럽에서 기독교의 쇠퇴나 동성애나 이혼문제 등에 대한 교황의 전향적 언급에서 드러난 것처럼 ‘성적 소수자를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며 “반면 한국 교회는 대형교회 목사의 비리나 전횡, 사기업화 등 교회 내부문제에 대한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외부의 공통 적을 만들어 덮으려는 시도들이 최근 부쩍 늘어났다. 그 중 하나가 동성애에 대한 공격”이라고 말했다. 강명진 위원장은 “6월 28일 퍼레이드는 현재는 불허 통고를 받았지만 행사를 진행할 수 있도록 인권시민단체들과 연대해 대응하는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6월 9일 개막식 행사부터 참여자 안전보장이 최우선사항이기 때문에 경찰 측과 협조·협의를 하고 있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퀴어퍼레이드 기원은 1969년 미국 스톤월 항쟁
2015년 퀴어문화축제 포스터. /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1969년 6월 28일 새벽 1시. 미국 뉴욕 그리니치 빌리지의 술집 스톤월 인을 사복경찰 4명과 정복경찰 2명이 급습했다. 스톤월 인은 당시 뉴욕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던 게이바였다. 경찰의 급습 목적은 이들 동성애자를 현장에서 체포하는 것. 동성애죄 위반이 죄목이었다. 200여 명의 손님과 현장에 모여든 사람들은 체포에 항의해 “게이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고, 대열은 불어났다. 이날의 항쟁은 새벽 4시쯤 마무리되었지만 언론에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이튿날 다시 시위대가 집결하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기폭제로 동성애자 인권단체들이 만들어지고 기관지가 발행되었다. 퀴어퍼레이드 행사가 열린 것은 그 후 1년이 지난 1970년 6월 28일이다. 행진은 스톤월 항쟁이 일어난 뉴욕뿐 아니라 LA와 시카고에서도 개최되었다. 노동절(5월 1일)이 그랬듯, 스톤월에서 시작된 퀴어퍼레이드는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한국에서 퀴어문화축제가 6월 말 즈음에 열리는 것도 “1969년의 스톤월 항쟁과 이듬해 6월 28일 벌어진 최초의 게이퍼레이드 정신을 이어받은 것”이라고 퀴어문화축제 측은 밝히고 있다. 한국에서 첫 행사는 2000년 친구사이 등 20여개 성소수자 단체와 이송희일 영화감독 등이 참여해 연세대학교에서 처음 열렸다. 행사는 크게 개막식, 퍼레이드, 퀴어영화제, 파티와 강연, 토론회, 전시회, 사진전 등이 열린다. 지난해 행사는 글로벌 기업 구글의 후원으로 6월 7일 신촌 연세로에서 열렸다. 하지만 당시 보수기독교 단체들이 실력저지에 나서 예정된 시간을 훨씬 지나 저녁 무렵에야 퍼레이드 행사가 마무리됐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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