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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36번 환자'가 죽어갈 때, 박 대통령의 타임라인 보니..

입력 2015. 06. 15. 16:10 수정 2015. 06. 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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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21]

메르스 세 번째 사망자 ㄱ씨의 의무기록 615장 분석

2차 감염자 추적 격리에 실패하면서 세계 최초 3차 감염자 사망

가족들 "정부는 왜 버벅거리고 병원 이름 숨겼는지 이해 안 돼"

<한겨레21>은 6월9일 한 망자의 병원 의무기록 전체를 단독으로 건네받았다. 망자는 6월3일 숨졌다. 이튿날인 6월4일 그에게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이 내려졌다. 36번 환자. 국내 첫 3차 감염 사망자였다. 부인은 물론 3남1녀 누구도 망자의 마지막 얼굴을 보지 못했다. 엄청난 각혈로 치료실 바닥이 철벅였다는 의료진의 전언은 차마 잊고 싶을 정도다. 입원 26일 만에 그는 왜 망자가 되었나. 615장, 망자가 남긴 26일간의 의무기록은 묻고 있다. 책임은 어디에 있는가. 유족의 동의를 얻어 망자의 고통과 국가의 책임을 기록한다.

입원 그리고 입국

대전 유성구 세동에 사는 ㄱ(83)씨는 5월 들어 기침과 고열이 부쩍 잦았다. 숨 쉴 때마다 '쌕쌕' 소리가 나기도 했다. 가까운 보건지소에서 처방한 약이 듣지 않았다.

가래 끓는 기침이 이어지던 바로 그즈음인 5월4일, 68살 남성이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했다. 그 남성은 16일 뒤에야 메르스 국내 1번 환자로 확인된다. 그사이 국가방역체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정부는 메르스의 국내 유입이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정부는 그 남성을 추적하지 않았다.

덩달아 ㄱ씨에게 메르스가 접근하고 있었다. ㄱ씨가 1번 환자가 될 이 남성을 짐작하는 것은 불가능의 영역이었다. 반면 정부가 그 남성을 확인하는 것은 가능과 책임의 영역이었다. 대통령은 이날 일주일 만에 업무에 복귀했다. 그는 중남미 나라 4곳을 다녀온 뒤 인두염 등을 치료받는다며 일주일간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

보다못한 둘째아들이 부친의 손을 잡고 5월9일 오전 10시 대전 건양대병원에 갔다. 체온 38.5도, 맥박이 분당 107회, 혈압은 110/70mmHg. 세균성 폐렴과 천식이라는 의사 진단이 나왔다. 101병동 1007호실에 입원했다.

입원 사흘째인 5월11일, 체온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자정을 갓 넘긴 0시26분, 간호사가 병실에 들어섰다. 산소마스크를 낀 ㄱ씨는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산소포화도가 89~90%에 머물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산소포화도의 정상 범위는 95% 이상으로 본다. 쌕쌕거리는 숨소리도 여전했다. 천식 때문이다. 새벽 1시15분께 ㄱ씨는 병상에서 내려오려다 엉덩방아를 찧었다. 산소마스크가 떨어져 산소포화도가 60%까지 떨어졌다. 간호사가 산소마스크를 다시 씌워줬다. 아찔한 상황이었다. 새벽 2시10분에는 소변줄을 통해 피가 섞인 소변이 관찰됐다. 이날 아침에는 체온이 38.9도까지 올랐다. 해열제를 투여한 뒤에야 진정됐다.

이날 오전 담당의사는 ㄱ씨의 가족에게 중환자실 입원을 권유했다. 가족은 조금 더 상태를 지켜보자고 했다. ㄱ씨는 치료를 받느라 종일 굶었다. 밤 11시 체온이 38.5도로 다시 치솟고 발한이 심해졌다. 또다시 해열제를 투약했다. 그날 1번 환자는 충남 아산서울의원 외래진료를 받았다. 같은 날 대통령은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했다.

호전 그리고 확산

나흘 뒤인 5월15일, 40살 남성이 경기도 평택성모병원 8층에 입원했다. 그는 나중에 16번 환자가 될 터였다. 병실은 달랐지만 같은 층에는 1번 환자가 있었다. 15~17일 사흘간 두 사람은 같은 공간에 머물렀다. 1번 환자의 가슴에서 16번 환자의 가슴으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했다.

정부는 알지 못했다. 심지어 오판했다. 1번 환자가 보름가량 머물렀던 바레인이 메르스 감염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그 위험성을 무시했다. 감염이 가능한 '밀접 접촉자'의 범위도 극히 제한적으로 해석했다. 환자와 2m 거리 이내, 1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으로 국한했다. 이 때문에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던 이들은 초기 관리 대상에서 모두 제외됐다.

같은 층에 있었으나 같은 병실을 쓰지 않았던 16번 환자 역시 초기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40대의 16번 환자는 60대의 1번 환자와의 접촉으로 인해 2차 감염으로 치닫고 있었다.

같은 날, ㄱ씨는 모처럼 편안히 잠을 잤다. 물을 조금씩 마실 수 있는 상태(SOW)였다. 의식도 명료했다. 호흡이나 배뇨 곤란도 없었다. 부인과 손녀가 곁에서 ㄱ씨를 돌봤다. 산소포화도가 95%로 괜찮았다. 체온은 다섯 차례 측정에서 36.9~37.2도였다.

이날 스승의 날 기념식장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참석했다. 오후에는 에볼라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국외에 파견됐던 긴급구호대를 격려했다. 청와대에서 에볼라바이러스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구토 그리고 확진

5월18일, ㄱ씨는 여전히 소변줄을 차고 있었다. 담당교수가 회진을 왔다. 가래를 뱉어내는 방법을 설명해주고 구강 호흡을 권했다. 병상에서 떨어지면 위험하다는 점도 경고했다. 아침에 연식을 모두 먹었다. 구토를 두 차례 했다. 점심을 굶었다. 산소포화도가 98%까지 올라갔다. 오후 4시11분 담당의사가 산소마스크를 떼고 콧줄로 변경했다. 한결 편안해졌다. 밤 11시30분 체온이 37.7도로 상승했다. 간호사가 병실을 시원하게 유지시킨 뒤 ㄱ씨의 상태를 관찰했다.

이날 16번 환자가 평택성모병원에서 퇴원했다. 폐에 메르스 바이러스를 품은 채 그는 대전 자택으로 돌아갔다. 1번 환자는 전날 서울 365서울열린의원을 찾았고, 이날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했다. 대통령은 5·18 35주년 기념식에 불참했고, 기념식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따로 열었다.

5월19일 ㄱ씨의 체온이 좀처럼 안정되지 않았다. 0시30분과 아침 6시23분 측정에서 모두 37.6도였다. 간호사는 담당의사에게 알린 뒤 경과를 계속 관찰했다. 구토는 없었다. 산소포화도 또한 95%로 유지됐다. 오후 4시20분 소변줄을 뽑았다. 또다시 체온이 말썽이었다. 소변줄을 뽑은 뒤 3시간 만에 체온이 39도까지 가파르게 상승했다. 밤 11시50분, 자연 배뇨 120cc가 관찰됐다. 나쁘지 않았다. 5월20일에도 체온이 계속 높은 상태를 보였다. 37.3~38.1도를 오르내렸다. 호흡곤란은 없었고 자연 배뇨도 잘됐다. 저녁 8시30분 체온이 38.4로 뛰어 해열제로 진정시켰다.

이날 국내 메르스 감염 첫 환자가 공식 확인됐다. 이때부터 바레인에서 카타르를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여 병원을 전전했던 68살 남성은 1번 환자로 명명됐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가족, 의료진 등 밀접 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 및 역학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16번 환자는 이미 이틀 전 평택성모병원에서 퇴원한 뒤 자택에서 지내고 있었다. 정부는 여전히 그를 추적하지 않았다. 16번 환자가 메르스에 노출된지 5일이 지났다.

대통령은 '서울디지털포럼 2015' 개막식에 참석해 활짝 웃었다. 포럼의 주제는 '깨어 있는 호기심, 새로운 돌파구를 찾다'였다. 메르스 발병 병원의 이름을 정부는 계속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는 스스로 돌파구를 닫았다.

조우 그리고 무지

5월25일 새벽 1시, ㄱ씨한테 심한 두통이 생겼다. 진통제를 긴급 처방했다. 두통은 완화됐지만 ㄱ씨는 안절부절못하는 증상을 보였다. 체온은 36.9도였고 발열 증상은 없었다. 오전에 소변줄을 다시 끼웠다. 전신에 부종이 나타났다. 오후에 수혈을 받았다. 저녁 7시 추가 혈액검사를 했다. 체온이 39.7도까지 올라 해열제를 다시 투약했다. 밤 10시, 체온이 37.6도로 낮아졌다.

같은 날, 16번 환자도 고열에 시달렸다. 대전 대청병원을 찾아가 입원했다. 6인실이었다. 좁은 6인실, 환자·보호자·의료진들이 북적이는 공간이었다. 비슷한 시각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앞으로 2주가 고비"라고 했다. 대통령은 이날 부처님 오신 날 메시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오직 국민을 등불로 삼아 국민 행복에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사흘 뒤인 5월28일, ㄱ씨는 미음과 요구르트, 오디를 갈아 만든 음료를 마셨다. 큰아들이 병문안을 왔다. 그것이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 오후 5시께 ㄱ씨는 새 환자를 병실에서 맞았다. 16번 환자였다. 16번 환자는 이날 오후 2시13분 건양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오후 4시46분까지 진료를 받았고 폐렴으로 진단을 받았다. 이후 그는 ㄱ씨가 있던 101병동 1007호실에 입원했다.

같은 시각 대통령은 미국 하원의원 대표단을 접견했다. 한-미 동맹 발전을 위한 미 의회의 지지와 지원을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는 "2차 감염자로부터 추가 전파되는 사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3차 감염자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날 메르스 관리대책본부를 발족했다. ㄱ씨와 16번 환자는 한 병실에서 나란히 누워 있었다.

이날 ㄱ씨는 아침을 거의 먹지 못했다. 오전에 혈액투석을 받았다. 폐렴균을 잡기 위해 강력한 항생제가 지속적으로 ㄱ씨에게 투여됐다. ㄱ씨의 신장은 이를 견디기 어려웠다. 투석이 끝난 낮 12시1분 체온이 39.1도로 뛰었다. 가슴에 고인 물과 피를 빼내기 위한 관이 삽입됐다. 오후 4시 ㄱ씨의 가슴에서 나온 물과 피가 480cc에 이르렀다. 산소마스크를 다시 썼다. ㄱ씨의 몸 상태가 점점 악화됐다.

격리 그리고 죽음

16번 환자가 입원한 지 사흘째인 5월30일 저녁 6시45분, 질병관리본부에서 건양대병원에 연락이 왔다. 16번 환자가 메르스 관리 대상자라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순간이었다. 그가 1번 환자와 처음 접촉한 5월15일로부터 무려 15일이 지난 뒤였다. 5월30일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에 관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유언비어에 대해 수사를 통해 바로 처벌하겠다"고 했다.

그러고도 ㄱ씨가 격리병동으로 옮겨진 것은 5월31일 0시55분이다. 16번 환자가 메르스 관리 대상자라는 통보가 이뤄진 지 6시간이 지난 뒤였다. ㄱ씨의 부인, 둘째아들과 부인·딸, 셋째아들도 곧 바로 격리 대상이 됐다. 5월28일 16번 환자가 1007호실에 입원한 뒤 ㄱ씨의 병간호를 위해 병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16번 환자는 이튿날 메르스 양성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통령은 6월1일 메르스 관련 대책을 지시했다. 5월20일 첫 메르스 확진자가 나온 뒤 12일 만이었다. 격리병동으로 옮겨진 ㄱ씨는 대통령의 말을 전해들을 수 없었다.

격리병동으로 옮겨진 뒤 ㄱ씨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됐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곁을 지키던 부인도 격리된 뒤였다. 6월2일 오후 2시께 식사를 잘 못하고 배가 아프다고 간호사에게 호소했다. 체온도 37.7도로 올랐다. 1시간 뒤 체온이 38.4도로 더 올랐다. 녹색을 띠는 설사가 관찰됐다. 6월3일 새벽 4시께 체온이 39도로 측정됐고 콧줄로 산소를 공급받는 상태인데도 산소포화도가 85%로 나타났다. 콧줄 대신 산소마스크를 썼다. 설사가 이어졌다. 혈액검사 결과 혈소판 수치가 1만에 불과했다. 정상 범위는 13만~40만이다. 1만 정도면 지혈이 어려울 만큼 위험한 수치다.

대통령은 6월3일 오후 2시30분 '메르스 대응 민관 합동 긴급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정오를 넘기면서 ㄱ씨의 산소포화도가 88%까지 낮아졌다. 긴급 수혈이 이뤄졌다. 인공호흡기를 썼다.

저녁 7시 즈음엔 체온이 39.6도로 매우 높아졌다. 폐에서 많은 양의 피가 쏟아져나왔다. 심장박동이 멎었고 심폐소생술이 시행됐다. 다량의 혈소판 수혈도 이어졌다. 저녁 8시56분 담당의사는 사망을 선고했다. 앞선 긴급점검회의에서 대통령은 말했다. "첫 번째 메르스 환자 확진 이후에 2주 동안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고, 그중 두 분이 사망을 하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발생을 해서 지금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계십니다. 더 이상 확산이 안 되도록 만전을 기해야 하겠습니다." 대통령의 말이 끝난 뒤 6시간 만에 ㄱ씨는 숨졌다. 격리병동 382호실에서 그는 '퇴원'했다. 사망 하루 뒤인 6월4일, ㄱ씨에 대한 메르스 확진 판정이 났다.

가족 누구도 ㄱ씨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자식들은 메르스 의증 환자로 분류돼 격리됐고, 유일하게 격리에서 제외된 큰아들 내외는 방역 당국이 가로막아 병원에 접근조차 할 수 없었다. 절명한 ㄱ씨의 주검은 이틀 만에 화장됐다. 염습도 수의도 장례도 없었다. 장례회사에서 나온 직원 1명과 큰아들이 ㄱ씨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화장장에 유골함을 임시로라도 보관할 수 있다던 질병관리본부 직원의 말은 거짓이었다. 화장장에 ㄱ씨를 위한 공간은 없었다.

큰아들의 항의를 받고 나서야 뒤늦게 인근 추모공원에 ㄱ씨를 눕힐 수 있었다. "내가 처량하게 혼자서 아버지 유골함을 들고 추모공원까지 그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느냐고 따졌어요. 정말 너무들 하더라고요." 큰아들은 지금도 분하다.

6월12일 현재 ㄱ씨의 부인은 충남대병원에서 격리치료를 받고 있다. ㄱ씨가 사망한 지 나흘 만인 6월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평소 건강했지만 82살의 고령이어서 안심할 수 없다.

그는 6월8일 큰며느리에게 전화로 울먹였다. "창살 없는 감옥 신세야. 에미야, 이 몹쓸 병 때문에 무슨 일이냐. 억울하다 억울해." 큰며느리도 울음이 터졌다. "어머니 밥 잡숫고 살아서 나간다는 용기를 가지세요. 아들딸 보러 나간다고 생각하세요." 나머지 격리된 유족 4명은 음성 판정을 받아 6월13일 격리 해제가 예정돼 있다.

유족들은 한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했다. "정부가 원망스러워. 왜 버벅거리고 병원 이름 숨기고 그랬는지 이해가 안돼.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지, 이게 뭐야." "어머니께서 아버지에게 수의라도 입혀서 보내드려야 하지 않느냐고 하셔서 제가 거짓말로 그랬다고 했어요. 실제로는 아버지 얼굴도 못 봤습니다." "어머니는 병원에 갇혀 계시면서도 자식들 걱정하고, 자식들은 밖에서 어머니를 걱정하고 있으니 이렇게 기가 막힌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아차 하면 부모님 두 분을 한꺼번에 다 잃게 생겼으니…." 정부는 6월7일에야 떠밀리듯 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ㄱ씨가 5월28일 병실에서 16번 환자와 맞닥뜨리지 않았다면, 그전에 정부가 16번 환자를 확인해 격리치료를 했더라면, ㄱ씨는 격리치료 사흘 만에 사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한겨레21>이 의뢰하여 ㄱ씨의 의무기록을 검토한 전문의 3명은 모두 ㄱ씨의 기저 질환이 중증이었다고 했다. ㄱ씨의 증세 악화와 사망에 메르스가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고도 했다. 의학적 관점에서 ㄱ씨가 메르스 때문에 사망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랬을 가능성 역시 열어둘 수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서울의 한 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는 "메르스에 노출되기 전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노출되지 않고 계속 치료받았다고 가정해도 안 좋아졌을 가능성이 있다. 격리병동으로 옮겨진 뒤 혈액투석이 이뤄지지 않은 부분은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의학적 고려 때문인지, 아니면 격리돼서 환자 처치가 제대로 안 된 것인지 확인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한 병원의 내과 전문의는 "31일 메르스 의증으로 격리되면서 상황이 확 나빠졌다. 혈액투석이 이뤄지지 않아서 신장 기능이 더 나빠졌을 것이다. 결국 바이러스 감염으로 돌아가신 듯하다. 증상이 급격히 나빠진 원인이 메르스일 가능성을 열어둘 수는 있다. 격리 전에는 그나마 증세가 유지, 호전되는 상황이었고 격리 직전에는 고열이 아니었다. 입원 기간 내내 상태가 오르락내리락했고, 상태가 아주 나빠진 건 격리되고 나서였다"고 분석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6월3일 급격히 상태가 악화됐는데 메르스가 영향을 줬을 수 있다. 하지만 의무기록만으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의무기록만으로도) 정부의 메르스 방역체계에 대한 문제제기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했다.

1932년 충남 금산군 남일면에서 태어난 ㄱ씨. 고향에서 벼농사도 짓고 인삼밭도 가꿨다. 1980년대 초반 대전으로 이주해 상추농사를 많이 지었다. 뻥 뚫린 국가방역체계는 ㄱ씨 가족의 마음마저 뻥 뚫리게 만들었다. ㄱ씨의 의무기록에 적힌 직접사인은 다발성 장기 부전, 중간선행사인은 급성호흡부전·급성신손상·대량객혈, 선행사인은 폐렴이다. 그리고 그 기록에 적히지 않았지만 메르스가 있다.

ㄱ씨가 16번 환자와 만난 것이 우연인가. 사람은 우연을 말할 수 있다. 정부는 우연을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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