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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따라잡기] 미궁의 성폭행 사건..단서는 '운동화'

이승훈 입력 2015. 06. 17. 09:06 수정 2015. 06. 1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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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멘트>

미제로 남았던 두 건의 성폭행 사건이 있습니다.

범인의 모습이 CCTV에 찍히긴 했습니다만, 신원을 확인하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이렇게 생긴 운동화를 신고 또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것 외에는 딱히 용의자를 특정할 만한 단서가 없었는데요.

그런데 하늘이 도운걸까요?

2년 뒤, 경찰을 추적을 비웃듯 다른 범행을 저지르던 용의자는 자신이 신은 운동화의 모습을 기억하던 경찰관에게 걸려 덜미를 잡히게 됩니다.

어떻게 된 사연인지, 뉴스따라잡기에서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한밤중, 흰색 농구화를 신은 남성이 인적이 끊긴 주택가를 배회합니다.

한참 동안 도보로 주변을 서성이는가 싶더니, 이번엔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기 시작합니다.

CCTV에 찍힌 이 수상한 남성.

잠시 뒤 발생한 주택가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입니다.

길을 가던 20대 여성을 끌고가 무참히 성폭행한 뒤 달아난 괴한.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새벽 시간에 혼자 걸어가는 여성을 상대로 접근해서 성폭행 한 다음에 다시 오토바이를 타고 도주한 것이죠."

10개월 뒤인 지난해 5월에도 비슷한 수법의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범인의 비슷한 체격, 그리고 운동화를 신고 오토바이를 탔다는 피해자의 말로 미뤄, 10개월 전의 사건과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였습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2013년, 14년 사건을 동일범으로 확인을 했죠 CCTV상으로. 범행 수법이나 이런 것이 (같은) 용의자인 줄 알고 있었죠."

하지만, 이 CCTV 영상만 가지고는 범인을 특정하는 것도 또 추적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았습니다.

그나마 경찰이 가진 단서는 범인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흰색 농구화를 즐겨 신고 소형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는 것.

하지만 이것만으로 범인을 잡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결국, 수사는 더 이상 진척이 되지 못합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수사를 좀 많이 여러 방면으로 다 했는데 피의자를 특정할 단서를 발견 못 해서 미제 사건이 되었습니다."

사건은 그렇게 미제 사건으로 분류됐지만, 담당 형사의 머릿속에선 용의자의 모습이 끝끝내 떠나질 않았습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이맘때쯤 되면 용의자가 또 범행을 할 것이다, 잡아야 되지 않느냐 이런 일이 있을 것이다 이야기를 했었고. 가슴에 미련이 남았는지 생각이 굉장히 많이 나더라고요."

정말 꼭 범인을 잡고 싶었다는 담당 경찰관.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서울 시내에서 나는 성폭행 사건 같은 것 수법 대조해 보고 현장 사진이 있다면 사진으로 범인이 맞는지 확인해 보고, 계속 데이터 베이스화해서 자료를 보관하고 그랬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해당 경찰관은 우연찮게 한 날치기 사건을 수사하게 됩니다.

열흘 전인 지난 7일, 서울의 한 인적 드문 골목길에서 일어난 날치기 사건.

CCTV에 찍힌 범행 당시 장면입니다.

골목길에 들어선 오토바이가 주차된 차량 사이에 잠시 멈추는 듯하더니 이내 쏜살같이 달아나버립니다.

길가던 여성의 손가방을 갑자기 낚아챈겁니다.

<녹취> 피해자(음성변조) : "전화하면서 가니까 아무 소리도 안 들렸는데, 처음에 옷 당기는 느낌이 나서 '뭐지?'하고 봤는데, 앞쪽에 오토바이 운전자가 내 가방을 들고 가고 있었어요."

빼앗은 가방을 오토바이 의자 밑에 집어넣는 장면도 포착됐습니다.

<녹취> 오토바이 날치기 피해자(음성변조) : "검정 색깔 헬멧을 쓰고 있고, 상하의 다 검은색이고 흰색 오토바이였어요. (현금은) 한 2천 원 정도, 화장품 가방, 이어폰이랑 귀걸이랑 카디건 이렇게 있었어요."

그런데 이 날치기 용의자.

오토바이를 타고 골목길을 배회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습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동선이 달랐는데 뭐라고 해야 하나. 그냥 맞다 하고 느낌이 들었어요. 뭐 어떻게 설명을 못 드리겠고."

CCTV를 돌려보면 돌려볼수록 심증은 더 굳어 갔습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다시 기존 자료를 다시 한 번 처음부터 다 보고 CCTV를 계속 다시 봤어요 기억을 하려고. 체격도 비슷하고 걸음걸이라든지 행동 이런 것을 봤을 때 건들건들 걷죠 팔자 같이. 계속 맞다 하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렇다면 먼저 날치기 용의자를 잡는게 급선무였습니다.

CCTV를 통해 날치기 용의자의 자세한 인상착의와 이동동선, 그리고 주거지까지 파악하는데 성공한 경찰.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오토바이랑 피의자 인상착의 확인한 다음 (동선 파악을) 계속해서 CCTV 추적 수사로 피의자 주거지에서 오토바이를 발견해가지고."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은 다음, 곧바로 용의자의 주거지를 압수 수색했습니다.

증거 수색을 시작한 지 얼마가 지났을까.

경찰관은 용의자의 집안에서 중요한 물건을 찾게 됩니다.

낯익은 형태의 운동화.

바로 발목까지 올라오는 용의자의 그 농구화였습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CCTV로) 워낙 많이 봐서 제가 기억하고 싶어서 계속 봤던 것이라 한 번 딱 봤을 때 알았죠. 흰색 000 운동화가 2013년도 범행할 때 신었던 신발이고, 2014년도에는 검은색 00 운동화."

주차장에서는 그토록 찾아 헤매던 용의자의 오토바이까지 발견됐습니다.

날치기 용의자가 미제로 남았던 성폭행 사건의 용의자인게 확실해졌습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신발이랑 옷, 모자가 발견되고, 지하 주차장에 세워놓은 오토바이까지 발견된 것이죠. 오토바이 특징이 똑같아요. 날치기 했던 오토바이가 2014년도에 성폭행범이 (탔던) 오토바이하고 같았고."

경찰에 검거된 20대 용의자는 처음엔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다, 증거를 들이댄 경찰에게 결국 범행 사실을 시인했습니다.

<녹취> 경찰 관계자(음성변조) : "(00동에서) 왜 그랬냐고 그랬어요. 말은 아니라고 하는데 표정이 약간 거짓말을 하는 느낌이었어요. 주거지에서 성폭행 당시 신었던 신발 등 압수품이 확인되고 나서 인정을 했습니다."

2년의 시간,

자칫 영구 미제로 묻힐 뻔했던 연쇄 성폭행 사건은 끈질긴 수사 끝에 이렇게 꼬리를 잡히게 됐습니다.

<녹취> 조기완(경사/서울종암경찰서 강력2팀) : "(피의자에게) 그냥 그런 이야기만 했어요. 잡고 싶었다고요. (범행 당시) 행동하는 것 다 기억하고 있었다고요."

경찰은 검거된 피의자에 대해 특수 절도와 성폭행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추가 범행이 있는지 조사할 방침입니다.

이승훈기자 (hun2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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