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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넷]여성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의 최후?

입력 2015. 06. 1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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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에서 남자 물 관리하라 했더니 출입 막은 격.” 한 누리꾼의 품평이다.

6월 중순,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의 최후’라는 제목의 사진 글이 올라왔다. 강릉의 사근리 해수욕장이 국내 ‘첫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이라는 이름으로 개장했는데, 취지가 해수욕장을 찾은 여성들 가운데 일부가 몰카나 성추행 등을 당하는 것에 대한 민원이 나오니 설문을 통해 해결책 일환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개장해보니 작년 같은 기간 이용객보다 이용객이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 해당 지자체와 주변 상인이 당혹해 한다는 것. 글은 여성 심리의 이중성-정작 노출을 스스로 즐기면서도 바라보는 남성을 변태로 모는 것과 같은-을 조소하는 목적으로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정작 판을 깔아주니 이용하는 사람이 확 줄었다는 이야기. 사실일까.

먼저 강릉 인근에 사근리 해수욕장은 없다. 강릉시 관광과에 문의해봤다. 서류를 뒤져본 관계자의 말. “강릉시 주변에 20개 해수욕장이 있는데, 비키니 전용이라든가 여성 전용 해수욕장이라는 특화사업을 한 적은 없네요.” 주변 정황을 봤을 때 저 스토리와 제일 맞아 떨어지는 곳은 사근진 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은 지난해 ‘선탠비치’라는 특화사업을 했다. 당시 보도기사를 살펴보니, 위의 ‘비키니 전용 해수욕장’ 기획의도와 비슷한 대목이 나오긴 한다. 그런데 정말 망했나.

2013년 전국 최초 애견 동반 해수욕장으로 주목을 끌었던 강원도 강릉시 사근진 해수욕장. | 경향 자료, 강릉시 제공

온라인 게시판을 보면 “… 최후” 글에 대해 이런 반론이 붙어 있었다. 전 해(2013년) 애견 전용 해수욕장이라는 것을 열어 꽤 인기를 끌었는데, 지역주민의 항의로 결국 운영을 포기하고 대신 콘셉트를 잡은 것이 ‘선탠비치’였다는 것이다. 반론 글의 필자는 “원래 군사분계선에 가까운 곳인 데다 개장한 지도 얼마 안 돼 잘될 곳이 아니었다”며 “애견 동반이라는 콘셉트로 비정상적으로 잘된 2013년에 비해 원래의 정상적인 수치로 돌아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탠비치’는 여성 전용이라든지 비키니 전용과는 거리가 있다. 여성만 선탠하라는 법이 있나. 앞의 반론 글은 “여성 전용이 아니라 (남자도 이용할 수 있는) 선탠비치라는 것인데 이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맞습니다. 선탠비치 기획서를 보면 여성 전용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네요.” 다시 강릉시 관광과 관계자의 말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사정을 비교적 자세히 안다’며 출장 나가 있는 실무자와 연결을 시켜줬다. “지난해 방문객이 딱히 급감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정확하게는 데이터를 놓고 비교해봐야겠지만….” 담당 실무자의 말이다. 이 실무자는 “당시 애견 동반 콘셉트를 왜 포기했는지 정확한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지역주민 민원이나 이런 것보다 실정법에 위반되었던 것으로 압니다”라고 답했다. 실정법이라니? “자세히는 모르지만 해당 해수욕장이 도립공원법의 적용대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법상으로는 공원 내에는 애견 출입이 안 된다고 되어 있어서….” 결론. 여성 전용 비키니 해수욕장 이야기는 지어낸 이야기, 누리꾼 용어로 ‘주작’이 되겠다. 오늘의 사실 검증 끝.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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