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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도 부정한 '낙수효과' 맹신하는 정부 답답"

김철현 입력 2015. 06. 17. 13:54 수정 2015. 06. 17.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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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학자들이 부의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가 잘못된 논리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낙수효과를 믿고 대기업과 부자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는 한국 정부에 직격탄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낙수효과를 맹신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MF는 15일(현지시간) '소득 불균형의 원인 및 결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150여개국 사례를 분석해보니 상위 20% 계층의 소득이 1%포인트 증가하면 이후 5년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평균 0.08%포인트 감소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이 1%포인트 늘어나면 같은 기간의 성장률이 연평균 0.38%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됐다.경제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라면 소득 하위 20% 계층에 집중적인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극빈층의 수입 증대는 중산층의 붕괴를 막고 경제 성장에 좋은 신호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기저에 깔려 있는 '낙수효과' 논리를 정면으로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낙수효과란 대기업과 부유층의 소득이 늘어나면 경기가 전반적으로 부양되면서 결국 저소득층에게도 혜택이 돌아가 소득 양극화가 해소된다는 논리다. 낙수효과 개념은 1980년 미국 레이건 행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영되며 명성을 쌓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성장 중심 정책이 경기 부양과 소득 양극화 해소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회의론이 대두됐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도 줄곧 낙수효과에 기반한 대기업과 수출 중심의 정책을 고수해왔다.

이번에 신자유주의의 첨병인 IMF에서 낙수효과를 정면 부정하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국내에서도 낙수효과를 맹신하는 정부 경제 정책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장 새정치민주연합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IMF 보고서는 저소득층의 소득이 늘고 중산층이 확대돼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난다는 의미"라며 "박근혜 정부는 대기업 중심, 가진 사람 중심의 경제정책 기조를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낙수효과가 틀렸다는 것은 수년째 여러 번 얘기돼 왔는데 정부가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답답하다"며 "정부는 기업이 살아야 하고 수출이 살아야 한다는 논리지만 그동안 대기업은 천문학적인 실적을 올리고 세계적 기업으로 발돋움 했는데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힘들고 가계소득은 정체돼 있는 등 낙수효과 전체적으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 이코노미스트는 2010년대 수출의 성장 기여도보다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낮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며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제성장률과 수출의 성장 기여도를 비교해보면 1980년대 이후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늘었지만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있다"며 "기업소득이 가계소득 증가로 환류되는 게 지연되고 있는 것을 봤을 때 낙수효과에 대한 맹신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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