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도 안 주고.. 예방교육도 없었다"

김지환 기자 2015. 6. 18.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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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접고용 병원 노동자 '감염 위험' 방치노동강도는 더 높아져.. 생계유지 걱정에 검진도 주저

“17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북대병원으로 왔다. 불안해서 용역업체에 마스크를 달라고 했지만 ‘시중에서 마스크가 매진돼 구하기가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병원 노동자들의 건강권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간접고용 비정규직들은 물론 정규직 노동자조차 메르스 감염 위험에 광범위하게 노출돼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18일 국회 정문 앞에서 병원 노동자 증언대회를 열고 구멍 뚫린 병원 감염관리 체계의 문제점을 쏟아냈다.

경북대병원에서 청소노동자로 일하는 이계옥씨(62)는 “병원에 메르스 예방 교육을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할 사람이 없다고 하더라”며 “병원은 용역업체에 책임을 전가하고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첫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 공무원이 17일 경북대병원으로 이송된 뒤 노동강도는 더 강해졌다. “청소뿐 아니라 소독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라 한 동료가 과로로 쓰러지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했다.

2011년부터 서울시립보라매병원 응급실에서 환자 이송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박영복씨(58)는 지난 12일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했다. 박씨는 “혹시 메르스 의심증상이 나타나 격리되면 생계를 어떻게 유지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검진받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간병노동자인 최정남씨(67)는 “마스크도 자기 돈으로 구해야 하는 간병노동자는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정부와 병원은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규직 간호사 역시 불안한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 서울대병원 간호사 김모씨는 “메르스 사태 초기에 혹시 아이들이 옮을 것을 걱정한 간호사들이 숙소를 마련해달라고 했지만 ‘오버’한다는 비아냥에 상처를 받았다”며 “노동조합이 문제제기를 한 뒤 숙소가 마련돼 숙소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종 보호장구를 하고 중증환자를 볼 때 10분이면 고글에 습기가 가득 차고 땀이 눈으로 들어와 눈물이 흘러내린다”며 “30분쯤 지나면 두통과 울렁거림이 몰려오는데 이럴 땐 잠깐이라도 교대할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김지환 기자 bald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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