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 의장의 '겸직 허용' 결론, 靑은 행간 잘 읽어야

2015. 6. 22.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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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국회의장이 어제 김재원·윤상현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2명의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겸직을 허용하기로 했다. "청와대 정무특보가 국회법 제29조에서 규정한 '공익 목적의 명예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근거가 미약해 정무특보 겸직을 법률적으론 허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달 22일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는 특보 겸직에 대한 법률검토 의견서를 냈다. 자문위원 8명 의견은 찬반 4대 4로 팽팽히 엇갈렸다. 정 의장의 어제 '교통정리'로 특보 겸직 논란은 일단락된 셈이다. 그렇다고 청와대가 웃을 계제는 아니다.

정 의장의 어제 발언에서 곱씹을 것은 '결론' 대목이 아니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이 대통령 특보로 행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헌법기관으로서 독립적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의 기본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했다. "야당이 반대하는 상황에서 특보 역할이 국회와 청와대의 소통이란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매우 어렵다"고도 했다. 핵심을 짚은 것이다. 청와대가 갈등과 분란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어제 나온 결론으로 운신의 폭이 넓어진 기회를 살려야 한다. 최우선적으로 겸직 의원을 가급적 빨리 국회로 돌려보내는 순발력이 필요하다.

의원 보좌관이 없다고 해서 대화와 소통의 길이 끊길 리는 없다. 정 의장은 어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국회와의 소통과 협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무장관 또는 특임장관직을 부활하는 편이 낫다는 권고였다. 청와대는 이 권고를 포함해 생산적 대안을 폭넓게 검토해 저비용·고효율 통로를 열어야 한다. 굳이 새 자리, 새 기구를 만드는 방법만 있을 리도 없다.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를 자주 만나 이해와 교감을 넓히기만 해도 불통의 벽은 그리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다.

법률 해석의 권한은 사법부에 속한다. 입법부의 고유 권한과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입법부 수장인 정 의장은 어제 국회법 해석에 기대어 겸직 허용 결론을 냈다. 이를 위해 복수의 법률자문회사로부터 '무보수 명예직'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고 한다. 청와대가 삼권분립 원칙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첫 단추를 잘못 끼우는 바람에 웃을 수 없는 코미디가 연속 상영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청와대가 어제 결론 대목에만 귀를 기울이면 국정을 희화화하는 코미디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진실과 진담은 때로 행간에 숨는다는 사실을 명심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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