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메르스 사과마저 이재용에 '외주화'했나

2015. 6. 2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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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신문솎아보기] 정부는 초기대응 실패 공식사과 없는데… 경향신문, "사태 확산은 병원업무 외주화 탓"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직접 언론에 나서 고개를 숙였다. 메르스 확산에 대한 대국민 사과문도 발표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해야 할 사과마저 삼성에 '외주화'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때와 비교해도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 변한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언론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이례적으로 확산된 원인 분석에 나섰다. 메르스는 한국에서 4차 감염까지 발생해 한때 한국에서의 바이러스 변형이 의심되기도 했다. 언론은 바이러스 변형보다는 국내의 사회 구조적인 원인 혹은 사회문화적인 차원에서 이유를 찾았다.

다음은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경향신문 <이송부터 간호조무까지…'외주화'가 키운 메르스>국민일보 <韓·美·日 동맹 복원? 이젠 中이 급해졌다>동아일보 <'강제' 단어는 안쓰되 강제성 알릴 문구로>서울신문 <의원 10% 법안 표결 '상습 불참' 직무유기>세계일보 <"환자 끝까지 책임" 머리 숙인 이재용>조선일보 <"우리는 대통령이 버린 軍人의 부모였습니다">중앙일보 <피해자면서 가해자 '14번'의 악몽>한겨레 <'현대판 음서제' 논란>한국일보 <한일 관계, 올인 피하고 유연한 협상하라>

"이재용, 고개 숙여 사죄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개 숙여 사죄했다. 메르스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사죄였다.

이재용 부회장은 2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특별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감염과 확산을 막지 못해 국민 여러분께 큰 고통과 걱정을 끼쳐드렸다"며 "깊이 사죄한다"고 말했다.

▲ 6월 23일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1면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아일보, 한겨레, 국민일보, 경향신문, 세계일보,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일보, 가운데 중앙일보 순.

이재용 부회장은 메르스로 인한 사망자와 치료 중인 환자, 격리 조치로 불편을 겪는 자가격리자 등에게 두루 "죄송하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이어 "저희 아버님께서도 1년 넘게 병원에 누워 계신다"며 "환자분과 가족분들이 겪으신 불안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있다"며 환자와 가족에게도 위로를 전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환자분들은 끝까지 책임지고 치료하겠다"며 당국과의 긴밀한 협조, 병원의 대대적인 개혁" 등을 다짐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사과문을 약 3분간 낭독했다. 언론은 그 중 두 차례나 단상 옆으로 비켜서서 고개를 숙였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삼성 일가가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선 것은 세 번째다. 앞서 이병철 창업주가 1966년 사카린 밀수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에 나선 이후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특검 사건'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번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는 앞선 두 번의 사과가 재벌 비리와 관련돼 있다는 점과는 다른 맥락이다.

이재용 고개 숙인 1면 사진…중앙은 얼굴 사진만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서울병원의 운영 주체인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으로서 기자회견에 등장했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칭찬 일색의 평가와 함께 승계 구도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승계 과정의 잡음 차단용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고, 사과문을 직접 다듬었으며 예정됐던 해외 출장도 미뤄가며 병원을 찾고 기자회견에 나섰다고 전했다. 진정성을 보였다는 평가다.

중앙일보는 "재계에서는 계열사의 과오라도 그룹 오너 일가가 직접 책임을 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평가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도 제주 신라호텔에 메르스 환자가 투숙한 사실이 알려지자 18일부터 호텔에 머물면서 직접 방역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고 이부진 사장 사례도 함께 언급했다.

▲ 중앙일보 5면.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한국 대표기업의 새 수장으로서 위기 관리 능력의 첫 시험무대를 무난히 치렀다는 평가도 나온다"면서도 "이 부회장의 사과에 대한 최종 평가는 결국 그에 걸맞는 약속이행의 결과에 달렸다"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은 <고개 숙인 이재용…'책임지는 삼성 사령탑' 각인> 제목 기사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병원 운영 주체인 재단 이사장이자 삼성 사령탑"으로 설명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비판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인 그룹 경영권 승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평가했다.

대부분 언론은 1면에 이재용 부회장의 고개 숙인 모습을 사진으로 실었다. 다만 삼성과 '특수 관계'였던 중앙일보는 1면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얼굴 사진만 실었고 내지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이 입을 굳게 다문 사진을 실었을 뿐 고개 숙인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삼성 사과 후 시선 쏠리는 박근혜… 사과도 외주화?

이재용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후 언론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재용 부회장이 메르스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을 평가하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직접 사과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동아일보는 사설 <삼성의 메르스 사과, 정부는 언제까지 침묵할 건가>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사과를 지켜보면서 정부는 왜 아직도 공식 사과를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 동아일보 31면.

동아일보는 "남의 책임을 추궁할 때는 자신의 책임도 솔직하게 인정해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메르스에 늑장 대응한 박 대통령이 사과의 적절한 시기마저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겨레는 <삼성의 사과, 대통령의 침묵> 사설에서 "국민에게 직접 책임을 져야 하는 정부로서는 사태를 한층 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며 "국정 최고 책임자가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일 뿐 아니라 정부에 대한 불신을 씻고 재난 극복의 동력을 강화할 수 있는 수습책이기도 하다. 청와대는 또다시 실기하지 않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도 사과할까> 기사에서는 "박 대통령이 사과할지 불투명하다"고 내다봤다. 박 대통령이 메르스 대응 컨트롤타워를 청와대가 아닌 '총리실'로 지목한 점에 비춰보면 세월호 참사나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 대응 때처럼 사과 시기를 놓치고 여론에 떠 밀려 유감을 표명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한겨레의 관측이다.

한겨레는 25일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떤 대국민 메시지를 내놓을지 주목하면서도 "사과하더라도 국무회의에서 유감 표명 정도로 슬쩍 지나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서울신문은 박근혜 대통령의 남 탓을 더욱 적나라하게 짚어냈다. 김성수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서울광장' 코너의 기명 칼럼 <세월호는 유병언, 메르스는 삼성 탓인가>에서 "대통령이 리더십을 회복해야 국민도 흔들리지 않는다. 위기 때마다 핑계 거리를 대고 희생양만 찾아서는 안된다"며 "'세월호는 유병언 탓이고 메르스는 삼성탓'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네 탓이오'만 외치는 정권에 미래는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신문 31면.

중앙일보도 "삼성서울병원이 '뚫렸다'는 증거는 더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정부 책임이 가벼워지는 건 절대 아니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준현 경제부문 기자는 <국가가 뚫린 게 맞다> 기명 칼럼에서 "'뚫린 곳 찾기' 와중에 정부가 삼성서울병원에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건 걱정스럽다", "중요한 건 정부가 삼성 뒤에 숨어선 안 된다는 사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김준현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삼성서울병원장이 머리를 조아리고 있는 사진 한 장에서 그런 조짐을 본다"며 "삼성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방패막 삼아 슬그머니 자신들의 과오를 숨기려는 것 아닌가 하도 말이다. 처절한 자기 반성을 해도 모자랄 판 아닌가"라며 책임 화살을 정부로 돌렸다.

메르스 확산, 병원 부문별 '외주화'가 원인?메르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지난달 메르스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만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손 씻기만 잘해도 걱정없다"고 안심을 시켰지만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한국형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행히 바이러스 변이라는 증거는 아직 없는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국내에서 메르스 4차 감염까지 등장한 원인으로 병원의 '비정규직' 문제에서 찾았다.

경향신문은 이날자 1면 머리기사로 <이송부터 간호조무까지…'외주화'가 키운 메르스>를 실었다.

경향신문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응급실환지이송을 맡았던 이송요원을 주목했다. 그는 9일 동안 메르스 증상을 보였으나 병원 관리 대상 범주 밖에 속했다. 삼성서울병원의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경향신문은 이밖에도 파견 절대 금지 없종인 간호조무사까지 외주화가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병원 업무 외주화는 2006년 삼성서울병원이 시작이었다. 실제로 이송업무를 전담하는 에스텍휴면서비스는 삼성서울병원의 4대 협력업체 중 한 곳으로 2006년 삼성서울병원 업무를 시작한 후 서울성모병원(2009년), 분당서울대병원(2011년) 등으로 병원을 늘려갔다.

▲ 경향신문 1면.

특히 파견 절대 금지 업종인 간호조무사 영역도 2010년 이후 비정규직이 증가되고 있다는 게 경향신문의 우려다. 경향신문은 대학병원의 경영 마인드 부족으로 인건비를 줄인 삼성서울병원의 외주화 모델을 고민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병원이 간접고용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단하다"며 인건비를 줄이지 않으면 수익을 남기기 어렵다는 점, 사고 책임을 외주업체에 떠넘길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었다.

국민일보는 <'강요된' 가족 간병, 메르스 대란 주범> 1면 기사에서 "감염자 중 3분의 1이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가족들"이라며 '가족 간병'이라는 한국적 특수성이 '병원 내 감염'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입원 환자 가족의 간병과 의료진 마저 주로 가족인 환자 보호자에게 도움을 요구하는 행태 등을 전했다. 가족이 간호를 떠맡게 되면서 발생하는 가계 전체의 기회비용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이런 간병 문화는 WHO가 이미 지적한 것으로 조선일보 등에서 '후진적' 간병 문화로 지적했던 내용이다. 다만 국민일보는 의료 수가 인상과 간병이 사회의 영역으로 포섭돼야 한다며 정부를 촉구해야 한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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