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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보이스카웃 교사의 탈을 쓴 악마..30년 만의 복수

박태서 입력 2015. 06. 24. 09:42 수정 2015. 06. 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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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 전 아동성폭행범 찾아 복수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은 평생 간다고 합니다. 아동 피해자들의 경우 이후 성장과정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상처받은 영혼은 성인이 되서도 쉽사리 치유가 안된다고 합니다. 수치심과 고통속에 형편없이 뒤틀린 감수성은 결국 통제할 수 없는 분노로 표출되곤 합니다. 미국에서 유년 시절 성폭행당했던 남성이 30여년 뒤 가해자를 찾아가 무참히 살해한 사건, 이게 바로 그런 경우였습니다.

주인공은 올해 49살 '클라크 프레드릭'입니다. 68살 '데니스 페그'라는 남성을 흉기로 수십 차례 찔러 절명시켰습니다. 데니스는 목 부분을 난자당하는 등 잔인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워낙 끔찍하게 살해된 터여서 전문가가 아니어도 원한에 의한 살인임을 쉽게 알수 있었다고 합니다. 지난 2012년 여름 미 뉴저지의 한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이 사건은 단순 살인사건으로 묻힐 뻔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재판과정에 프레드릭의 범행동기가 낱낱이 공개되면서 큰 파장이 일었습니다. 유년시절 성적학대가 낳은 처절한 복수극이었기 때문입니다.

■ 보이스카웃 교사의 탈을 쓴 악마

살해당한 데니스 페그는 30여년전 프레드릭에겐 악마, 그 자체였습니다. 어린 프레드릭은 데니스로부터 끊임없는 성폭행과 성적학대에 시달렸습니다. 8살부터 12살되던 해까지 만 4년간을 당했다고 합니다. 자치경찰이었던 데니스는 당시 보이스카웃 교사이기도 했습니다.(미국 소도시의 경우 경찰이 보이스카웃 교사를 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이스카웃 단원 프레드릭은 데니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습니다.

하지만 신고할 엄두를 못냈습니다. 부모에게도 얘기할 수 없었습니다. 가해자 데니스는 마을에서 존경받는 경찰인데다 프레드릭 부모와도 잘 아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왜 그때 신고하지 않았나?'는 검찰의 질문에 프레드릭은 '내가 성폭행당했다고 얘기해봐야 아무도 믿어줄 것 같지 않았다'고 흐느꼈습니다

무엇보다 데니스의 살벌한 협박이 두려웠다고 합니다. 데니스는 어린 프레드릭이 보는 앞에서 생쥐와 다람쥐 등을 잡아죽였습니다. 그냥 죽인 게 아닙니다. 생쥐 등을 이러저리 굴리고,벽에 내던지고, 땅바닥에 짓이기는 등 온갖 잔혹한 방법으로 고통스럽게 죽였습니다. 그러면서 프레드릭 귀에 대고 속삭였다고 합니다. "남들한테 얘기하면 너도 이렇게 죽여버릴거야".

프레드릭은 "나는 데니스의 성적 노리개'였다고 당시를 떠올렸습니다. 이즈음 또래 친구 한 명도 데니스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합니다. 프레드릭과 똑같은 수법으로. 두 소년은 서로의 아픈 기억을 어루만지며, 위로했습니다. 그렇게 견딜수 없는 수치심과 고통을 겨우겨우 이겨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 친구는 스무살이 되던 해, 1983년, 권총으로 머리를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프레드릭은 데니스한테서 당한 상처를 끝내 이겨내지 못했기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 30년 만에 만난 악마..그 옆에 선 11살 소년을 보다

데니스가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데니스는 프레드릭과 '멀어졌습니다'.지독한 아동 성도착증 환자인 데니스에게 '성인'이 다 된 프레드릭은 더이상 성적 매력이 없었나 봅니다. 그대로 그렇게 끝나가고 모든 게 잊혀지나 싶었습니다.

2011년. 프레드릭은 우연히 마을 편의점에서 데니스와 마주쳤습니다. 60대 후반의 데니스 옆에는 11살 소년이 서 있었습니다. 이순간, 프레드릭은 그 소년을 30여년전의 자신으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데니스가 아직도 어린 소년들을 상대로 성적학대 놀음에 빠져 있다', 프레드릭은 이렇게 여겼다고 합니다(살해된 데니스가 이 소년을 실제로 성적으로 학대했는지는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마침 당시 미국언론에는 '미국판 도가니 사건'이 화제였습니다.'제리 샌더스키'라는 60대 미식축구 코치가 십대 소년들을 상습성폭행한 사건입니다.(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 미식축구팀 전직 코치 샌더스키는 이 사건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60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미국판 도가니' 사건은 프레드릭에겐 그저 그런 화제성 뉴스가 아니었습니다. 바로 프레드릭 자신의 이야기였습니다. 이즈음 모든 게 30여년전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고 프레드릭은 진술했습니다. 데니스에게 유린당했던 기억이 '3D 영화처럼 선명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운명의 2012년 6월 12일 저녁. 프레드릭은 친구와 함께 동네 주점에서 술을 마셨습니다. 양주에 마약인 코카인을 타서 들이켰습니다. 프레드릭은 친구에게 '데니스를 죽이겠다. 데니스 집에 같이 가자"고 말했습니다. 프레드릭의 과거를 '잘 알고 있는' 이 친구(로버트 레이놀즈-살인 방조혐의로 구속됐습니다)가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데니스가 소파에 앉아 있는 게 거실 창문으로 보였습니다. 프레드릭은 주저없이 쳐들어갔습니다. 그의 손에는 사냥용 칼이 쥐어져있었습니다. 데니스는 저항할 겨를도 없이 당했습니다. 흉기를 휘두르며 프레드릭은 데니스에게 이렇게 거듭 외쳤습니다. "어린 아이 성폭행하는 게 그렇게 좋더냐!"("How does it feel raping little boys?")

프레드릭은 자수했습니다.검찰은 프레드릭을 무기징역이 유력시되는 '1급살인 혐의'로 기소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범행동기가 하나 둘 밝혀지면서 상황은 반전됐습니다. 정상참작의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뉴저지주 서섹스카운티 검찰은 프레드릭을 징역 5년형이 가능한 2급 살인혐의로 기소했습니다. 최종 선고는 오는 8월 4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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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서기자 (tspar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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