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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중동 사랑'에 정부, 중동 메르스 눈감았나?

입력 2015. 06. 26. 20:00 수정 2015. 06. 27.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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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메르스 사망자 300명 발생했는데도

여행경보 수준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원산지'라 할 수 있는 중동 지역에서 지난해 300여명의 '메르스 사망자'가 발생했음에도 외교부가 여행경보 수준을 종전과 동일하게 유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재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26일 낸 자료를 보면, 지난해 외교부는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 '황색경보'(여행자제)를 그대로 유지했다. 남색(여행유의)-황색(여행자제)-적색(철수권고)-흑색(여행금지) 등 네가지 경보 단계 가운데 2단계 수준을 취한 것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2004년 '이슬람 무장단체 테러 위협 심화'를 이유로 사우디에 황색경보를 내린 이래 10년 넘게 같은 수준을 견지해왔다. 결국 메르스 발병 상황은 여행경보 수준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은 셈이다.

당시 사우디에서는 발병 이후 지난해 7월까지 713명이 감염되고 263명이 숨지는 등 메르스가 확산 국면이었다는 점에서, 외교부가 여행경보를 그대로 둔 것은 의아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같은 시기 에볼라가 발병해 수백명이 감염·사망한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나라들에 외교부가 긴급히 '특별여행경보'(흑색경보에 해당)를 낸 것과 대조적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각 분야에서 중동 진출을 강조해온 탓에 외교부가 '여행 제한' 조처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 의원은 "지난해 메르스가 중동을 강타할 무렵 국내에서는 중동 의료수출론이 주요 이슈로 대두됐다"며 "박 대통령의 중동에 대한 애정은 한국의 의료수출과 중동 환자유치로 모아지는데 공교롭게도 그 대상국가가 메르스 사망자 발생 1, 2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라고 말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중동 진출을 권유하는 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 7월 서울대병원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립 셰이크 칼리파 병원 위탁·운영 프로젝트에 선정되자, 박 대통령은 직접 나서 "중동 지역 의료수출의 모범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치켜세웠다. 또 지난 3월엔 중동 순방을 마치고 돌아와 청년들의 '국외 취업'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 번 해보라. 다 어디 갔냐고 물으면 다 중동 갔다고 할 정도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같은 의혹을 정면 부인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다른 이유이긴 하지만 이미 사우디에 2단계 황색경보가 내려진 상황에서 한 단계 올려 3단계 적색경보를 내리면 '가지 말라'는 얘기가 되는데 그건 상당히 조심스러운 면이 있다"며 "아프리카의 에볼라 발병국들과 달랐던 건, 그 나라들과는 달리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은 우리와 각종 교류가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그 대신, 사우디 체류 교민이나 여행자들에게 메르스 주의 공지를 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또 "역설적이지만, 만약 당시 여행 제한 조처를 취했다면 지금 우리가 전세계 여러 나라에 대해 메르스를 이유로 여행 제한 조처를 내리지 말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근거가 약해졌을 것"이라며 "대부분 나라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여행 경보를 올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국내 메르스 상황이 심상치 않았던 이달 초 대만, 홍콩 등은 여행경보를 확대·격상시키는 등 조처를 취한 바 있다. 정부는 현재 이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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